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조급해?"

인생은 숏츠가 아니니까

by myownangle

빨리빨리...! 퇴근길 유튜브 숏츠를 보는데, 스크롤을 내려도 다음 화면이 나오지 않았다. 내 흥미를 잡아챌 또 다른 콘텐츠를 빨리 보고 싶은데. 왜 안 나오냐. 내 또래 직장인들의 브이로그도 봐야 하고, 한일 커플의 연애도 봐야 하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분노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내가 너무 생경했다. 겨우 화면 하나가 안 뜬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화가 난다고? 돌이켜보건대, SNS에 몰입한 삶은 해악이 많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존감이 낮아진다거나 쓸데없는 물건을 산다거나. 근데 요즘 내가 느끼는 건 '조급함'이다.


손가락을 한 번만 휙휙 넘겨도 마치 화수분처럼 취향을 저격하는 영상들이 가득하다. 누군가가 몇 달을 공들여 만든 영상이 단 15초로 편집되어 눈앞에 등장한다. 도파민은 정점에 이른다. 그리고 그다음 영상으로 넘어가기까지 큰 공력이 들지 않는다. 또 손짓 한 번이면 된다. 문제는 그런 실시간성에 익숙해지면서 내 삶의 전반에서도 기다리는 힘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회사에서 협업 업무 관련해 메일을 보냈는데 상대가 회신이 없을 때, 예전 같았으면 하루는 너끈히 기다릴 수 있었다. 지금은 한나절만 답장이 없어도 마음이 초조해진다. 그렇다고 바로 연락을 하진 않지만 내 마음속에서 초침 소리가 미친 듯이 들리기 시작한다. 톡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말을 하면 말풍선이 움직이는데 그 말풍선 떠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답답하다. 대충 빨리 쓰지 뭘 저렇게 고민을 하나, 부정적인 감정이 먼저 솟구친다. 문제는 삶에서 기다림이 대다수라는 것.


인생 전반에서 조급함을 버리고 조금 더 여유를 찾아보려고 한다. 마음이 작아지면서 상대의 실수에도 더 민감해지고 내가 하는 일에서의 시야도 좁아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슨 숏츠 좀 본다고 그렇게까지 확장될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계산해 보니 출퇴근 시간, 자기 전 시간을 합쳐서 하루에 2시간씩은 쓰고 있었다. 습관인 줄도 몰랐던 습관이 나의 마음을 더욱 급하게 채찍질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사실 조급한 태도는 나에게 도움 되는 것이 하나도 없기도 했다. 섣부르게 빨리 내린 결정은, 또 그때 했던 말은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한 템포 쉬고 더 정리해서 전해도 되는 것들이었다. 그런 결정과 말들은 아쉽게도 뒤로 가기라거나 삭제가 안 되는 것들이었다. 세상이 나에게 더 빠른 결정과 더 빠른 구매를 요구하더라도, 세상의 트렌드를 놓치는 건 아주 어리석은 일이라고 채찍질을 하더라도 나만의 속도를 나아가고자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SNS 소비 시간 줄이기. 하루에 딱 1시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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