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삐 Oct 19. 2021

돌삐 이야기

4. 리원이 언니

 영원한 것은 절대 없다고 이야기들 하지만 사람의 온기와 향은 계속해서 마음과 기억 속에 남는다. 그것은 없어지지 않은 영원함의 일종이며 힘이 들때 나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리원이 언니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엄마와 이야기를 하며 그때의 언니 모습이 문득 스쳐 지나가 나의 마음을 데워줬다. 언니와 헤어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따스함이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이 나는 참 좋았다. 그 기억들이 엄마에게도 전해졌는지 엄마는 웃으며 이야기했다. 

“돌삐야, 그 사람 이야기를 할 때 네 얼굴에서 따뜻함이 같이 묻어져 나온다, 얘. 엄마도 그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느껴지는 것 같아.”

 맞다. 리원이 언니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동물과 사람 모두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었고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우린 그런 언니에게 구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지만 사람인지라 언니는 우리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날 언니는 우리와 밤새도록 바다를 보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사람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몰랐던 언니는 맥주 한 캔과 함께 혼잣말을 하였다.

 그 이야기를 살짝 해보자면, 그 당시 언니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함께 일하고 싶었기에 영어라는 과목을 통해 그 직업을 선택한 것이다. 그 과목을 전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영어에 재미를 붙인 만큼 아이들도 재미있게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고 한다. 언니는 매일 밤을 새우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교재 연구, 공부 등을 했고 모르는 것은 전공자에게 물어보며 더 나은 가르침을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노력을 알았던 것인지 몰랐던 것인지 누군가는 언니에게 ‘네가 이런 것도 모르는데 선생님을 할 수 있겠어?’, 라고 말하기도 하고 단어시험을 칠 때면 ‘학원을 그만 다니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도 생겼다고 했다. 사실 그 말들을 들었을 때 그냥 넘길 수도 있었지만 언니는 그 모든 것들을 넘길 수 없었다고 했다. 분명 아이들이 학원을 좋아하고 영어를 재밌어한다는 것을 그들과 어머니들에게 직접 들었지만 언니 스스로가 위축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더 훌륭한 선생님들도 많은데 내가 이기심으로 아이들을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언니는 괴로워했고 급기야 수업 도중에 공황 증세가 찾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자기 전에는 내일 아침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잠을 자지도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함께하고 싶었지만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했다.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한 후, 언니는 학부모들로부터 과외 제안을 받기도 하고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동생들도 학원에 보내려고 했었는데 그만둬서 아쉽다는 분들도 계시는 모습을 보고 언니는 많이 놀랬다. 또한 아이들이 영어를 재미있게 생각하게 되었고 기초를 탄탄히 배워 다른 학원 레벨테스트에서 칭찬을 받았다는 이야기들을 들은 언니는 비로서 안도의 마음을 가졌다. 그동안 잘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힘들어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날의 기억들로 인하여 이 일을 당분간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직업을 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니냐는 말도 있었고 그것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한 번 사는 인생, 해보고 싶은 것 다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패할 수 있다는 두려움과 걱정도 있었지만 언니는 철썩이는 파도에 그 모든 걱정들을 쓸어 보냈다. 

 저녁이 되고 바다 너머로 보이는 다리에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꽁이는 어머니가 불러 집으로 돌아갔다. 난 언니마저 떠나버리면 혼자 남게 된다는 생각에 두려워졌다. 그때, 언니가 나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바라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너가 내 친구해주면 어때? 그리고 오늘부터 우리 같이 살자."

 나는 너무 놀랐다. 그리고 동시에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집을 나온 이후로 내가 정착해서 살 곳은 없었는데 나에게도 새로운 집이 생긴 것이었다. 언니 옆을 계속 서성이던 떠돌이 고양이 냐옹이도 언니는 함께 데려갔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2번째 집이 된 대구에 있는 언니의 카페에 가게 되었다. 



이전 05화 돌삐 이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