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음 Nov 17. 2022

엄마의 하트

끝에서 피어오르는

인스타그램의 재미에 푹 빠진 엄마는 요즘,

내 모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하트를 누른다.


살짝 감추고 싶었던 내 일상과 생각을 들켰다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에, 언젠가 엄마에게 왜 자꾸 하트를 누르느냐고 짜증 아닌 짜증을 낸 적이 있었다. 엄마는 내 민망함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엄마의 조건 없는 사랑이야~ 그냥 내버려 둬~'라며 쿨하게 답했다. 그렇게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엄마를 말리지 않았다. 엄마의 행동을 말리지 않은 건, 그리고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은 건 내심 나도 엄마의 답변이, 엄마의 하트가 좋아서 그랬던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엄마의 조건 없는 사랑 덕분에 항상 내 인스타그램 스토리 모서리에선 하트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이제 내 스토리에 하트가 없으면 뭔가 허전함을 느낀다는 것. 하트가 없을 땐 엄마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심 궁금해지고, 심지어는 스토리를 읽었는데도 하트가 보이지 않으면 되려 엄마의 기분을 걱정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몇 분 뒤 다시 스토리를 확인했을 때 엄마의 하트가 보이면 그제서야 안도의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




소중한 사람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한 나는, 이런 순간이 올 때마다 문득 가슴이 시렵다. 만일 엄마의 조건 없는 사랑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어느 순간 내 스토리 모서리에서 하트가 더 이상 피어오르지 않는다면.


이제 엄마의 하트는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 되어버렸다. 잃고 싶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꽤나 사랑스럽고 슬픈 나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