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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진 Sep 10. 2023

도쿄의 방재: 수도권 외곽 방수로 및 이케부쿠로 방재관

2023 국가 간 청소년교류 일본 파견 ①: 도쿄의 방재 시스템 견학

2023 국가 간 청소년교류 청소년으로 일본에 파견되어 15일간의 일정을 끝냈다. 올해만 세 번째 일본 방문이었다. 좋아하는 나라인 일본에 2주라는 시간 동안 오래 머물 수 있고, 홈스테이와 같은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사실이 설레었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이번엔 '여행'이 아니라는 점이 달랐다. 

파견을 통해 15일 동안 여러 지역을 다녀오며 테마 별로 많은 것을 배웠다. 처음 도쿄에서 배운 것은 '방재'이다. '방재'란 폭풍, 홍수, 지진, 화재 따위의 재해를 막는 일을 의미한다. 이번 파견의 첫 번째 배움, 일본의 방재 시스템에 대해 배운 것을 적어보고자 한다.


* 원래 브런치 글에는 내 사진만 썼던 것과 달리 일본 파견 청소년 촬영팀의 사진을 다수 활용했다.




수도권 외곽 방수로

일본에 입국을 한 첫날은 내각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본격적인 스케줄은 2일 차부터 시작했다. 2일 차에는 사이타마현 카스카베시에 있는 '수도권 외곽 방수로'에 방문했다. 최근 한국의 날씨도 야구가 계속 취소되는 등 비가 계속 내리고, 침수와 범람의 문제도 매년 반복되는 일처럼 되어버렸기 때문에 방수로 견학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사진 출처 @국가 간 청소년교류 일본 촬영팀

먼저 다 같이 모여 앉아 영상을 시청하고, 간략한 소개를 들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수도권 외곽 방수로'란 저지대인 도쿄가 비가 많이 오는 계절에 약하기 때문에 만든 지하 홍수 방향 전환 시설이다. 범람 위기의 작은 강에서 물을 끌어와 외곽 방수로 시스템을 거쳐 큰 강으로 물을 보내는 방식이다.


옆 방으로 이동한 후 지도를 보며 색을 따라서 설명을 해주셨다. 나카가와 강, 아야세 강 등 반복되는 홍수로 고통받던 지역이 있었고, 이러한 작은 강이 범람할 상황이 되면 물을 모아서 규모가 큰 에도가와 강으로 흘려보내는 시설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진 출처 @국가 간 청소년교류 일본 촬영팀

이 시설은 1년에 약 7번 정도 사용되고 있고,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실제로 많이 줄여주었다는 것을 배웠다.


사실 내가 설명하는 글로 보면 이게 얼마나 대단할지 감이 안 올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시설은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6.3km에 달하는 길이를 자랑하며, 5개의 shaft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지속적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체 6.3km에 달하는 이 시설을 13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상황실도 보여주셨다. 상황실 자체가 신기하진 않았지만 여기서 드라마를 많이 찍는다는 점이 재밌었다. 니노미야도 여기서 드라마를 찍었길래 서진이한테 알려줬다.


설명을 들은 후에는 지하 수조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에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6.3km 전체 시설을 완공하는 데에 13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완공 후에 사용하게 되었나요?'라고 통역 분을 통해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일부 완성된 곳을 먼저 사용했다고 답변해 주셨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한쪽에 지하 수조를 만들 때 파낸 흙을 담아서 벽에 전시하고 있었다. 이 지역이 예전엔 바다였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런 흙까지 전시해 놓아서 더 신기했던 거 같다. 또 이 시설을 만들기 위해 땅을 얼마나 깊이 팠는지도 체감하게 했다.


