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은 이 문장 위에 쓰였다.
어서 오세요. 책뚫기의 북라디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지난 2년간 매주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독서 리뷰 글을 써왔는데요. 자기 계발, 경제, 경영, 인문고전, 문학, 과학, 역사 등 여러 분야를 섭렵했어요. 그러면서 책이란 결국 '사람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고, 따라서 모든 책은 인간의 본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오늘은 제가 발견한 인간의 본성 중에서도 가장 핵심이 되는 문장을 소개하려 하는데요. 이 문장을 발견한 뒤로 저는 고전 읽기가 한결 수월해졌고, 책의 핵심을 꿰뚫어 삶의 통찰을 얻는 경험도 자주 했어요. 사람과 삶을 보는 안목이 깊어졌고, 끌려다니던 삶에서 이끌어가는 삶, 다시 말해 주인공의 삶을 살게 되었어요.
그 핵심 문장이 무엇인지 궁금하시죠? 제가 발견한 핵심 문장과 그 문장으로 다시 바라본 세상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책뚫기의 글을 오디오로 즐겨보세요]
독서를 하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바로 우주에는 두 종류의 시간이 있다는 거예요. 두 종류의 시간이란 원형의 시간과 직선의 시간이에요.
먼저 원형의 시간은 끝없이 반복하고 순환하는 시간이에요. 예를 들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오는 계절의 순환이 그렇죠. 따라서 원형의 시간에서는 어제가 오늘이기도 하고, 또 작년이 올해와 다를 바 없어요. 더 나아질 것도, 더 나빠질 것도 없이 그 자체로 온전한 시간이죠.
반면 직선의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 순으로 흘러가는 시간이에요. 과거는 이미 지나갔기에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여러 가능성으로 열려 있죠. 직선의 시간에서는 미래로 갈수록 무엇이건 새롭고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데요. 인간의 시간은 유독 직선의 시간이래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카레닌’이라는 반려견이 등장해요. 카레닌은 원형의 시간 속에서 때가 되면 일어나고, 산책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요. 끊임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매번 새로운 듯 열렬히 살아가죠. 카레닌처럼 자연 속 대부분의 생물은 원형의 시간 속에 살아가는데요. 이런 삶을 자연스러운 삶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인간은 달라요. 우리는 영원히 반복되는 시간을 저주처럼 느끼죠.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면 정신병에 걸리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인간은 직선의 시간 속에 살아가기 때문인데요.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특이한 동물이죠. 다시 말해 인간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성장해야만 하는 숙명을 타고났어요. 따라서 자연의 흐름과 별개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성장하는 삶을 인간스러운 삶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문장이 바로 제가 2년간 독서 끝에 찾은 핵심 문장이에요.
‘인간의 시간은 직선이다.’
다른 생물과 달리 유독 인간의 시간은 직선인데요. 이 말 한 번 들어보세요.
“너는 영원히 지금 같을 거야.”
”네 자식은 영원히 지금 같을 거야.”
기분이 어떠신가요? 왠지 모르게 불쾌하지 않나요? 곱씹을수록 저주처럼 들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만약 반려견 카레닌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떨까요? 열렬히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영원히 반복된다니 무척 기뻐하지 않을까요?
그럼 이 말 한 번 들어보세요.
“너 진짜 갈수록 멋있어진다! 볼수록 새롭고 멋진데?!”
“어쩜 네 자식은 볼 때마다 멋있어진다?”
기분이 어떠신가요? 기분 좋지 않나요? 곱씹을수록 입꼬리가 올라가기도 하고요.
그런데 반려견 카레닌이 이 말을 들으면 어떨까요? ‘더 멋있어지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지? 이상한 소리를 하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정리해 볼게요. 인간의 시간은 직선이에요. 우리는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존재예요. 따라서 어제보다는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기대하는데요. 그래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못할 때 우리는 희망이 없다며 좌절하고 우울해져요. 다시 말해 인간에게 희망이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상태’를 뜻하고, 인간은 희망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라는 거예요.
대한민국은 경제 선진국이라고 하죠. 그런데 왜 청년 세대들의 불안과 불행이 깊어질까요? 제 식대로 설명하자면, 희망이 없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보다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부모 세대보다 잘 살기는 어렵겠다.’는 생각 때문이죠. 물론 지금 청년 세대가 과거의 세대보다 훨씬 많은 것을 누리는 건 사실이지만, 아무리 풍족해도 인간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해요. 인간에게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삶은 절망이기 때문이에요.
다른 생물과 달리 인간은 직선의 시간 속에 살죠. 특히 출근과 동시에 직선의 시간 속에 들어가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부단히 애를 써요.
하지만 직선의 시간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어요. 바로 병과 불행이죠. 직선의 시간에 중독되면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돼요. 그 결과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기고 건강을 잃게 되죠. 예를 들어 자연인들을 보면 대개 사업에 실패한 분들이 많은데요. 이는 직선의 시간에서 큰 상처를 입은 자연인이 원형의 시간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할 수 있어요. 성장 압박이 없고, 그 자체로 온전한 원형의 시간 속으로요.
