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국방기획과 전력발전업무에 관해 설명했다. 이는 산 전체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제부터 산 내부로 들어가 조금 더 구체적으로 하나하나씩 살펴본다.
선행연구 개요
합참에서 소요가 결정되었을 때, 소요를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를 방위사업청에서 구상하게 된다. 이때 먼저 하는 업무가 선행연구이며, 방위사업청 출연기관인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서 수행한다. 이러한 선행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방위사업청은 소요를 구매할 것인지 아니면 연구개발할 것인지를 판단하여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한다. 선행연구에서는 다음의 14개의 조사분석 항목을 검토한다.
1. 소요분석 및 적정성 판단, 2. 운용요구서 검토, 3. 통합체계지원요소 식별, 4. 국방과학기술수준 조사, 5. 국내 연구개발 및 구매 방안, 6. 시험평가 방안, 7. 상호운용성 확보 가능성, 8. 총 수명주기 비용, 9. 비용 대 효과, 10. 절충교역 관련사항, 11. 중소기업 우선선정 품목 지정대상 검토, 12. 국산화 전략 및 민군 기술협력 분야, 13. 수출가능성, 14. 방위산업 파급효과
소요량, 운용개념 및 작전운용성능(ROC) 검토
소요로 제기된 요구 수량 및 작전운용성능(ROC) 등의 타당성을 따져보는데, 이때는 해당 소요군과 함께 토론회를 통해 논의한다. 토론을 위해서 제기된 소요에 대한 사전개념연구 자료, 정보본부 및 합참의 분석자료 모두가 활용된다. 예를 들어, 장거리지대공유도탄의 요구 수량이 얼마라고 제기했을 때, 토론을 통해 천궁이나 신궁 등 항공기 위협 대응 체계가 충분하여 요구 수량을 축소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유도로켓이 있는데, 운용개념상에 건물내부 타격이 없기 때문에 건물내부 타격과 관련한 작전운용성능의 일부를 삭제할 수도 있다.
체계분석 WBS(Work Breakdown Structure)
WBS란 작업분할구조의 줄임말로, 전체 일을 쪼개어 세부적으로 나누어 논 구조를 말한다. 이러한 WBS 분석을 무기체계에 적용하여, 해당체계의 6단계의 세부적 구성품목까지를 분할한다. WBS를 통한 체계분석으로 세부적인 품목과 기술을 식별할 수 있으며, 식별된 기술 중 핵심기술 요소(CTE)는 해당 체계의 기술 수준을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작전운용성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체계를 우선 유사체계를 기반으로 조사한다. 관련자료는 국방기술품질원이나 업체, 국방과학연구소, 정출연 등에서 수집할 수 있다. 유사체계 기반 WBS 작성이 되면, 해당 기술별로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현황을 조사한다. 이를 통해 품목카드를 작성하고, 주요 핵심기술(CTE)를 식별하여 기술카드를 작성한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핵심기술이 선정되면 뒤에 나오는 TRA 평가를 통해 기술 성숙도를 판단한다.
기술성숙도 평가 TRA(Technology Readiness Assessment)
TRA란 WBS로 식별된 핵심기술요소(CTE)가 어느 정도 성숙되어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기술의 성숙도를 판단함으로써, 미성숙 기술들로 인한 사업일정 지연이나 비용증가, 목표달성 실패 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TRA를 통해 분석하여 나오는 것이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로 해당 기술의 성숙단계 지표가 된다. TRL은 총 9단계로 구분되는데, TRL 1~4까지는 실험실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기술 수준이다. TRL 5~6은 야전과 유사 운용환경에서 유사한 또는 제한된 성능을 발휘하는 체계모델이나 시제품 수준을 말한다. 여기서 유사 운용환경이란 자연적 환경이 아닌 인위적으로 구성된 시험환경을 말하고, 체계모델이란 시제품을 위해 사전 제작되는 모형 등을 말한다. TRL 7~8은 실제 운용환경에서의 요구성능을 만족하는 시제품이며, TRL 9는 바로 임무에 투입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TRA는 TRL 판단을 위해 활용하는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실시하는데, 체크리스트 충족 80% 이상이면 해당하는 TRL단계를 충족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TRL 단계에 따라 무기체계 연구개발 추진전략이 결정된다. TRL 4 미만이면, 실험실 단계 수준으로 핵심기술 연구개발사업으로 성숙도를 끌어올린다. TRL 4 이상이면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의 탐색개발단계에서 시작하며, TRL 6 이상이면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의 체계개발 단계로 진입한다. 만약 TRL 7 이상이면, 바로 양산단계로 넘어가 초도양산이 이루어질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한다.
비용 분석
소요가 결정되고 사업추진이 이루어졌을 때, 양산까지의 예산이 뒷받침되는지를 예측 분석한다. 비용 분석에는 공학적 분석법과 모수 추정법이 쓰인다. 공학적 분석은 WBS를 통해 세분화된 각각의 부품 획득 비용을 모두 합산하여 총비용을 추정하는 것이다. 이때 개발예상기간, 양산기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여 추정한다. 초도양산이 이루어지고, 군에서 운영하는 기간과 후속양산이 이루어진 뒤 모든 양산이 종료되는 시점까지의 운영유지비도 함께 분석한다. 예를 들어, 천무 유도탄 운영유지비를 추정할 경우, 비슷한 체계인 현무를 활용하여 추정할 수 있는데 현무 정비부대의 5개년간 수리부속비 실적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여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모수 추정은 정해진 전산모델(PRICE)에 파라미터를 입력하여 산출하는 방법이다. 공학적 추정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 공학적 추정이 어려울 경우 활용하는 방법이다.
효과 분석
무기체계의 효과는 크게 직접효과와 간접효과로 구분하여 평가한다. 직접효과 평가는 전투 및 운용 측면에서 임무수행에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사용함에 있어 호환과 편의성 등이 있는지를 평가한다. 간접효과 평가는 기술 및 경제적 파급 측면에서 기술 축적, 경제 및 고용창출 효과, 국외 수출 효과 등을 평가한다. 이러한 각 항목의 평가결과는 정량화하여 나타내는데, 이를 위해 사전에 해당 전문가의 설문을 통한 항목별 가중치를 산출한다. 예를 들어, 어떤 무기체계의 작전효과에 있어 무장성능과 기동성능 중 어느 것이 중요한가의 전문가 설문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통해 무장성능은 가중치 0.5, 기동성능은 가중치 0.3을 부여하는 식이다. 이러한 가중치를 통해 항목평가 결과를 수치화하여 표기한다. 수치화된 항목을 모두 비교 분석이 가능하도록, 동일한 기준으로 다시 환산하여 지수화한다. 예를 들어, 국내연구개발 방안의 효과 지수가 0.5이고, 국외구매 방안의 효과 지수가 0이면, 국외구매에 비해 국내연구개발 효과가 0.5배 높은 것으로 분석한다.
정리하면, 선행연구를 통해 작전운용적인 측면을 검토함과 동시에, WBS를 통한 핵심기술 요소(CTE) 도출과 그 기술의 성숙도(TRL)를 판단하여 국내연구개발이 가능한지를 분석한다. 비용대 효과를 분석하여 최종적으로 국내연구개발이 좋은지, 아니면 구매를 통해 획득하는 것이 좋은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분석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방위사업청에서는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하고,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