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아픔?

by 친절한 햇살씨

H는 까만 피부에 눈이 참 큰 남학생이다.


이 녀석을 알게 된 것은 작년부터이다.


작년에 내가 1학년을 맡을 때, 녀석은 2학년이었는데, 내가 지나가면 친한척 반가운척을 해서 눈에 띄던 녀석이었다.


이 녀석은 우리 반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반 어떤 녀석들보다 나에게 극진한(?) 녀석이다.


수업 종이 울리면, 마중 나와서 무거운 걸 받아서 들고가고, 수업이 끝나면 문을 열어주고 교무실 문까지 따라온다.


공부를 그리 잘 하지도 못하고 어찌 보면 일명 "노는 애들" 축에 속해서 문제가 터지면 자주 불려가곤 하는 녀석이다.


근데, 녀석은 내가 수업하다가 한가지 실수만 하면 얼마나 좋아하면서 그걸 꼬투리 잡고 지겨울 때까지 놀려대는지 모른다.


그러더니, 이번엔 국어 시험을 90점 넘으면 뽀뽀를 해줘야 한다고 야단이었다. 시험 성적이 나오고 나서는 그 말이 꼬리를 내렸지만 말이다.


오늘,

몸이 무척 안좋았다.


수업을 들어갔더니, 아이들이 모두들 어디 아프냐고 물었다.


샘이 몸이 안좋아서 좀 앉아야겠다고 얘기하고 의자를 찾는데, 각 반마다 남는 의자가 하나쯤은 있게 마련인데, 아무리 봐도 빈 의자가 없었다.



이 반은 빈 의자가 없네?



쌔앰! 제꺼 드릴게요.



아냐..넌 어떡하려고.


아녜요.괜찮아요.



녀석이 자신의 의자를 번쩍 들어 내 앞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선 교실 맨 뒤쪽으로 가 서서 수업을 받았다.


교과서를 한참 읽으면서 녀석이 자꾸 신경쓰여 뒤를 보니 혼자 꿋꿋이 서서 책을 읽고 있었다.




H!~ 그러지 말고,
책상 위에 그냥 걸터 앉아.


쌤~! 그냥 두세요. 저게 짝사랑의 아픔이에요.



아이들은 모두 웃으며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


흠.

끝까지 괜찮다는 녀석을 끝까지 앉히기도 뭐해 계속 수업을 했다.


한참 책을 읽다 뒤를 보니, 녀석이 없어졌다.


두리번 두리번.


녀석은, 다리가 꽤나 아팠나보다.

맨 뒤에서 그냥 맨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짜식. 멋지단 말야.'


몸은 아팠지만, 녀석의 마음에 마음이 따뜻해져왔다.


조퇴를 하고 교문을 나서는데, 멀리서 나를 본 녀석.


졸졸 따라오더니 집에가서 푹 쉬란다.


누가 선생님이고 누가 제자인지 모르겠다.


'H~고맙다..너같은 제자만 있었음 좋겠구나.^^"



2004.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