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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안 되는 사람이 된다는 것

시간 앞에 작아진 나

by 소금라떼


한마디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집에서는 엄마의 부재로 울부짖는 아이, 회사에서는 주 40시간, 9 to 6 근무체제에서 주 30시간만 근무. 그것도 관리자의 직급으로. 말 그대로 '파격 복귀'였다.

나의 연봉은 내가 회사에 출근하는 시간에 맞춰 조정되었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건 동료들의 시선이었다. 비슷한 처지의 워킹맘들 앞에서조차 나는 어쩐지 조심스러웠다.

왜일까?

그건 단지 연봉과 근무시간의 비례 문제만은 아이였다.

어쩌면 그들도 나처럼 더 짧은 근무시간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누군가의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복직 이후 동료들의 반응은, 아직도 헷갈린다.

부러움이었을까?

'나도 아이 낳으면 그렇게 할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였을까?

기혼이지만 아이가 없는 동료, 아직 결혼 전인 후배들까지.

오랜만에 마주한 그들의 질문은 어떤 건 돌직구였고, 어떤 건 조심스러웠다.


“와, 정말 부러워요! 저도 아이 낳으면 연봉 줄이더라도 일찍 퇴근하고 싶어요.”
"책임님이니까 회사에서 허용해 주신 거겠죠?"
"혹시 「육아기 단축근무제도」 활요하신 건가요?"


나도 처음 듣는 질문에 당황했지만, 대답은 빠르게 나왔다.

그렇지 않다고.

**「육아기 단축근무제도」**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둔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단축하여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그때만 해도 우리 회사에서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한 직원은 내가 알기로는 한 명도 없었다. 나 또한 이 제도를 활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애초에 회사에서 근무 시간을 조정해서라도 일할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고 난 후에야 알아보니, 나는 이 제도의 대상조차 아니었다.「육아기 단축근무제」는 동일 사업장에서 6개월 이상 근속한 근무자만 신청할 수 있다. 결국 경력단절 여성이 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9 to 6 근무를 최소 6개월은 해야 한다. 그 6개월 동안, 아이는 누가 돌보지?

내가 그 제도의 빈틈을 알게 된 건, 경험하고 나서였다.

육아를 위해 떠났던 자리는, 다시 돌아와도 완전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주 30시간 근무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회사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비슷한 연령대 자녀를 둔 동료가 근무시간 조정을 받을 수 있었고, 그 후에는 육아 중인 후배들이 '육아기 단축근무'를 신청해 4시에 퇴근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들이 정말 나로 인해 시작된 것인지, 단지 타이밍이 맞았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예외'의 자리에 머물며 더욱 성실하려 애썼다.

누군가에겐 혜택으로 보일지 모를 이 근무 방식은, 나에겐 매일을 버텨야 하는 이유가 됐다.

점심시간은 간단한 간식으로 때우기 일쑤였고, 간단한 컨펌과 소통은 퇴근 후 버스 안에서 패드로 처리했다. 아이를 재우고 난 후에야 다시 컴퓨터를 켜 팀원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나면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드는 날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리고, 재입사 6개월째 되던 날.

갑작스럽게 복통이 찾아왔다.

처음엔 단순한 피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내게는 처음 있는 일이 벌어졌다.

하혈.

몸이 먼저 무너졌다.


사진 출처: Unsplash의 Aron Visu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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