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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iden Sep 29. 2024

[EP2.] 일본 카레

아내는 일부러 져 준거다. 아직 철없는 '나'

여전히 목 디스크와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아내를 위해 요리 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 며칠이나 지났다고 처음의 마음가짐과 다르게 밥 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진다. 어린 나이에 시집온 아내가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오늘은 아내가 평소에 해주던 일본 카레를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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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카레의 의미는 한국의 라면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라면을 일주일에 3회 정도 먹는 통계가 있다면, 일본에서는 카레를 3-4회 정도 먹을 정도로 카레에 진심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본에 엄청 다양한 카레 브랜드가 있나 보다.


사진만 보면 모두가 전문가


오늘의 카레는 영향도 소화도 둘 다 챙길 수 있는 스튜 카레이다..


우선, 일본 카레의 핵심인 양파 캐러멜 라이징을 위해서 양파를 채 썰고 완벽한 캐러멜 라이징을 위해 10-20분 정도 약불에 볶아줬다. 그리고 약불에 볶는 동안, 카레의 단맛을 끌어올려줄 당근을 잘라주고, 고기도 한입에 먹을 크기로 잘라주었다.


아직 재료 손질이 미숙한 탓에 양파를 볶으며 재료 손질을 하다 보니 양파를 다 태울 뻔했지만, 다행히 맛있게 되었다. (건강하게 해 주려고 밥 해주려다, 암세포 파티가 되면 안 된다... 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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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멜라이징이 된 양파에 고기를 넣고 살짝 볶은 다음, 고기는 잠시 빼주었다. 오래 볶으면 질겨지기 때문에 살짝 겉만 볶으라고 아내가 설명해 줬던 것 같다. 그다음 다시 당근을 넣어서, 야채 색이 조금 투명할 때까지 볶았다. 당근을 볶다 보니, 언젠가 엄마와 함께 본 아침마당이 생각났다. 당근은 생으로 먹어도 좋지만, 기름에 볶으면 베타-카로틴이 체내 흡수율이 10%에서 60% 이상 높아진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잠시 옛날 생각을 하며, 아내가 건강에 도움이 될 생각에 열심히 볶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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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가 드디어 준비가 되었다. 물 1리터와 카레루를 넣은 후, 빠르게 카레를 녹여주었다. 그리고 야채가 흐물흐물 해질 때까지 천천히 끓여주었다.


야채 가는 중~


오늘 야채 카레의 핵심은 야채를 갈아주는 거다. 야채를 갈면 먹기도 편할 뿐만 아니라, 카레와 더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았다.


도깨비방망이...? 믹서기?


이 친구의 이름이 왜 도깨비방망이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방망이로 야무지게 갈아주었다. 야채를 갈다 보니, 아내가 악기 연습하며 밥 했던 게 참 무리가 됐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일하며 공부한다고... 아내에게 피곤해지면 짜증도 많이 냈는데... 그럼에도 항상 맛있는 밥을 해줬던 아내에게 참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항상 다투면 먼저 미안하고 아내가 말했는데,

그건 누가 더 잘못해서가 아니라 아내가 나를 더 사랑해서라는 걸 이제 알았다.

사랑하니까 져준 거였다.


나는 나이만 많지 난 아내에 비하면 한참 멀었다...

 

여하튼 딴생각하며 야채를 갈다 보니 온 사방으로 카레가 튀었는데, 아내가 알아차리기 전에 빠르게 닦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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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요리로 돌아가면~ 아까 볶아두었던 소고기를 다시 넣어, 부드러워질 때까지 저어주며 끓였다. 그리고 끓이는 동안엔 마지막 토핑을 위해 가지를 튀겨주었다.



야채 소고기 카레에 튀긴 가지를 곁들인... 요리


드디어 완성.

카레 이렇게 힘든 거였나?

어떻게 주 3회 먹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맛은 내 요리가 오래 걸려서 인지 맛있다고 한다. 역시 배고프면 다 맛있다. 그래서 다음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로 해야겠다 ㅎㅎ.


다음 메뉴는 뭘로 할까?

아내가 맛있게 먹어주니, 참 다행이다



09.24.2024

요리하며 딴생각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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