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를 배운 적이 있다. 크로스핏 체육관에서 토요일마다 역도 선수 출신 선생님을 모셔와서 진행했던 수업이었다. 보통의 헬스장에서는 할 수 없는 역동적인 동작들인 스내치(인상), 클린 앤 저크(용상), 그리고 머리 위로 올렸던 바벨을 바닥으로 떨어뜨려버리는 드롭을 너무 하고 싶었고, 혼자 익히기엔 어려운 동작이었기에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의 엉성한 클랜 앤 저크(용상)
수업은 여덟 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했는데, 나는 아예 처음으로 역도 동작들을 하는 터라 다른 인원들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나는 보조해주시는 코치님의 도움으로 양쪽에 무게를 달지 않은 채로 빈 봉으로 자세 연습부터 하고 있었다.
발 너비는 어깨보다 조금 넓게, 잡는 너비는 어디에, 엉덩이를 빼고 앉아서, 몸통에 붙여서 끌어올리고, 머리 위로 올리고... 단계 단계별로 끊어서 정확한 자세를 내기 위해 느린 속도로 연습을 했다. 하나, 둘, 셋 단계별로 나눠서. 선생님은 수강생 한 명 한 명 자세를 봐주었고 이윽고 내 순서가 되었다.
"오늘 처음 해본다고 했죠? 어디 한 번 무게 달아서 해 봅시다."
"선생님, 제가 아직 자세가 정확하지 않아서 빈 봉으로 자세부터 연습하는 중입니다."
"그러지 말고 그냥 해봐요, 들어 올리는 게 중요하고, 자세는 나중이야"
나는 양 쪽에 각각 10파운드(4.5kg)를 꽂고 엉성한 자세로 스내치(인상, 바벨을 한 번에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를 시도했고, 일어나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조금의 자세 코칭이 이어졌다.
"발 너비를 조금 더 벌리고, 허리랑 엉덩이는 이렇게.."
두 번째의 스내치는 넘어지지는 않고 성공했지만, 자세가 우스꽝스럽고 엉성했다. 다시 한번 조금의 코칭이 이어졌다. 그렇게 몇 차례 스내치를 재시도했고, 엉성하지만 어느 정도 그럴싸한 자세가 나오게 되었다. 선생님은 수강생 모두를 향해 말했다.
"역도에서, 자세를 완벽히 만들고 나서 들어 올리려고 하면 끝도 없어요. 일단 많이 들어봐야 합니다. 계속해보면서 자세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나에게 맞는 자세로, 그리고 힘쓰기 더 효율적인 자세로 조금씩 고쳐가면서."
나의 엉성한 스내치(인상)
그날 수업 이후에도 매주 역도 수업을 즐겁게, 열심히 들으며 인상과 용상을 배웠다. 지금은 역도를 안 한지 오래되었지만, 운동에 대한, 또 더 나아가 삶에 대한 중요한 자세를 배웠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해 보는 것.
'바벨스쿼트'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은 지시사항을 이행하게 된다. 다리 너비는 어느 정도고, 엉덩이는 어떻게 빼고, 호흡은 어떻게 하고, 시선은 어떻게 하고... 이걸 다 하나하나 머릿속으로 그리며 동작을 수행하면 결국 부자연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모양이 나온다. 하지만 내가 스쿼트를 누군가에게 가르쳐 줄 땐 바벨 양쪽에 5kg 원판 한 장씩 꽂고 그냥 이렇게 말한다. "앉았다 일어나 보세요." 처음 하는 사람에게 총 중량 30kg는 무겁긴 하지만 실패할 무게는 아니다. 자세는 그다음이다. 그래야 자신에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하나하나 더 적합한 자세를 찾게 된다.
스쿼트는 그냥 앉았다 일어나는 것.
간단하게 생각하면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을 복잡하게 생각해서 시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한다. 자세를 완벽하게 마스터한 상태에서 역도나 프리웨이트 운동을 시작하려 한다면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사람들도 스스로 완벽한 자세라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조금씩 고쳐가곤한다. 완벽한 자세 찾기가 그만큼 어렵다.
그러니 당신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운동도 그냥 옆사람이 하는 거 보고 한번 따라 해 보고, 처음 보는 기구도 동영상 한 두 번 보고 따라 해 보라. 그다음에 더 편하고 효율적인 자세로 조금씩 수정해나가면 된다. 그냥 해 보는 것은 오히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당신도 몸무게 두 배 이상의 무게로도 운동할 수 있게 된다. 생각은 가볍게, 중량은 무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