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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호 Feb 23. 2024

보험, 마음껏 아플 수 있는 자유

부모님의 보험 확인하기

엄마가 암에 걸리고도 6년이나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단연 보험이다. 

건강보험, 실손의료보험, 암보험, 간병인 보험… 엄마의 모든 보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고마웠다고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엄마는 보험 덕분에 초라하지 않은 마지막을 보낼 수 있었다.


엄마는 항상 보험료가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우리 가족의 실비, 엄마와 아빠의 암보험, 차보험, 화재보험, 무슨무슨 종류를 다 알 수도 없는 보험의 고지서들이 매달 두둑이 우편함을 채웠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엄마는 보험을 이용해 대출을 받기도 하고 도저히 낼 수 없을 지경일 때에는 해지를 했다가 또 어느새 새로운 보험 아줌마와 친구가 되어 자연스럽게 새 보험을 가입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 아줌마는 우리에게 곧 '보험이모'라는 애칭이 생기며 가깝게 지냈다.

그러다 또 월말이 오면 여지없이 "이놈의 보험, 이 지긋지긋한 보험료. 다 합치면 이게 대체 얼마야." 궁시렁 거렸지만.


그 지긋지긋한 보험이 우리 엄마를 살렸다. 엄마가 암진단을 받자마자 여기저기서 앞 다투어 암 진단금이 나왔다. 사실 그때야말로 엄마가 제일 궁핍하던 시기였는데 진단금으로 다행히 생활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중에 한 암보험은 몇 달 전 엄마친구가 갑자기 보험설계사로 취업을 하는 바람에 이 동네 아줌마들이 의리로 하나씩 가입해 준 상품이었다.

거기서 제일 많은 돈이 나왔다. 인생이란 참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이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는 감기만 걸려도 알 수 있지만 건강보험은 큰 병에 걸렸을 때야말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진료비영수증을 볼 때마다 말도 안 되는 금액이 청구되었다가 건강보험으로 대부분의 항목이 마이너스 부호를 달고 결국 내야 할 최종금액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게 훌쩍 작아진 몸집으로 나타난다.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도 계속 쌓이면 결국 부담스러워지기 마련인데 그건 일단 수납을 한 뒤 진료비 영수증을 차곡차곡 모아 우리의 '보험이모'에게 전달만 하면 된다.

그럼 보험회사에서 왜 이렇게 내 돈을 자꾸 가져가냐는 눈치를 주지도 않고 '옛다! 치료비'하고 쿨하게 돈을 통장으로 넣어준다.


세상에 마상에! 다들 우리에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 (그야 착실히 보험료를 냈으니까..)

요즘에는 핸드폰 어플로도 간편하게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다. 아프기엔 한국이 최고다. 난 무조건 늙어 죽을 때까지 한국에 살 것이다.


물론 어떤 약이나 주사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것도 있는데 그건 의사 선생님이 처방 전에 항상 말씀을 해주셨고 나머지는 다 보험이 내주고 있으니 그 정도는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있었다.

병원에서 우리가 해 볼 수 있는 치료는 다 했다. 보험이 없었으면 치료법이 있는데도 치료할 수 없거나 치료할 때마다 온 가족이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치료받지 못해서 엄마가 죽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슬프고 비참하고 괴로웠겠지.

엄마는 보험 덕분에 마음껏 아플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이건 엄마가 다 설계해 놓은 일이기도 하다. 지긋지긋해하면서도 끝까지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왔기에 받을 수 있던 혜택이다.




입원을 하면 옆 침대 환자와 친해질 때가 많은데 그렇게 스쳐 지나간 사람이 너무 많아 지금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한 옆침대 아주머니가 하신 말씀만은 선명히 기억난다.


