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적당히 사랑할 결심”

애정도 자산이 되는 시대에서 살아남기

by myownangle

퉁퉁 부운 다리로 삿포로 호텔에 간신히 들어와 침대에 누웠다. ‘휴-‘ 자연스럽게 나온 한숨. 새벽 5시에 출발해 오후 늦게 도착했다. 피로가 가득했다. 그 와중에 함께 여행을 간 동료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캐릭터샵으로, 식료품점으로 향했다. 나는 숙소로 들어와서 널브러질 따름이었다. 노을 지는 삿포로 안에서 생각했다. 무언가를 마음껏 사랑하는 것이 이렇게 드물고 또 귀한 일이라는 것을.


도서전을 핑계로 부족한 체력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아예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시의 내 마음에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그걸 향해 달려갈 애정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신선한 바람이 부는 오도리공원 벤치에 앉아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거나, 홋카이도 대학 캠퍼스를 천천히 거닐며 정돈된 건물과 숲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왜 여행에 와서도 이렇게 기력이 없나‘ 속상해 하다가, 혼자 골목길을 걸으며 생각을 고쳐 먹었다. 이게 내 나름의 쉬는 방식이라고. 그 어떤 계산도, 인공적인 조명도, 천장도 없는 곳에서 가만히 걸어보는 것. 덕분에 하루에 5,000보를 넘기기 힘들던 내가 15,000보를 가뿐히 넘기기도 했고, 더부룩함이 사라졌고, 어깨는 더없이 가벼워졌다. 그저 마음 놓고 걷기만 했을 뿐인데. 이게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애정만이 가치를 갖는 시대 같다. 애정이 없으면 결과물은 중간 수준에 머무르고 쉽게 외면받는다. 반대로 애정이 최고 수준에 이르면 결과물도, 팬덤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유튜브에는 여행이 너무 좋아서 대기업을 퇴사하고 여행가가 된 사람들이 있고, 김밥이 좋아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국 김밥 일주를 떠난 사람도 있다. 그들은 그 덕력을 바탕으로 책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기업과 콜라보를 하고, 돈을 모은다.


세상은 마음껏 사랑해 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랑이 진짜인지 거듭 의심하게 하고 시험에 들게 한다. 종국에 그 사랑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을 때 많은 것들이 주어진다. 그런데 매일매일을 버거운 마음으로 사는 직장인에게는 한 톨의 애정도 쉽지 않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도 사랑하기 힘든데. 어쩌면 애정을 발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욱 힘들게 하는 걸지도.


극진한 애정을 숭상하는 시대에 적당한 애정을 찾는다. 일단 이것부터 좀 해볼게요.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이 살다 보면 무언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내 삶을 통째로 걸어도 좋을 최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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