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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은 Oct 28. 2024

헤어짐을 고민하다.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자신과 결혼 생각이 없다고 단정 지은 여자는 남자의 행동과 말투에 서서히 서운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남자가 친구를 자주 만나게 되면 자신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만나서 휴대전화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 본인에게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여자의 마음은 점점 부정적인 감정으로 쌓여가고 만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남자는 여자를 만나러 갈 생각이 신이 난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지 밥은 뭘 먹을지 고민하며 집을 나선다. 그런데, 여자가 좀 이상하다. 항상 미소를 짓던 여자는 무슨 일이 있는 건지 표정이 어둡다. 웃음을 지어도 어색할 뿐, 대체 무슨 마음인지 모르겠다. 남자는 자신이 실수한 게 없나 휴대전화를 켜서 메신저를 확인한다. 아무리 봐도 잘못한 게 없는 것 같다. 여자와 헤어지고 잠시 친구를 만나 고민을 털어놓는다. 

- 은이가 요즘 이상해. 표정도 어둡고 왜 그러는 걸까.

- 네가 뭐 잘못한 거 있는 거 아니야? 잘 생각해 봐. 잘 좀 하고.

고민을 털어놨지만 돌아오는 건 핀잔뿐. 남자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진다. 친구와 이야기를 마치고 들어가는 길에 여자에게 전화를 건다. 여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남자는 결국 답답한 마음에 메시지를 남긴다. 요즘 무슨 일 있어? 왜 그러는 거야 도대체. 



남자에게 전화가 왔다. 받기가 싫어 못 본 체했다. 메시지가 왔다. 일부러 티를 내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티가 났나 보다. 여자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남자가 밉기도 하고, 혼자 바보같이 끙끙 앓고 있는 모습이 서러워서 순간 눈물이 나려고 하는 걸 겨우 참았다. 남자에게 전화를 건다.

- 여보세요.

- 응 나야. 무슨 일이야? 걱정돼. 요즘 표정도 너무 어둡고 나랑 있을 때 행복해 보이지가 않아.

- 말하기 어려웠어. 사실은..

- 응 뭔데? 편하게 이야기해 줘.

- 나는 연애의 끝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빠는 나랑 결혼 생각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힘들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남자는 당황한 듯 대답 없이 침묵이 흘렀다. 그래 역시나 그런 거였지. 여자는 속으로 생각한다.



여자의 답변을 들은 남자는 놀란 티를 감추지 못한다. 행복하게 연애만 하면 됐지. 결혼이라니. 심지어 비혼주의자인 나에게 어떻게 결혼 이야기를 꺼낼 수 있지. 남자는 자신을 존중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태 말도 안 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말하는 여자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 왜 그걸 이제야 말해? 그리고 결혼이 무슨 쉬운 일인 줄 알아? 나는 너랑 이렇게 만나는 걸로 충분해. 왜 갑자기 결혼 이야기야.

- 왜 서운하냐며. 이유를 말했는데 왜 화를 내는 거야. 내가 실수한 것도 아닌데.

- 내가 언제 화를 냈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와 여자는 결국 대화가 다툼으로 번진다. 비아냥거리며 자신의 의견만 내세운다.


남자는 여자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이 쉬운 줄 아나. 결혼하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데. 서로의 책임이 쉬운 줄 아나. 남자는 이미 자신과 가족을 책임지기도 바쁘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기에 결혼을 포기하다시피 한 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진정한 사랑은 아마 없을 거로 생각한다. 그런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를 보면서 존중받지 못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동시에 여자도 자신의 말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결혼 없는 연애라니. 요즘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더라고 하더라도 어린 나이도 아닌데 연애만 한다는 남자가 답답하다. 그리고 미운 감정까지 든다. 나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감정은 부풀어진다. 이렇게 연애할 거면 왜 연애를 해. 모르겠다. 이대로는 계속 만나지 못해.



둘은 결국 날카롭게 전화를 끊고 말았다.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지, 아니면 그냥 헤어지는 게 맞는 건지 고민으로 가득 찬 상태로 말이다. 누구보다 사랑하고 이런 사람은 다시 못 만날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둘도 여느 연인과 다름없이 헤어짐을 고민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사랑 아닌 이별. 애정 아닌 미움. 이해하는 태도가 아닌 자기중심적인 태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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