조압 탱크와 지하 수조를 직접 가보며 그 규모를 실감할 수 있었다. 59개의 콘크리트 기둥이 물탱크의 천장을 떠받들고 있다. 이 기둥은 한 개에 500톤에 달한다. 여기서도 한 가지의 질문을 드렸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바닥이 물이 젖어 있었는데 최근에 탱크를 사용한 건지, 청소를 한 건지 여쭤봤다. 그랬더니 이때는 청소를 해서 그렇다고 말씀해 주셨다. 더불어 탱크를 사용해 강물을 저장할 땐 흙도 같이 밀려 들어오기 때문에 직접 흙도 퍼낸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AR 체험도 하고 사진을 찍는 개인 시간을 짧게 가졌다. 나는 이곳에서 통역해 주시는 일본인 선생님들께 한국의 한강공원에 있는 편의점은 부력을 이용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려드렸다. 여름이 되면 한강공원이 자주 침수되지만 편의점은 물에 뜨기 때문에 피해가 없다는 한국의 특징을 알려드릴 수 있어서 뿌듯했다. 한편으로는 한 가지밖에 알려드리지 못해서 한국의 방재 시스템에 대해 공부하고 왔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마지막으로는 안전 장비를 하고 shaft에 올라가 보았다. shaft의 규모가 어느 정도냐 하면 우주선이나 자유의 여신상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멋있게 사진을 찍는 방법도 알려주셔서 오른쪽과 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아까 본 조종실과 함께 신전 같은 물탱크도 촬영지로 활용되고 있었다. 비가 오지 않을 때엔 촬영에도 쓰이고, 투어를 진행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방수로의 존재와 의미를 전달하는 점도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이케부쿠로 방재관

첫날 일본에 도착해서 내각부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한국 측에서 혹시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여쭤봤고, 일본 측에서는 일본 스태프들을 따르면 된다는 답변과 함께 곧 방문할 방재관에서 더욱 자세히 배울 수 있다는 안내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해당 방재관이 일본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라고 알려주셨다. 그래서일까 방재관에 방문하기 전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대처법을 다 잊어버렸다는 점이 조금은 부끄러웠기에 더욱 열심히 배우기로 다짐했다.


01. 지진 체험

사진 출처 @국가 간 청소년교류 일본 촬영팀

두 팀으로 나누어 네 가지 체험을 진행했고 내가 속한 팀은 지진 체험을 가장 먼저 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어떤 상황이 일어나는지 영상을 보았고, 일본에서 발생했던 지진인 동일본대지진과 관동대지진의 규모에 대해서도 배웠다.


실제 체험을 할 때에는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과 같은 규모의 체험을 했다. 식탁 아래 들어가 머리를 직접 보호하며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식탁 다리를 잡을 때에는 지진으로 인해 식탁 다리가 들릴 수 있기 때문에 다리의 위쪽을 손으로 잡는 것이 좋다는 것 또한 배울 수 있었다. 



02. 불 끄기 체험

좌) 사진 출처 @국가간 청소년교류 일본 촬영팀

지진 체험 후에는 VR 체험을 통해서 화재 상황, 폭우 시 운전하는 상황, 지진 상황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과 대처법을 확인했다. 그 이후 불 끄기 체험으로 넘어와서 먼저 부상을 입은 이유나 소화기 사용법을 포함하여 정확한 대처법을 이론으로 배웠다.


이후 각자 소화기를 사용해 보며 ‘핀-호스-레버’의 순서를 체득할 수 있었다. 물로 채워져 있는 방재관의 체험 소화기를 직접 사용하며 실제 소화기의 무게와 사용 방법에 대해 실제로 체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제는 세 단계에 걸친 소화기 사용법을 까먹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03. 연기 체험

사진 출처 @국가 간 청소년교류 일본 촬영팀

또한 불 끄기 체험 이후 연기 체험을 하며 불길만큼이나 연기가 위험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연기 속에서 탈출하는 상황이라면 자세를 낮추고 벽을 두드리며 걸어가면서 동시에 입을 가리고 목을 보호해야 한다. 목에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연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에 모두가 있는지 인원을 확인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만약 이케부쿠로 방재관에서 배우지 못한 채로 위험 상황이 생겼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니 무척 당황했을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초등학생 때 배우는 것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는 만큼 어른이 되어서도 주기적으로 안전에 대한 대처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토시마 미도리 방재 공원

강남역 물난리, 한강공원 침수 등 한국에서도 장마철 피해가 계속되고 있으며 장마가 아니라 우기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또한 지진, 화재 등 일상 속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상황에서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웠던 기억이 꽤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케부쿠로 방재관 방문 또한 다시 한번 배울 수 있는 유익한 기회였다.


매번 여행으로 오던 도쿄에서 이런 공부와 체험을 하는 것은 조금 색달랐지만 일본의 방재 시스템을 배운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일본인 선생님들에게 한강공원의 편의점 사례를 알려주며 한국 문화를 알리겠다는 작은 목표 또한 달성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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