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장염으로 2주간 집에서 쉬는 동안에도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아직 의사소통을 영어로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에 적응하고 수업에 잘 따라갈지는 물론 화장실은 잘 갈까, 점심시간에 못 먹고 굶고 오는 건 아냐? 같은 사소한 걱정까지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한국 아이들이 워낙 많은 학교인 데다가 남편 회사 동료의 딸아이와 같은 반으로 배정되어 아이는 다행히 첫날에 대한 좋은 경험을 가지고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쉬는 시간엔 친구들과 스낵타임을 했고,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놀이터에서 뛰어놀았다. 한국에서 코로나를 온몸으로 느끼며 학교를 다녔던 아이는 당연했지만 누리지 못했던 자유와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에서 어울리는 친구들이 거의 한국 아이들이라는 것이었다. 20명 남짓 한 반에 반 이상이 한국인이었고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영어를 좀 더 자유롭게 했다면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국제 학교를 다니는 데 비해 영어 실력의 향상이 느리다는 것은 이곳 한국 학부모들 대부분이 갖는 고민이기도 했다. 물론 영어를 배우러 국제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획일화된 한국 학교의 방식에서 벗어나 풍부한 경험과 넓은 시야를 갖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영어로 수업을 하니 영어 실력 향상에 기대를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온라인 수업을 2주 넘게 하면서 영어에 대한 아쉬움은 더 여실히 드러났다. 조금 어려워도 눈치껏 알아차리거나 정 못 알아들으면 옆에서 도와주던 한국 친구들 없이 혼자 힘으로 수업을 따라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엉덩이 붙이면 '엄마~', 다시 엉덩이 붙이면 '엄마~'. 나도 아이도 힘든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국제 학교의 1년 학비는 우리 돈으로 3천~4천만 원 정도 된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남편의 회사에서는 90%의 학비를 지원해 주고 있다. 이 어마어마한 학비를 내고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니. 시간도 돈도 아까운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이도 조금씩 요령도 생기고, 나도 수업이나 과제에 있어서 포기할 건 포기하고 필수 과목이 아닌 건 가끔 땡땡이도 권하면서 어찌어찌 지내고 있다.
금요일이 되니 다음 주 온라인 수업 스케줄이 메일로 또 날아왔다.
일단 심호흡을 해보자.
짜증 내는 엄마가 되지 않기를, 아이가 좋아하는 내용이 많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