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이야기

차가운 심장이 갖고 싶어

옛날, 옛날.

차가운 심장을 갖고 싶은 소년이 살았습니다.

소년은 화가 났습니다.

여인을 떠올릴 때마다 심장이 뜨거워지고,

콩, 콩 소리가 들릴 정도로 

시끄럽게 뛰었기 때문이지요.

소년은 여인을 생각하면 뜨거워지는 심장이 

부끄러웠습니다.

소년은 여인을 떠올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떠오르는 기억만 가지고도

심장은 빠르게 뛰고, 뜨거워지곤 했습니다.

소년은 차가운 심장이 갖고 싶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여인이 소년의 마음을 알아버릴 것이 분명했습니다.

소년은 눈보라가 날리고,

찬바람이 부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곳에 웅크리고 앉아,

심장이 차가워지길 기다렸습니다.

소년은 마지막으로 여인을 떠올리며,

심장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굵은 눈물 한 방울이 

차갑게 식은 소년의 뺨 위로 흘러내렸습니다.

다음 날, 소년이 웅크리고 앉아 잠든 자리에만 

눈이 녹아 있었습니다.

소년은 사라지고 없었지만,

그 자리엔 작은 서리꽃 나무 새싹이 돋아나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