"내가 아프기 전에는 보험료가 그렇게 아까웠어. 언제 아플지도 모르는데 매달 수 십만 원을 보험료로 내고. 보험회사 배떼기만 불리는 일을 하자니 아주 약이 올랐다고. 그런데 아프고 나니 그간 내가 낸 돈으로 누군가는 치료받고 있었구나 싶더라니까. 참 사람이 겪어봐야 알아. 난 이제 죽을 때까지 안 아프더라도 보험료 안 아까워하려고.  나 대신 누구는 치료받고 있겠지 생각하려고."


물론 보험회사가 배를 불리는 건 맞을 것이다. 또 자기 배만 불리는 엉뚱한 설계를 해놓은 보험 설계사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당해서 손해 보며 해지한 보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험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보가 워낙 많은 시대이니 아직 보험이 없다면 꼼꼼히 비교해 보고 여기저기 견적을 받아서 가입해야 한다. 요즘은 내 보험을 점검해 주고 보험 회사별 비교견적을 내 추천해 주는 어플들이 있어서 이 어플을 이용하면 좀 더 편하다. 참고로 나는 엄마가 아픈 후에 보험의 필요성을 더더욱 체감하고 이미 있는 내 보험들을 점검하려 <시그널 ***>라는 어플을 이용했다.


가입하는 방법이야 어찌 됐든 보험은 꼭 있어야 한다.

오늘 당장이라도 부모님의 보험상태를 필히 확인했으면 좋겠다. 본인의 보험도.

실비는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고 개인적으로 부모님들은 암보험, 간병인보험이 있으면 유용한 것 같다. 암보험은 암에 걸렸을 때 진단금이 나와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고 암으로 입원했을 때 입원일당이 나온다. 간병인보험은 가족들이 항상 상주해서 간호를 할 수 없을 때 보험회사에서 간병인을 보내주어서 정말 유용했다. 


우리는 엄마가 간병인 보험을 들어놓았단 사실을 모르고 처음에는 사설 간병인업체를 이용했는데 금액도 하루 15-17만 원 선으로 큰 부담이 됐고 내 경험상으로는 간병의 퀄리티도 보험회사를 통했을 때가 더 좋았다.

여유가 된다면 뇌와 심장 쪽을 보완해 두면 좋다. 우리 아빠는 술 담배를 많이 하고 고혈압이 있어서 특별히 뇌와 심장 쪽을 보완해 두었다.

또 나는 엄마가 혈액암이었기 때문에 유전력을 걱정해 나는 물론 나의 아이들까지 혈액암 관련한 보장을 신경 써 두었다.

사실 모두가 이렇게까지 하진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가족이 큰 병에 걸린 경험이 있던 나는 겁쟁이가 되어서 좀 더 신경을 써두었다.




사망 후에 받게 되는 보험금에 대해 덧붙여 조금 이야기하자면 설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암 보험, 실손 보험은 질병 사망시에 나오는 돈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 종신보험은 보통 사망보험금 지급이 주된 목적이라 그 금액이 훨씬 더 클 것이다.

엄마는 종신보험은 없었고 암보험과 실손보험에서 사망보험금이 나왔고 간병인 보험과 화재보험에서 그간 냈던 보험금의 환급금이 나왔다.

그 돈은 동생 장가갈 때 보태주려 고이 모셔두었다. 그때까지 언니와 내가 궁핍한 상황이 생겨 많지도 않은 그 돈을 탐내는 일이 생기지 않길 제발 바랄 뿐이다. (우리 삼 남매 우정 forever..)


든 엄마는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죽을 때까지 본인의 존엄성을 지켰다. 치료비 걱정하지 않고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우리 마음항상 편안했다.

내 지인 중에 보험이 제대로 없는 상태로 부모님이 크게 아프셔서 부모님께서 집을 팔아 치료를 한 적도 있다. 실화다. 당장 보험을 잘 확인하길 바란다.

이쯤 되니 내가 보험을 파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세상에서 싫은 소리, 불편한 소리 제일 못하는 나는 보험은커녕 머리끈 하나 파는 재주도 없다.

최악의 상상을 잘하는 겁 많은 친구의 오지랖 넓은 당부라고 생각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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