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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음 Feb 18. 2022

4장. 틴다야, 마녀들의 산

에두아르도 치이다의 한이 서려있는 틴다야 프로젝트


틴다야는 카나리아일랜드의 푸에르테벤투라 섬에 위치한 높이 401M의 산이다. 원래 식민지 전 원주민들이 성지로 여긴 산으로 지금도 신성한 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Magic, Witches's Mountain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허허벌판에서부터 시작한다. 산을 오르기 전 뒤를 돌아보니 건너편에 있는 산이 멀끔하게 참 잘생겼다.



표면이 엄청 건조하고 나무 없이 선인장만 있는 이런 이색적인 풍경의 산은 한 번도 오른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별명이 삼각산 날다람쥐인 만큼 등산에는 자신이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따라서 서울 강북구 삼각산(북한산)에 자주 올랐다. 영국에서는 적어도 한 달에 한번 런던 교외로 등산을 하러 갈 만큼 하이킹을 좋아했다. 그런 나에게 "산"이라는 개념은 공기 좋고 초록 초록한 곳이었는데, 이 독특한 산은 나의 개념을 전복시켰다.


 에두아르도 치이다와 그의 프로젝트 도안. ⓒARCHIVO.


틴다야는 에두아르도 치이다(Eduardo Chillida) 빼놓고서는 얘기할  없다. 스페인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그는 자신의 예술작품에서 "공간" 대한 사유를 굉장히 중요시했다. 그는 틴다야 산 중간에 공간을 만들어 산 자체를 예술조각으로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환경운동가들과 주민들의 반대로 틴다야 프로젝트는 지연되었다.



그의 최대 꿈이었던 틴다야 프로젝트의 완성을 보지 못한  2002 8 19 세상을 떠났다. 나는 틴다야를 떠오르면 에드와르도 치이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든다.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를 마음에 품은 예술가의 열망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틴다야는 산이 지반이 약하고 표면이 매우 건조해서  가운데에 공간을 뚫고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직접 사진 찍어온  부분들이 에드와르도 치이다의 프로젝트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어떤 공사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마녀의 장난이었을까. 우리는 왜인지 모르겠으나 길을 잃었다. 표지판도 없고, 등산로가 아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약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상한 기운이 도는 곳이다. 염소가 산다고는 하는데, 보지는 못했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었지만 A가 다시 내려가자고 난리를 쳐서 어쩔 수 없이 끝까지는 가지 못하고 하산했다.

거의 정상이었는데 아쉽다.



올라오는 건 쉬웠는데, 내려가는 것이 조금 위험하고 힘들었다. 토끼처럼 쭈그리고 내려가는 A가 너무 웃겨서 웃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별로 높지 않은 산이라서 별 걱정 없이 등산했는데, 지반이 건조하고 부스러져서 많이 미끄러웠다.



하산을 하고 지친 우리를 큰 선인장이 반겨주었다. 이 섬에서는 이런 자이언트 선인장을 길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나중에 꼭 키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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