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사정이 생겨서 가을 농사는 포기했습니다.
7월 24일
이제 7월 말이니 슬슬 봄, 여름 가꿔온 텃밭을 갈아엎을 때가 되긴 했다. 8월이 되면 갈아엎은 텃밭에 부족해진 지력을 보충한 뒤 가을 농사를 시작하는 게 수순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어렵게 되었다.
열흘 전 무릎 수술을 했다. 봄부터 시작해서 내내 괴롭히던 무릎 통증이 결국 연골 파손으로 결론이 났고, 앞으로 6주간은 꼼짝없이 보조기구를 찬 채 무릎은 딱 15도까지만 구부릴 수 있는 신세가 되었다. 다시 말해 가을농사는 물 건너갔다는 것이다. 그러니 올해 텃밭 농사는 이제 끝난 셈이다.
돌이켜보면 석 달 동안 요긴하게 써먹긴 했다. 매주 싱싱한 상추는 한 바구니 가득 뜯어왔고, 조그만 자투리 땅에서 대충 씨 뿌린 열무는 무럭무럭 자라 김치 담가 먹었고, 밋밋한 흰쌀밥에는 완두콩과 강낭콩을 얹어서 알록달록 심심치 않게 먹었고, 부추 부침개는 심심한 주말 오후의 안성맞춤 간식이 되어 주었다. 고추 장아찌와 깻잎 장아찌는 식탁 위에 항상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반찬이 되었고, 비트랑 오이로 만든 피클은 새콤한 걸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이었다. 방울토마토는 저녁 먹고 입가심하기 좋았고, 찐 옥수수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밤에 집 앞 벤치에 앉아 맛깔나게 뜯어먹으려 벼르고 있었지만, 다리가 이 모양이니 야무진 꿈은 잠시 접고 식탁에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뜯어먹는 걸로 만족하자!
가을의 풍성한 수확은 물 건너갔으니 아쉬운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어쩔 도리가 있겠는가!
건강한 몸으로 내년에는 더 큰 수확으로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그럼 올해도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