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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엄마의 이중생활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절대 하지 않을 것들..

by 소금라떼

회사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있으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냥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그 삶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새로운 역할을 맡은 후, 비로소야 자기 인식이 확실히 되는 느낌이랄까.. 나는 일정 시간 이상은 바깥에 나가야 하고, 내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엄마가 되고 나서는 내 자유의지가 줄어들면서 점점 좋은 엄마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1. "제발 빨리 크게 해 주세요"라고 소원했던 것

걷고, 말하게 되면 매일 반복되는 이 일상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점점 커가는 아이를 보며 가는 세월을 붙잡고 싶어진다. 창밖을 보며 부러움에 빠져 있던 그 순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지나고 나서야 뼈저리게 깨닫는다.


너무 작고 소중해서 한 품에 쏙 들어왔던 그 시절.
아장아장 걸으며 바깥세상을 탐색하던 그 시절.
'양말'을 '마뇽'이라고, '쪽쪽이'를 '쩨쩨'라고 부르던 그 시절.
아이의 머리맡에 코를 대면 세상 그 어떤 향수보다 향기로웠던 아가 냄새가 나던 그 시절.

그 순간들이 너무 그립다.

- 2021. 1월 사직서를 쓰고 가만히 아이를 바라보며 끄적인 메모 中


2. 육퇴 후 맥주와 와인을 즐긴 것

누군가 지금 나처럼 살고 있다면, 당장 멈추라고 말하고 싶다.

55 사이즈의 강박증이었던 나는 어느새 육아의 보상심리로 야식을 선택했다. "출근도 안 하는데 뭐 어때", "낮에 많이 움직였으니 괜찮겠지"라는 자기 합리화 속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다. 아이를 재우고 온 집안을 정리한 후, 남편이 정성스레 따라주는 와인과 맥주 한 잔. 그 밤에 먹는 골뱅이 소면이 어찌나 맛있던지. 골뱅이는 먹지도 않는 남편의 요리 실력은 늘어갔고, 나는 늪에 빠져들었다.

혹시 누군가 지금 이런 패턴을 즐기고 있다면, 당장 그 와인 잔과 맥주잔을 내려놓고 따뜻한 차를 마시길 바란다. 그때의 습관이 쌓이면 나중에는 웬만한 운동과 노력으로도 돌이킬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참고로 나는 그것들을 되돌리기 위해 고비용의 강도 높은 PT를 받고, 요가를 했지만 아직도 그전 사이즈로 돌아가지 못했다.


3. 너무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한 것

아이가 잘 때, 엄마도 자야 한다. 이건 진리이자 명언이다.

유아교육을 전공했고, 부모 및 교사를 위한 교육 기획과 놀이 자료 개발까지 했던 나에게도 실전 육아는 결코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론서대로 자라지 않는다. 물론 아동 발달에는 일정한 방향성이 있지만, 얼굴이 다 다르듯 발달 속도와 기질도 모두 다르다. 머리로는 알면서도 감정과 행동은 따라주지 않았다. 사소한 일에도 고민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일에 불안을 느끼며 맘카페를 들락거리고, 전문가를 찾았다.

나는 '좋은 엄마 콤플렉스'에 빠진 사람처럼 육아서를 탐독했다. 신간 육아서가 나오면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고, TV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는 한 회도 빠짐없이 시청했다. 유튜브 육아 채널도 섭렵했다.

아이가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아토피 전문가의 채널을 찾아 헤맸고, 수면교육, 성장통, 이앓이, 교구, 서적 등등, 나는 밤새 '좋은 엄마 되기 프로젝트'에 매진했다. 하지만 그렇게 밤을 새우다 보면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온전한 에너지를 쏟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불안만 커져 갔다. 나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그 노력은 나의 불안을 키웠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아이를 재우고, 집안을 정리한 후, 카페인이 없는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마음 챙김 명상을 하고 잠들 것이다.

완벽한 엄마가 되려 애쓰기보다,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한 나 자신을 위로하며 따뜻한 휴식을 취할 것이다. 좋은 엄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아이들에 밝은 미소를 자주 보여주는 엄마라는 것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리다.


사진 출처 : UnsplashHu 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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