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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LONDON #4

by 이 은

우리의 여행 중 마지막 런던, 이제 오늘 하루를 보내고 내일이 되면 영국을 떠난다. 오늘은 전 세계에 몇 없는 해리포터 스튜디오로 떠나기로 했다. 예전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볼 정도로 좋아했던 해리포터를 보러 갈 생각에 설렜다.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왓포드 정션 역으로 가서 셔틀을 타고 도착했다. 생각보다 안쪽에 있어 시내보다 꽤 쌀쌀했다.

해리포터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들의 사진이 입구에 커다랗게 펼쳐져 있었다. 마음이 웅장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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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촬영 장면 사진을 나열한 곳이 있었다. 마치 현장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 들면서 주디언니와 함께 어떤 장면인지 추측하는 재미가 있었다. 해리포터의 등신대는 실제 사람 같아서 해리포터 옆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현장감이 예사롭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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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그와트 식당은 실제 스튜디오를 옮겨놓은 듯했다. 실제 촬영장이었나? 다녀온 지 시간이 꽤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쨌든 상기시켜 보자면 천장이 매우 높고 크기가 엄청났다. 마치 내가 호그와트 학생이 된 것 마냥 식당을 다니고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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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 속에 나오는 다양한 트롤이나 고블린 등 여러 가지 가면도 진열되어 있었다. 소품팀의 정성을 보면서 영화 속엔 참 많은 직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소품팀뿐만 아니라 의상팀, 메이크업팀, 연출팀, 촬영팀 등 수많은 자리들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괜히 '나는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무슨 일을 하지?'라는 고민도 살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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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챙겨 호그와트로 떠나는 사진도 찍었다. 티켓 가격이 꽤 비싸지만 그럼에도 추억의 해리포터를 보러 가기 위해서는 너무 좋았던 시간이다. 사실 나보다 주디언니가 해리포터를 더 좋아하는데, 막상 오고 나니 나도 주디언니만큼 신나게 즐겼다. 만약 해리포터를 좋아한다면 시간을 어떻게 내서든 가는 걸 추천한다. 왜냐하면 나도 다시 런던에 간다면 또 가고 싶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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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버터 맥주를 마시며 해리포터 스튜디오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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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서 그런지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는 꾸벅꾸벅 졸며 런던으로 다시 돌아갔다. 다행히 런던은 햇살이 내리쬐는 따뜻한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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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 종일 굶다시피 해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랍스터를 정했다. 한국에서 랍스터를 먹으려면 큰 결심이 필요한데, 런던에 가격이 꽤 괜찮은 가게를 찾아서 가게 되었다. Buger&Lobster(Bond Street)이라는 곳인데 랍스터가 들어간 버거도 판매하고 있었다. 처음 입장할 땐 조금 불친절한 느낌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 서버들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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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책과 에코백을 구경하러 다운트(던트) 북스에 들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애정하는 에코백을 판다고 하길래 책을 구경하고 물어봤는데 아쉽게도 재고가 없어서 구매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예쁜 서점을 구경하니 '이래서 런던에 왔지. 서점마저도 참 분위기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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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영화 <노팅힐>에 나온 노팅힐 서점에 방문했다. 오늘은 영화 속 장소들을 방문하는 날인가 보다. 아침에는 해리포터, 오후에는 노팅힐. 마치 그 장면 속에 있는 느낌은 내가 진짜로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게 했다. 서점에서는 책뿐만 아니라 서점을 그린 엽서, 런던을 담은 엽서가 있어서 글쓰기 수업 사람들에게 편지를 적어줄 엽서도 다섯 장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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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운 좋게 다른 지점의 다운트(던트) 북스를 찾게 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가 조심스럽게 에코백이 있는지 물어보자 서점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넉넉한 재고를 보여주었다. 주디언니와 나는 기쁜 마음으로 각자 가질 에코백과 지인에게 선물할 에코백을 구매했다. 한국에서 런던 풍경을 들고 다닐 생각을 하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점점 해가 지면서 추위를 느낀 우리는 따뜻한 라테를 찾게 됐다. 이제 어느 정도 눈을 마주치면 "라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는 라테에 빠졌다. 라테뿐만 아니라 직원이 추천해 준 따뜻한 홍차도 함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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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옆 가게 초콜릿 집 앞에서 편지를 쓰는 다정한 남자를 보게 됐다. 기념일을 맞이했는지 꽃다발을 사들고 가는 길인 것 같았다. 꽃과 편지를 받을 상대방의 마음을 상상하니 내가 다 설렜다. 처음 온 유럽이라 그런가, 영국은 참 사람들이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었다. 저 장면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로 행복한 장면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또다시 추위를 느낀 우리는 내일 런던을 일찍 떠날 채비를 해야 해서 직원과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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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내내 아쉬움이 들었다. 숙소 앞에 놀이터에서는 강아지들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에겐 아주 특별한 여행지인 이곳이 그들에겐 평범한 일상의 한 장면이라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섭섭한 마음을 뒤로한 채, 나와 주디언니는 각자 생각에 잠기며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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