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모시스의 등장과 델타 중립 파밍
테라는 Cosmos SDK(코스모스의 블록체인 개발 툴)로 만든 블록체인이다. 코스모스(Cosmos)의 철학은 이더리움처럼 스마트 컨트랙트를 도입하지 않고, 독립적인 기능을 하는 앱 체인들을 코스모스 허브에 IBC(Interblockchain Communication)로 연결하여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테라는 아직 릴리즈가 되지 않은 CosmWasm(Cosmos WebAssembly) 가상 머신을 마개조하여 테라에 적용시키고 스마트 컨트랙트를 지원하였다. 덕분에 테라는 코스모스 생태계에서 디앱(Decentralized Application; DApp)을 지원하는 최초의 블록체인이 되었고, 그 덕분에 많은 빌더들이 테라의 생태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코스모스 생태계에 한 가지 큰 변화가 생기게 된다.
2021년 6월 19일, 오스모시스(Osmosis)라는 이름의 앱체인이 코스모스 생태계에 등장하였다. 오스모시스는 코스모스 생태계에 존재하는 코인들을 서로 교환하는 탈중앙화 거래소(Decentralized Exchange; DEX)를 앱체인으로 구현하였다. 사실 진작에 나왔어야 했던 필수 어플리케이션이 이제서야 등장한 것이다. 오스모시스 덕분에 코스모스 생태계에 존재하는 코인들을 서로 교환할 수 있게 되었고, 디파이 썸머와 함께 코스모스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오스모시스도 큰 주목을 받고 성장하게 되었다.
여담이지만, 오스모시스는 코스모스 생태계에서 등장해야 할 명분과 필요성이 너무나 컸고 이름도 정말 잘 지었다. cosmos와 비슷한 이름에, 반투과성 막을 기준으로 농도에 따라 용매가 이동하는 '삼투압' 현상을 의미하는 osmosis라니! 코스모스 생태계 위의 탈중앙화 거래소라는 것을 이름을 통해 정말 잘 드러낸 것 같다. 심지어 2021년 9월에 방영된 오징어 게임 드라마에서도 ㅇㅅㅁ가 등장할 정도로(?) 많은 시그널들이 ㅇㅅㅁ의 부흥을 예견하고 있었다.
거래소에서는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 코인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코스모스 생태계에는 변변한 스테이블 코인이 없었다. 아니, 테라에 엄청난 스테이블 코인이 하나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테라는 코스모스의 철학을 따르지 않고 신체를 마개조한 불경스러운 블록체인이었기 때문에 코스모스 허브에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UST를 오스모시스로 가져올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스모시스는 스테이블 코인이 필요했고 테라는 UST의 사용처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코스모스 허브를 건너뛰고 오스모시스와 테라가 직접 IBC로 연결되어 UST가 오스모시스로 유통되게 된다. UST가 오스모시스 내의 다른 변동성이 있는 코인들과 거래 쌍을 이루게 되면서 많은 UST가 테라에서 유출되게 되었고, 테라와 오스모시스는 동반 성장하게 된다.
그 와중에 테라에서는 무위험 파밍 전략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말로 델타 중립(delta neutral)이라고 하는데, 플랫폼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발행되는 토큰들을 큰 리스크 없이 빨아먹는 전략이다. 미러 프로토콜에서는 합성 자산인 mAsset의 발행과 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UST를 담보로 mAsset을 발행해서 시장에 매도하여 2주 동안 숏 포지션을 유지하는 사람에게 미러 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토큰인 MIR 토큰을 분배했다. 이때, 만약 mAPPL에 대한 숏 포지션을 잡은 사람이 시장에서 같은 양만큼의 mAPPL을 매수한다면 이 사람은 mAPPL의 가격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mAPPL에 대해서 델타 중립 포지션을 취할 수 있다. 즉, mAPPL의 가격에 상관없이 MIR 토큰에 대해 이자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디파이에서는 유동성을 제공하여 거버넌스 토큰 이자를 받는 행위를 이자 농사(yield farming)라고 부른다). 여기서 수익률을 더 높이는 방법은 mAPPL을 매수하고 UST와 함께 유동성을 공급하여 추가적인 이자 수익을 얻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자 수익은 늘어나지만 mAPPL에 대해서 완벽한 중립 포지션은 아니게 되는데, 그 이유는 비영구적 손실(Impermanent Loss; IL)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IL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유튜브 링크(https://www.youtube.com/watch?v=7EeZIDNXT3E)로 갈음하겠다. 여기에 더해서 앵커 프로토콜에서 UST를 예치하면 유동화된 토큰인 aUST라는 토큰을 받을 수 있었는데, 미러 프로토콜에서 aUST를 담보로 mAsset을 발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1) 앵커에 UST를 예치하고, 2) 미러에서 유동화된 aUST를 담보로 mAsset을 발행 및 매도하고, 3) 시장에서 mAsset을 매수하고, 4) mAsset과 UST를 페어로 묶어 수익을 극대화하는 식의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퀀트 트레이더나 헷지 펀드들이 테라 생태계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유동성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참고: https://medium.com/@0xSpartan/delta-neutral-trading-strategy-using-mirror-and-anchor-nfa-1a0ff88b3334)
* 참고로 델타 중립 포지션은 파생된 자산(mAsset)의 가격이 일정 범위 내에서 변동할 때 유효한 전략이다. 만약 그 자산의 가격이 폭등하면 청산을 당해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자산 가격의 급격한 변동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2021년 12월, 성장을 거듭하던 테라는 블록체인 상에 예치된 자산의 총 가치(Total Value Locked; TVL)를 기준으로 BSC(Binance Smart Chain)를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블록체인이 되었다 (1위는 당연히 이더리움이었다). 테라에는 단 13개의 어플리케이션이 총 $20B, 그때 당시 한화로 24조 원 정도의 자산이 예치된 데 반해 BSC는 225개의 어플리케이션이 $16.7B, 약 20조 원 정도의 자산이 예치되었다. 단순히 어플리케이션의 개수와 TVL만 비교해 보아도 테라의 어플리케이션들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고 강력했었는지를 예상할 수 있다. 그 당시 이더리움에는 $155.7B, 약 187조 원의 자산이 예치되어 있었지만 이 기세라면 테라가 이더리움도 따라잡을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실제로 테라는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생태계로의 진출을 꿈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