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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Lee Sep 10. 2023

갈매기 부부의 이별

주원인은 양육

예전부터, 원앙은 둘이 지내다 한 마리가 죽으며 나머지 한 마리가 따라 죽을 정도로 금실 좋은 새로 알려져 왔다. 이런 연유로 신혼부부에게 목각 원앙새 한 쌍을 선물하며 행복을 기원하는 풍습도 있다. 그러나, 동물행동학자들은 수원앙을 그다지 좋은 남편으로 보지 않는다. 옆에 부인이 있어도 틈만 나면 바람을 피우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갈매기는 한 번 연을 맺으면 긴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서로를 다시 찾는다고 한다. 번식기인 여름이 되면, 겨울 동안 떨어져 지내다가도 어김없이 같은 장소로 돌아와 이전의 짝을 찾는다고 하니 실체가 드러난 원앙의 금실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새끼를 키워낼 때도 암수가 공평하게 역할을 분담한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갈매기 부부는 거의 완벽하게 열두 시간씩 둥지에 앉아 서로 알을 품고 나머지 열두 시간은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아들이는 바깥일을 본다고 한다. 남녀평등과 책임감 있는 부모 모습의 본이 되는 동물이 아닐 수 없다.


바닷가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갈매기들은 먹이를 주면 게걸스럽게 달려든다. 그래서일까, 다른 새의 먹이도 인정사정없이 빼앗는 요란하고 공격적인 새로만 인식해 왔다. 그런 갈매기들이 새로운 면모를 알게 되자, 갈매기가 다시 보인다.


그런데, 이런 모범적인 갈매기 부부들의 이혼율이 증가추세에 있다고 한다. 주된 원인은 양육문제다. 마치 사람처럼, 한쪽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다른 한쪽이 양육의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새끼들을 성공적으로 키워내지 못하면 이듬해 여름 번식기가 되어도 연을 맺었던 이전의 짝을 다시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기사들에서, 80년생들의 이혼사유 90%가 육아문제라고 하는 것을 보았다. 독박육아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이혼을 고려할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갈매기처럼 12시간씩 형평성 있는 교대근무까진 아니더라도, 서로서로 책임을 다해주고 상대를 배려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구보다 육아가 힘들다고 말해준 박지성 선수가 얼마나 고맙던지. 체력 좋은 운동선수도 인정한 극한업무가 바로 양육이다. 묵묵히 생존을 위해 본능대로 12시간씩 알을 품던 갈매기도 꾀가 날 수 있는 게 양육이고.


주말 동안, 휴일의 양육세계에서 여러 감정을 겪었을 모든 이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가끔, 그들의 스트레스를 들어주는 이모, 고모, 삼촌과 실질적인 양육 분담에 도움을 주기도 하시는 조부모님들께도 감사 말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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