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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호 May 17. 2024

방황

그 남자의 횡설수설



요즘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잘 써지지 않는다는 말은 글 쓰는 게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른 말로 하면 글 쓸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글은 소설을 의미한다. 그래도 소설가라 칭하고 있으니까. 사람이 뭔가를 하려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는데, 요즘 이게 힘들다. 그래서 제목만 적어 놓고 채 다섯 줄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아니 제목조차도 맘에 들지 않는다.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한 계간 문예지에 단편소설 하나씩을 올리고 있다. 이번 여름호 마감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도 작품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 문예지에 만큼은 매 호 작품을 올리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통 글이 써지지 않으니 답답하였다. 사실은 지난 호에도 이미 써먹었던 것을 재탕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 써서 올리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만 마감일이 코 앞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이번 호는 그냥 건너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어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한참 생각 하다 제목을 '편지'라 적었다. 그러고는 멍한 눈으로 텅 빈 화면과 반짝이는 커서만 응시하였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려니 눈이 시고 찔렸다. 눈을 감았다. 눈감은 김에 뭐라도 끄집어내자 싶어 기억의 저편을 억지로 더듬어 보았다. 마침내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왜 그 장면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다. 결코 달갑지 않은 기억이었는데. 그래도 덕분에 머릿속에서 짧은 스토리가 엮어졌다. 그 장면에서 시작하는. 똑똑똑똑 자판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날 단편소설 한 편의 초고를 완성하였다.


다음날, 노트북을 열고 전날 써두었던 초고를 살펴보았다. 문맥을 다듬고 스토리도 조금 바꾸고 오탈자도 확인하고. 덮어 두었다가 오후에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그리고 제목을 '은설과 오백 원'으로 수정하였다. 물론 편지가 나오기는 하지만, 앞에 써 두었던 '편지'라는 제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스토리였기 때문이다.


역시 글은 마감이 임박해야 나오는 모양이었다. 손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노려본 덕분에 새 단편소설 하나를 쓰게 되었다. 원고 마감 하루 전, 작품을 메일로 송부하고 노트북을 닫았다.




요즘 전자책 한 권을 준비 중이다. 브런치의 강가 작가님 도움을 받고 있다. 회사 다닐 때 베트남에서 근무했었던 경험을 전자책으로 만들려고 다. 전에 브런치에 올렸던 글들인데, 브런치에서는 해당 글들을 모두 회수하고 다시 다듬고 있다. 한창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다 마주하게 된 위기상황 그리고 갈림길에서 선택이었고, 거기서 정말 많은 것들을 느끼고 경험하였기 때문에,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작년에 단편소설집을 내고 나서 매년 작품 한 권씩 내는 것을 목표로 삼았는데, 어쩌면 올해는 이 전자책으로 대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소설책을 내는 게 목표인데, 요즘같이 생각만 많아지고 글이 손에 잡히지 않으니 그 꿈이 점점 요원해지는 것 같다.


나그네가 길을 가다가 길을 잃었을 때, 어떻게 하여야 할까? 그냥 보이는 길로 가야 할까,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그냥 주저앉아야 할까? 그럴 땐 잠시 멈춰 서서, 왔던 길도 되돌아보고 주변을 살피면서 서있는 곳이 어딘가를 파악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여야겠다. 요즘 내가 길을 잃었지만, 잠시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찾는 중이라고. 그리고 그 방향을 곧 찾을 거라고. 그러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그런 의미에서 조용한 노래나 한곡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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