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중소진단학'으로의 발전
현재는 실무 중심의 방법론에 불과하지만, 향후에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중소기업 육성에 필요한 방산생태계 전반을 진단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방산진입을 꿈꾸는 기업들과의 소통을 위한 도구가 되고, 국가기관의 정책적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되길 기대해 본다.
현장에서 싹튼 방법론
방산중소진단방법론은 거창한 이론서가 아니다. 단지 방산 진입을 꿈꾸는 기업들과의 대화에서 비롯된 일종의 실천적 메모에서 시작되었다. 정해진 지침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교과서적인 기준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기업을 하나하나 만나며, 이들이 마주한 벽이 무엇인지, 왜 많은 기업들이 의지를 갖고도 끝내 진입에 실패하는지를 하나씩 확인해 가는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그것은 이론이나 문서보다도 현장의 언어와 표정에서 힌트를 얻는 일이었다. 그렇게 생겨난 이 방법론은 단순히 진입 가능성을 점검하는 도구를 넘어, 기업과 함께 길을 찾기 위한 소통 과정에 가깝다.
진단을 통해 구조를 성찰하다
반복되는 진단과 처방의 어느 순간, 단지 기업만을 들여다보는 데 그치지 않고 방산 생태계 그 자체를 되비추기 시작했다. 왜 이 기업은 준비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기회를 얻지 못했는가? 왜 어떤 제도는 오히려 기업의 의지를 꺾는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진단은 기업의 상태를 정리하는 동시에, 방산 제도의 맹점을 드러내는 거울이 되었다. 중소기업이 마주한 문제는 단순한 '내부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방산시장이라는 제도적 구조와 운영 방식의 문제이기도 했다. 이 과정을 통해 진단은 점점 하나의 사유 방식으로, 하나의 해석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현상 뒤에 감춰진 구조의 원인을 읽어내고, 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누락되거나 왜곡된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진단의 또 다른 목적이 될 수 있다.
지식 체계로 나아가는 흐름
방산중소진단방법론은 단순한 체크리스트나 지원가이드의 역할을 넘어, 하나의 유기적 지식 체계로 발전하고자 한다. 기초진단, 역량진단, 진입진단이라는 삼중 구조는 단순한 분류법이 아니라, 기업의 현재 상태와 잠재력, 그리고 제도적 수용 가능성을 다층적으로 읽어내는 분석틀로 작동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 축적된 진단 데이터는 사례연구로 전환되고, 개별 기업의 성공과 실패는 유형화되어 실천 모델로 정리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흐름 속에서 정책제안과 제도개선의 논거가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진단은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지는 손이면서 동시에, 방산육성 제도를 가장 정밀하게 관찰하는 눈이 될 수 있다.
학문이 된다는 것의 의미
그렇다면 '학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그것은 단순히 이론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을 가지는 일일 것이다. 현장을 기반으로 하되, 현장에 매몰되지 않고, 반복되는 사례 속에서 공통의 원인과 구조를 추출하고, 이를 정제된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방법론을 넘어 '방산중소진단학'으로의 발전은, 방산진입 실패의 구조적 기원을 파고들며, 제도와 정책, 시장과 관계의 얽힘을 분석하는 깊은 안목을 요구한다. 이는 곧 경영이나 정책, 방위사업 관련 기존 학문과 교차지점을 가지면서, 방산육성이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고유한 좌표를 세우는 작업이기도 하다.
학문의 탄생은 현장에서
이 방법론이 학문이라 부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통계적 기반도, 실증연구도, 이론적 체계도 미완이다. 하지만 학문의 출발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현장의 언어를 버리지 않고, 현장의 고민을 이론으로 옮겨내고, 다시 그 이론이 현장에서 검증되고 수정되는 순환이 지속될 때, 학문은 비로소 살아 있는 체계가 된다. 방산중소진단방법론은 바로 그 순환의 과정을 거치려 한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개념화하고, 개념을 도구화하고, 도구를 다시 실천으로 환원시키는 과정. 이 모든 것이 반복될 때, 지금의 방법론이 하나의 독립된 지식 체계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아직은 미완이고, 검토해야 할 질문이 더 많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기업과 시장을 함께 진단하고, 제도를 분석하며,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지식 체계가 되는 것이다. 언젠가 이 방법론이 방산중소진단학이란 이름으로, 단지 기업을 진입시켜 주는 기술이 아니라, 방산 생태계를 성찰하고 혁신하는 담론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이 방법론이 가야 할 궁극의 길이며,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