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 Lee Oct 30. 2024

가을 수업의 품격

너와 함께 느끼고 싶었어

봄에는 봄꽃에 설레고

가을에는 단풍에 설렌다.


Autumn

가을이란 단어를 배우기에 이보다 좋은 때가 있을까.

더위가 물러가나 싶으면 곧 찾아오는 추위,

그 사이 아주 잠시 머무르는

우아한 시간.




짜장 떡볶이 담겨 있던 빈 컵을 들고 현이가 들어섰다.

피아노 학원에서 할로윈 파티를 했다고 한다.


Autumn


오늘은 가을에 대해 알아볼까?

A 글자 모양으로 가을을 표현한 그림을 보여주었다.


식곤증이 온 걸까. 녀석의 눈이 풀리기 시작했다.

저런...


'나가자.'


비 맞은 잎들의 가을색은 더욱 선명했다.

현이는 까치발로도 겨우겨우 손이 닿는 곳의 나뭇잎을 갖고 싶어 했다.

녀석의 노란 조끼는 세피아 톤 가을 속에서 갓 피어난 개나리처럼 밝았다.

한 마리 병아리가 낙엽 위로 종종거리며 먹잇감을 물고 오는 듯했다.


가을비 흠뻑 맞은 잎들을

거실로 데리고 들어왔다.



WET

LEAF

LEAVES


WET LEAVES


젖었네. 잎들이 비에 젖었어.

현은, 모아 온 나뭇잎을 키친타월에 한 장 한 장 말렸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잎들을 골라 스케치북에 붙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이의 눈꺼풀이 다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다 귀찮다 밀어내고 쓰러져 잘 법도 한데...

일곱 살 현이는 꿋꿋했다.


양면테이프 붙인 잎사귀로 숲을 만들고,

연필심을 손가락으로 비벼 산모양을 만들었다.

노란 색종이로 만든 해가 완성되고 나서야

녀석은 잠시 눈을 붙였다.



전등불을 꺼주었다.

가을의 어느 이른 저녁,

어스름한 거실

현이의 잠이 더 곤하게 느껴졌다.


형과 함께 도착한 현이 엄마는,

잠든 아이가 귀여워 사진 한 장 찰칵.


가을비. 단풍. 낙엽. 나른함.

그리고

엄마품.

너의 가을 액자 속에 이 모두가 담겼다.

왠지 포근한 가을로 기억될 것 같아. 


Autumn

글자로만 배우기엔

너무 낭만적인 단어야.






* 크래프트 아이디어 출처: https://www.instagram.com/reel/DANWJMMNFQu/?igsh=NmJ0bDNlZWJoaThx












매거진의 이전글 이 한 줄 읽기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