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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첫날, 아이가 아프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이에게 엄마의 빈자리는 스트레스였을까, 우연이었을까

by 소금라떼 Mar 24. 2025


엄마 회사 갔다 올게. 엄마 다녀와서 우리 더 재미있게 놀자!

"응!" 하며 씩씩하게 끄덕였지만.. 26개월 아이가 정말 그 말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아이의 입장에선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늘 곁에 있어야 할 엄마가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침마다 볼통한 두 볼에 격하게 볼을 비비며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시원하게 쭉쭉이 다리 마사지를 해주던 엄마의 따스한 온기, 엄마 냄새를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엄마보다도 훨씬 잘 놀아주는 아빠가 있지만 아이에게는 그래도 단연 엄마다. (남편 미안)

그 이유가 뭘까? 종종 생각해보곤 한다. 

아빠는 수염이 까칠해서? 엄마 냄새가 더 좋아서? 아니면 엄마 뱃속에서 나왔다는 끈끈함? 소속감?

이유가 무엇이든 아이는 아빠가 질투 날 정도로 엄마를 더 좋아하는 게 팩트다. 


복직 첫날 아침, 아이는 온 우주의 힘을 끌어모아 "엄마!"를 찾았고, 걱정 말라고 큰소리쳤던 남편은 땀과 사투를 벌이며 겨우 어린이집 등원 미션을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걸려오지 말았어야 할 시간에 그곳에서 전화가 울렸다. 바로 어린이집이었다. 오후 2시인데 어린이집에서 왜?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더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혹시 무슨 일 있나요?" 

"어머님~ 나나가 갑자기 열이 오르네요. 잘 놀았고, 감기 증상도 없는 데 열만 올라요"

"네??? 아빠가 지금 집에 있어요. 빨리 가보라고 할게요!" 

이런 상황을 미리 예감이라도 한 걸까?

남편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연차를 냈었다. 어린이집에서 연락을 받자마자 어린이집으로 달려가 아이를 데리고 소아과로 향했다. 코로나일까?(당시는 2022년 6월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아니면 단순 감기? 장염? 

그런데, 참 이상하다.

기침도 없고, 콧물도 없고, 설사도 하지 않는다. 
어떠한 증상도 없이 오직 고열만 있을 뿐. 


병원에서는 배에 가스만 조금 차 있을 뿐 특이한 소견이 없다고 하셔서 일단 해열제를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날 밤, 아이의 열은 39.5도까지 정말 무섭게 올랐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숫자에 놀라 119에 전화해서 의료상담을 요청했다. 아이를 낳고 알게 된 사실인데 119에는 위급한 상황에 환자를 이송하는 일뿐만 아니라 의료 상담도 가능한 서비스가 있다. 밤늦은 시간 병원문은 닫혔고, 위급한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이 불가할 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다. 


   "아이 열이 39.5도인데 제가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요.. 지금 응급실로 가야 할까요?"
   "해열제 먹이셨나요? 30분 동안 지켜보신 후 열이 지속되면 바로 응급실로 가시는 게 좋아요."

  

 다행히 아이는 해열제에 반응을 보여 급하게 응급실은 가지 않고 미온수 마사지를 하며 밤을 지새웠다. 내 욕심이 너무 컸던 걸까... 어린이집 적응도 무난했고, 엄마가 회사에 가게 거라고 이야기하며 나름 준비시켰던 것 같은데, 아이에겐 스트레스였을까? 아님 그저 우연히 복직일과 겹쳤을 뿐인 걸까.. 두렵고 복잡한 밤이 지났다. 


결국 아이는 열이 잡히지 않아 다음 날 병원에 입원했다.


 "선생님,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해주세요!" 


병원에서는 코로나, 독감, 아데노 등등 고열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모든 검사를 다했지만 어떤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 증상도 없는 고열은 오르락내리락 4일째 반복되었다. 남편은 아이 곁을 지키느라 내내 연차를 냈고, 나는 복직 이튿날부터 병원에서 출퇴근을 했다. 다행히 5일째부터 열이 내리더니 39도 이상으로는 오르지 않았고, 저체온 증상과 함께 6일 차에 열꽃이 피며 상황은 종료됐다. 병원에서는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열꽃이 피었으니 이제 괜찮을 것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소용돌이 같은 일주일이 지나갔다. 

엄마의 복직은 단순한 출근이 아니라, 아이와 엄마 모두의 큰 변화였다.

그 작은 몸이 얼마나 애썼을지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려온다. 



[사진 출처. https://unsplash.com/ko/사진/흰색과-주황색-디지털-장치-ySeNTXtc0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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