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쉽니다. 내일도 쉽니다. 모레도 쉽니다
슬럼프와 디로딩
제목 그대로 오늘은 운동을 쉬기로 했다. 원래 휴식에 강박을 가지지는 않는다. 몸은 쉬면서 회복 중에 강해지는 것이고, 적절한 휴식이 섞이지 않은 훈련은 운동이 아닌 노동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런데 내일도 운동을 쉬기로 했다. 모레도, 그다음 날도 쉬기로 했다. 이렇게 계속 쉬면 그동안 쌓아 올린 근육량과 운동능력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스트랭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주차별로 운동 강도를 높여갔다. 점점 높아지는 중량의 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강해지는 스스로를 뿌듯하게 느꼈다. 6주 동안의 프로그램을 성실히 마치고 7주 차에는 1RM(단 한 번만을 들 수 있는 무게)를 측정할 계획을 세웠다. 계산 법대로라면 6주 차에 스쿼트 170kg으로 6회를 성공했으니, 1RM은 195kg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계획되로 잘 되지 않았다. 며칠간의 연단 과음과 몇 주간 쌓인 중추신경의 피로가 합쳐졌는지, 무기력함과 피로감이 굉장히 심해졌다. 결국 7주 차의 3대 운동 중량 측정은 완전히 망해버렸다. 평소라면 어렵지 않게 들었던 무게조차 심하게 무겁게 느껴졌고, 그래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계획한 만큼의 무게(스쿼트 190kg)를 시도하고 꼴사납게 깔리고 말았다.
좋게 좋게 생각해야지. 지금이 바로 디로딩(Deloading, 강도를 낮춘다는 뜻)이 필요한 때라 생각하기로 했다. 디로딩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이다.
보통의 운동 마니아들은 휴식을 두려워한다. 나도 그랬다. 1년 중에 일주일을 통으로 쉰 주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일주일 넘게 열흘의 휴가를 가지기로 했다. 강도를 낮추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운동에서 손을 놓기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일상에서는 디로딩을 잘해주고 있었다. 학생은 방학을 통해 휴식을 취하며 다시 공부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만들고, 직장은 휴가를 통해 리프레시하고 돌아와 의욕을 가지고 일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쉬지 않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도 연구결과를 통해 잘 알고 있으리라. 취미생활이지만 몸에 강한 스트레스를 주는 파워리프팅(스트랭스 훈련)에 디로딩은 더 중요하다. 근육은 요일별로 다른 부위를 훈련하며 휴식을 했지만 중추신경계는 계속 피로가 쌓이고 있었을 것이다. 거기에 회사에서의 육체노동과 과음까지 더했으니 여기서 강도를 더 높인 훈련을 했으면 퍼져버렸을 수도 있다.
이번 디로딩이 끝나면 다시 차근차근 프로그램대로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휴식을 통해 내가 더 강해졌는지 훈련을 쉬어서 더 약해졌는지는 봐야 알겠지만, 더 강해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