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관문, 출퇴근 시간 맞추기
육아휴직 7개월 차에 퇴사한 후, 아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 전업맘으로 지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살림에도 재능이 없었고, 육아도 생각처럼 잘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역시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육아를 하면서, 과거 마이크를 잡고 강의했던 수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과연 그때 올바른 조언을 했던 걸까? 실전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함부로 조언을 했던 것은 아닐까? 결국, 전 직장 동료들에게 "나는 다시 돌아가도 부모 교육은 못할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론적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남의 인생에 쉽게 조언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부모 교육보다 교직원 연수가 더 편했던 것일 수도 있다.
아이와 함께한 2년.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흘러갔다. 제법 자기주장이 강해진 아이와 매일 지지고 볶고 하는 일상이 버겁기도 했지만, 나름 행복했고 너무나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을 생각하면 평화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내 삶은 이렇게 엄마라는 이름으로 끝나버리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 모두 아이를 낳고 전업주부로 살아오셨다. 시대적 흐름을 고려하면 당연한 선택이었겠지만, 두 분 모두 다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결정을 해야만 했다. 육아로의 공백기 2년, 더 이상 그 기간이 길어지면 다시 일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에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래, 나는 밖으로 나가야 하는 사람이야!
마침 퇴사했던 직장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아달라는 연락이 왔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던 시기라 타이밍이 좋았지만, 문제는 출퇴근이었다. 프로젝트의 특성상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재택근무 병행이 가능할까요?”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재택근무는 어렵다"였다.
순간 고민이 많아졌다. 하지만 나는 제의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맡길 수 없을 것 같아요."
9 to 6 근무를 하려면 아침 7시 반에 집을 나서야 했고,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저녁 8시가 될 터였다. 그렇게 긴 시간 아이를 맡길 곳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렇게 긴 시간 아이와 떨어져 있을 자신이 없었다. 주 1~2회라도 재택근무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 섭섭함과 서운함이 뒤섞인 감정이 밀려왔다.
'나를 못 믿는 건가? 내가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데.. 아니면, 나는 이제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건가?' 아쉽지만 단념하던 찰나 친한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차라리 근무 시간을 조율해 보는 건 어때?"
"그게 가능할까요?"
"재택이 어렵더라도, 근무 시간을 조정해서라도 네가 다시 일을 했으면 좋겠어."
마침 남편의 회사에서 자율출퇴근제가 도입되었고,
우리는 등하원 도우미 없이도 근무 시간을 맞추기 위해 ‘월화수목금 등하원 테트리스’를 시작했다.
계산 끝에 나는 주 40시간 중 30시간 정도 근무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회사는 이를 허용해 주었다. 연봉은 근무 시간에 맞춰 조정하는 것으로 합의했고, 그렇게 나는 2년 만에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