유독 인간만이 직선의 시간 속에 산다고 했는데요. 달리 말해 직선의 시간은 인위적이고 작위적이라는 말이기도 해요. 본래 우주는 물리 법칙대로 순환하는, 그 자체로 온전한 세계죠. 그러나 인간은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명확하게 구분하고 ‘현재는 부족해’ ‘미래는 더 나아져야만 해’라는 착각 속에 살아가요. 그 결과 열정, 사랑, 증오, 분노, 행복, 불행, 선악 등을 만들어 내고 이를 진실이라 믿어요.
이와 관련된 책 구절을 소개해볼게요. 먼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속 한 구절입니다.
“당신도 그 비밀,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비밀을 강물로부터 배웠습니까?”
이어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속 한 구절을 읽어드릴게요.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노자의 ⟪도덕경⟫이나 불교 경전 등도 원형의 시간 위에 쓰였는데요. 이 책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대개 다음과 같아요.
인간이 느끼는 모든 괴로움과 불행은 직선의 시간 때문이다.
그런데 직선의 시간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직선의 시간이 허상임을 깨달으면 모든 괴로움과 불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책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어요. 하나는 직선의 시간 위에 쓰인 책으로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말해요. 개인 차원의 성장을 다루기도 하고, 사회나 국가 차원의 성장을 다루기도 하죠. 한 마디로 ‘성장하려면 이래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들이에요.
다른 하나는 원형의 시간 위에 쓰인 책으로 직선의 시간이 허상임을 깨달으라고 말해요. ‘꼭 성장해야만 하는가? 성장해야만 행복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죠. 그리고 성장 압박에서 벗어나면 나와 네가 다르지 않다고, 우리 모두 연결된 존재라고, 우리는 그 자체로 온전하다고 답하는 책들이에요.
그런데 어쩌다 인간은 직선의 시간이란 착각 속에 살게 되었을까요? 답은 의외로 간단한데요.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에요. 인간은 과거와 현재에서 파악한 패턴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도록 진화했어요. 그 덕분에 인류는 먹이사슬 최상위에 오르게 되었죠. 따라서 인간이 직선의 시간 위에 사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에요. 가장 강력한 생존 전략을 어떻게 포기하겠어요?
그런 점에서 참 딜레마예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성장하는 직선의 시간에만 살자니 번아웃으로 건강을 잃고, 반대로 원형의 시간에만 살자니 무의미함과 우울감에 빠져요. 결국 우리는 직선과 원형의 시간 사이의 조화와 균형을 찾아야만 해요.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말이 있어요. 둘 다 사랑해서 하는 건데 연애와 결혼은 도대체 뭐가 다를까요?
질문을 드려볼게요. 먼저 연애는 원형과 직선의 시간 중 어느 쪽에 속할까요? 잠깐 멈추고 생각해 보세요. 제가 생각하기에 연애는 직선의 시간에 속해요. 연애란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관계이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어느 한쪽이 더 나아지려는 노력을 멈추는 순간, 또는 현상 유지만 하려는 순간 사랑이 식었다고 표현하죠.
그럼 결혼은 원형과 직선의 시간 중 어느 쪽에 속할까요? 잠깐 멈추고 답을 생각해 보세요. 제가 생각하기에 결혼은 원형의 시간에 속해요. 때가 되면 일어나고 밥을 먹고 출근해요. 퇴근 후에도 비슷한 루틴을 매일 반복하죠. 사랑이 더 깊어지기를 바라기보다 서로가 서로의 안식처나 휴식처가 되어줘요. 만약 결혼 생활마저 직선의 시간에 속하면 직장은 물론 퇴근 후에도 성장 압박을 느끼느라 몸과 정신이 망가질 거예요.
또 다른 질문을 드려볼게요. 우리는 왜 반려 동물을 키울까요? 제가 내린 답은 반려 동물 덕분에 원형의 시간 속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동물들은 인간과 달리 원형의 시간 속에 살아가요. 매일 똑같은 루틴을 매번 새롭다는 듯 열렬히 살아가죠. 그런 반려 동물과 함께하면 덩달아 우리도 원형의 시간 속에 들어가게 되는데요. 덕분에 성장 압박이나 불안, 어떠한 부족함도 없는 그 자체로 온전한 시간을 누리게 돼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혹시 여러분의 자녀가 “나 자연인이 될래.”라고 말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또는 스님이나 신부님, 수녀님처럼 종교인이 되겠다고 하면요? 선뜻 박수를 쳐주기 어려운 묘한 거부감, 불쾌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왜 그럴까요?
인간은 직선의 시간 속에 살 때 인간답기 때문이에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노력하고 성취해서 보다 새롭고 탁월한 존재가 되는 삶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이죠.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좋은 차를 사고, 좋은 집을 사고, 복스러운 아이를 낳고... 그런데 자녀가 자연인이 되겠다고 말하는 건 이 모든 것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예요. 직선의 시간, 즉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자연의 품으로 가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시간은 직선이다. 인간은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기를 꿈꾼다.’
제가 오늘 소개한 이 문장은 인간의 본성을 담은 핵심 문장인데요. 그런데 우리는 무엇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걸까요? 그리고 언제 ‘더 나아졌다!’고 느낄까요? 다시 말해 우리가 원하는 성장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요? 궁금하시다면 다음 영상을 기대해 주세요.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인데요. 어떠셨나요? 재미있으셨나요? 그렇다면 구독과 좋아요로 제 마음도 뚫어주세요.
지금까지 책뚫기의 북라디오를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봐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