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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Dec 20.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38)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 말 정육사

6월 20일

#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시아버지와 단수 높은 대화는 할 수 없고 하지만 대화를 해야 시아버지의 정신상태를 알 수 있고 뇌가 활동을 할 것 같아 짓궂게 어린아이들과 대화하듯이 누구를 좋아하느냐고 묻고 싶어졌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런 질문을 독일 부모들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나: "내가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며느리예요?"
시아버지: "아니!"
나: "그럼 우술라예요?"
시아버지: "아니 그 애도 아니야"

오늘은 심통 난 어린아이처럼 화가 나서 이유도 없이 아니 소리만 한다. 그리고 우리가 보기에 병든 이후로는 안 하던 욕도 잘한다. 옆에서 앤디가 아버지의 대답이 듣고 싶어서 거든다.  

앤디: "아버지, 기옥이한테 좋아하는 며느리가 아니라고 그러셨죠? 그래서 기옥이가 화가 났어요"

시아버지"유치하기는! 내가 기옥이를 약 올려 주려고 일부러 그런 건데"


6월 21일

# 말 정육사

 

아들 앤디가 아버지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체조를 하자

시아버지: "아야! 아야! 기옥이더러 하라고 그래, 너는 말 정육사야"
앤디: "말 의사라고요?"
시아버지: "말 의사는? 말 정육사란 말이야. 기옥이가 마사지를 더 잘하니 기옥이더러 하라고 그래"

어떤 의사한테 그 의사가 말 의사 같다고 하면 그것은 그 의사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감정이입이 없고 환자를 거칠게 대하는 그런 의사를 보고 말 의사라고 하거나 그냥 동물의사라고 한다. 말을 진료하는 의사는 말을 어떻게 다루든 말이 불평을 하지 않으니 거칠게 다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생긴 말일 것이다. 하지만 말 정육사는 당연히 말 의사보다 더 부정적인 말이다. 정육사는 동물을 잡는 사람들이니 동물 사정을 봐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지금 아버지는 자기 아들이 말 의사도 아니고 말 정육사라고 함으로 아들이 마사지하는 데는 부적합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앤디: "말 정육사요? 아버지는 나를 존중하는 맘이 전혀 없어요"
시아버지: "네가 나를 그렇게 다루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앤디: "그럼 나도 기저귀 안 갈아 주고 간호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게 할래요"
시아버지: "쳇, 그런 식으로 나한테 압력을 넣는다고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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