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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ownangle Feb 03. 2024

EP.12 "창작자에 대한 존경이 있어요"

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콘텐츠 회사에서 일하며 가장 좋은 건, 일을 빌미 삼아 멋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특히 자신의 분야에서 수 십 년간 단련해 온 사람들을 만날 때, 마음속으로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한다. 겉으로는 당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평온한 미소를 짓지만.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 말 한마디 한 마디에서 부드러운 확신이 느껴진다. 그 세계에서만 알 수 있는 지혜를 잔뜩 품고 있는 보물상자 같다. 그러나 마음 한 켠은 어딘가 찌뿌둥했다. 


 서울에 온 지 10년째, 그중 다수의 시간은 글로 밥 벌어먹고 살았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왔다. 물론 나도 글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만, 전달자로서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기사를 쓰거나 책을 만들 때 그 안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그러한 시간을 거치면서 고유한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을 향한 존경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만드는 사람은 위험을 감수하기에 더욱 멋지다. 하나의 결과물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오롯한 고독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샤워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그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피 땀 눈물이 담긴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다. 지난한 과정에 비해 결과물은 한 입 거리다. 대중의 평가는 순식간에 이뤄진다. 의도한 바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읽힐 수도 있다. 꽃을 받거나 오물을 뒤집어쓸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비겁하게 도망가지 않는다. 나의 세계를 다시 쌓아간다. 


 창작자들의 고민을 곁에서 봐왔음에도 새해 목표로 40편의 글을 쓰겠다고 잡은 건 도망가지 않겠다는 의미다. 마음속에 깃든 부러움을 그저 부러움으로만 남겨두지 않겠다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써보겠다고.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더 크게 봤을 때 내 삶 또한 전달자가 아니라 창작자의 태도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거창해진 글의 마무리를 지어보자면 각자의 언어로 고유한 세계를 만들어가 보자는 것이다. 




Series. 20대 직장인의 뿌리 찾기 프로젝트

내 안을 채우고 있는 한 가닥을 찾아보는 과정.

그 한 가닥이 내 노잼을 뒤흔들 수 있다면.


프롤로그_ https://brunch.co.kr/@a0bd4d3b8469449/48

연재 요일 _ 화 /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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