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의 행복은 과연 몇 시간 동안 유효한가요?
직장인들에게 가장 행복한 날, 바로 월급날 아니겠습니까? 대체로 25일이 많던데 그래서 그런지 합정에 꽤 비싼 한정식집에는 점심에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월급날을 기념해 다들 맛있는 걸 먹으러 오셨군요! 물론 그 대열에 저도 합세를 했습니다.
오늘 저는 보통의 출근 시간보다 2시간 일찍 왔습니다. 이래 저래 의견을 전달해야 할 곳들이 있었고, 최대한 제 선에서는 지연되지 않도록 하자가 업무 신조인 만큼 빠르게 소통했습니다. 텅 빈 라운지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직장인들은 무슨 낙으로 사는가?
제 눈앞에는 한강을 끼고 올라간 수많은 빌딩들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창문 한 칸 한 칸에는 또 그만큼 많은 직장인들로 가득하겠죠. 처음에는 직장인들의 낙은 월급이 주는 행복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또 그런 것 같진 않았습니다. 9시 30분에 입금된 급여는 저에게 큰 행복을 주진 못... 했거든요. 그리고 다음으로 머리를 굴려보니 각자가 키우는 존재들일까 싶었습니다.
자녀든 반려 동물이든, 보호하고 성장시켜야 하는 대상이 있는 사람들은 굳건해 보였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나를 향해 빛나는 눈빛을 보내는 존재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의 흔적은 사무실 책상 위와 핸드폰 배경화면 등 곳곳에 남아있었고요. 울화가 치밀더라도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그 작은 존재들에서 위로를 얻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저는 키우는 대상은 없는 거예요.
여행일까 싶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한 대학 선배가 시험 기간 공부 꿀팁을 알려줬거든요. 전공서적에 10페이지 단위로 젤리나 사탕을 끼워 넣는 방법입니다. 꾹 참고 10페이지 공부하고, 그 보상으로 사탕 하나 먹고, 또 10페이지 공부하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한 권을 끝낼 수 있다고 했는데, 직장인들에게 여행은 이런 의미인 것 같습니다. 무던히 재미없는 일상을 100일 정도 보내다가, 연휴를 긁어모아 가까운 해외로 슈가 떠나기. 그러고는 다시 100일을 견디고 그걸 3번 정도 반복하면 1년이 다 가는 삶.
사실 저도 그런 삶에 발 한쪽을 걸쳐 놓고 있습니다. 사랑해 마지않는 친구를 꼬셔 국내 곳곳으로 떠나고 있는데요. 서울만 떠나도 마음이 조금 편해지더라고요. 다만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울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되곤 했습니다. 재미없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니. 이게 맞아...? 해방감과 좌절감을 같이 느끼는 일이기에, 그리고 온전한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기에 여행은 두 달에 한 번 정도로 조절을 하자 싶었습니다.
그래서 돌고 돌아 제가 찾은 답은 스스로를 키우는 마음으로 살아보자였습니다. 우선 다른 생명을 키우기에는 제가 너무 부주의하고요. 식물 물 주는 것도 매번 까먹어서 달력에 미리 알림을 설정해 둘 정도니까요.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직장을 키우기 위해 애를 쓰잖아요. 퇴근하고 나면 스스로를 키워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슬랙부터 끄고요, 아웃룩도 읽지 말고요. 그렇게 세상이 뒤집어질 정도로 중요한 일이면 전화가 올 테니까요. 집에서 아빠가 맨날 회사 사람들이랑 통화하면 짜증 났잖아요. 그러니까 이제는 나한테 집중을 해봅시다!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더 써주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