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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옥 Dec 16. 2021

파란 눈 시아버지, 우리 집 아이 (32)

독일 속담: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6월 1일


나: "가게에서 집에까지 오는데 우산이 없어서 다 젖었지 뭐예요"
시아버지: "그러니 네가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지"
나: " 아! 글쎄 말이에요. 내가 설탕으로 만들어졌더라면 내가 다 녹고 없어졌겠죠?"
시아버지: "그러면 나는 며느리가 없게?"
독일 사람들은 비 맞아도 괜찮다는 말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나: "내가 집에 온 지 삼십 분 됐는데 벌써 내 이름을 몇백 번 부르는 거예요? 내가 조용하게 살게 두면 안 되겠어요?"
시아버지 : "나는 너를 너무 좋아해!"
엘리: "나 집에 가서 우리 집 강아지, 알파, 먹이 줘야 해, 나 갔다가 또 올게"
시아버지: "알파는 나보다 낫네! 나도 배가 고픈데"

아이들 앞에서 냉수도 못 먹는다는 옛말이 꼭 이런 때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엘리 할머니가 가고 나서, 

시아버지: "너희들 내 몸을 자꾸 돌려 눕혀야 해, 그래야 내 몸에 욕창이 안 생기지"
나: "맞아요, 환자들 몸을 자주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하지만 환자도 환자 나름이지요 당신은 툭하면 베개와 등이나 엉덩이 밑에 있는 쿠션을 꺼내 끊임없이 바닥으로 떨어뜨리니 다 소용없어요"

정말이다. 욕창이 생길 것을 우려해 아버지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놓고 쿠션을 엉덩이나 허리 쪽에 넣어 몸의 한 부분만 몸의 무게를 지탱하지 않도록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아버지는 어느새 쿠션들을 빼내 바닥으로 집어던져 우리의 노력은 거의 언제나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오후 늦게 언제나 같은 짧은 헤어 스타일을 하는 날씬한 여자 헬가가 왔다. 

헬가: "당신 집에서 보살핌을 잘 받고 계시죠?"
시아버지"그렇고 말고! 난 불평할게 하나도 없어 , 아암 하나도 없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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