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빨간색 에코백을 드는 이유”

생기가 필요해.. 난 네가 필요해…!

by myownangle

일주일 중 5일은 검은색과 회색 그 사이에서 살고 있습니다. 별다른 의미는 아니고요, 출근할 때 입는 옷에 색감이 점점 빠지더라고요. 의도한 건 아닌데 무난하고 깔끔하게 다니자가 1순위 목표가 되면서 재미없는 출근룩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꽤 색다른 도전을 했어요. 바로 빨간색 에코백을 하나 들였다는 겁니다.


선거일 오후 책방 ‘스토리북앤필름’ 로터리점을 찾았습니다. 비교적 한산했고요. 거기서 저는 1984 books의 책 한 권과 빨간색 에코백을 샀습니다. 강렬한 색감도 좋았고, 가방 앞 면에 새겨진 문구 “We are passionate writers”도 마음에 들었어요. 어쩌면 무채색의 일상에 의미 있는 색채를 더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이 가장 컸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회사 생활을 묘사할 때 으레 ‘회색‘이라고 표현을 하죠. 그런데 이건 단순한 외형 묘사뿐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이에요 마음. 해내야 하는 일들을 하다 보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회색의 존재… 약간의 기계가 되는 기분이고요. 사안을 마주할 때 눈앞이 희뿌연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선명하지 않은 채 안갯속에서 두 팔을 휘저으며 걸어가는 기분.


우리의 몸을 지구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중력처럼, 세상을 회색으로 느끼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혼탁해질수록 입는 옷도, 화장도 생기를 잃어가기 일쑤입니다. 다른 것들에 애정을 담고 생각할 만큼 여유가 없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이 작은 가방 하나에 희망을 담아봅니다. 그나마의 열정을 되찾아줄 거라는 믿음. 내 안의 다채로움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도 한 스푼 넣어봤습니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퇴근하고 돌아와 저녁을 맞는 일상에 뭐 얼마나 큰 특별함이 있을까요.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얼마나 대단해야 하루하루가 신날까요. 대신 그 일상에 아주 조금이나마 내 색을 담아낼 수 있는 일탈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검은색 일색인 출근룩에 빨간색 가방을 드는 것처럼요.


덧) 독자님의 일상 속 작은 일탈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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