갈라질 수 없는 사이
세 가지로 둘은 서로 안아줄 준비가
밤새 서로를 오해하다 하루가 지났다. 다투더라도 하루 안에 풀어야 하는 남자는 그래도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조금 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전화를 건다.
- 우리 만나서 이야기할까? 다투더라도 만나서 풀자. 내가 은이네 집 근처로 갈게.
- 그렇게 하자. 다섯 시까지 만나.
다행히 여자도 다툼을 길게 끌고 가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런지 남자가 용기 내 뻗은 손을 잡는다. 남자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지난밤, 자신이 존중받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뱉은 말을 곱씹어 본다. 생각해 보면 꼭 그렇게까지 말할 필욘 없었는데. 내가 너무 심했나라는 고민이 든다. 우선 여자와 잘 풀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도 좋아하니까. 사랑한다고 이야기했으니까 말이다.
여자는 울며 새벽을 보냈다. 헤어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여자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퉁퉁 부은 눈으로 남자와 찍은 사진을 본다. 좋은 날이 참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 남자에게 전화가 온다. 겁이 났지만 그래도 남자가 보고 싶기에 전화를 흔쾌히 받는다.
-잘 잤어?
남자의 안부가 마치 밤새 슬퍼했던 마음을 위로하는 느낌이 든다. 여자는 최대한 목소리를 다듬으며 울었던 티를 내지 않는다.
-은이네로 갈게. 다투더라도 우리 만나서 풀자.
남자의 말에 여자의 마음은 눈 녹듯 풀리기 시작한다. 어제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몰라줬는데 자고 일어나니 마음을 헤아려주는 듯한 남자가 낯설면서도 더욱더 보고 싶어진다.
둘은 여자의 집 앞 카페에 앉아있다. 서로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커피만 마신다.
-어제는 내가
-오빠는 정말
-은이부터 말해.
-아니야, 오빠부터 말해.
하필 용기 내어 말했는데 말이 겹쳐버렸다. 남자가 먼저 사과를 건넨다. 어제는 내가 너무 심했던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은이 너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는 속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오빠는 정말 결혼할 생각이 없는 거야? 사실 난 그게 제일 속상했어. 나는 결혼을 빨리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혼자 괜히 상처받고, 오해하고, 언성이 높아졌어. 혼자 많이 울기도 했어.
있는 그대로 털어놓자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지난밤, 여자가 왜 그렇게 예민한 투로 말을 내뱉었는지 머리로 이해하게 된다. 감정보단 이성이 중요했던 남자가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자는 이야기한다.
-나는 평소 사람들한테 비혼주의자라고 이야기하고 다녔어. 이유는 너도 알다시피 그때 솔직하게 터놓은 거야. 내가 챙겨야 할 가족이 있는 거 말이지. 그래서 더 결혼에 대한 마음이 사라졌던 거 같아. 은이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여태 살아온 삶 때문인 거지. 결혼에 대한 생각은 아직 변함이 없지만 은아 난 너를 정말 사랑해. 이 마음은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여자는 온전히 터놓는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지난밤 혼자서 남자를 대차게 오해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난 왜 이렇게 마음이 좁을까, 조금만 더 생각했으면 이해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괜히 자책한다. 그리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남자의 말에 수줍은 미소를 짓게 된다.
둘은 마치 늦겨울 같았다. 눈이 와도 아침이 되면 따뜻한 햇볕에 금방 녹아버리는 그런 계절. 미운 마음이 들고 오해가 쌓였지만, 솔직하게 털어놓은 까닭에 미운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다. 둘은 서로를 이해하게 됐고 받아들이게 됐다. 그 둘은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진실한 마음, 먼저 손 내미는 용기, 사랑 그 세 가지로 둘은 다시 서로를 안아줄 준비가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