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궁금한 거... 맞아?

귀가 먹먹해지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혼자 있고 싶어요

by MINA


아이가 꼬물꼬물 꼬물이 일 때는 언제 말을 하게 될까? 기대감에 벅찼다. 옹알이 하나만 해도 '엄마라고 한 거 같은데?', '응 대답한 거 같지 않아?'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남들보다 늦은 말 트임에 우리 부부는 조금 늦는 것일 뿐이지 문제가 없을 거라며 서로를 다독였지만, 나는 아이에게 말을 많이 해주지 않아서 말이 늦는 건 아닌지, 내가 좀 더 노력했으면 벌써 말을 하고 있었을 텐데 라며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기우였던 걸까? 아이는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말이 정말 폭발하듯 늘었고, 새로운 단어를 쓰거나 한자어를 사용할 때는 '이런 상황에 쓰는 말인지 어떻게 알았지?!'라며 감탄했다. 아이도 할 수 있는 말이 많아져서 그런지 한시도 쉬지 않고 쫑알쫑알 해댔고, 늘어난 말수만큼 궁금한 것도 많아진 것인지 눈에 보이는 것 하나하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이 냉장고는 왜 회색이야?"

"음.. 엄마가 회색 냉장고를 샀으니깐?!"

"왜 회색 냉장고 샀어? 여기 옆에는 왜 까만색이야?"

"엄마가 냉장고를 살 때에는 거의 회색 냉장고밖에 없었어. 냉장고 옆에는... 글쎄... 냉장고 만든 사람이 까만색으로 해놓은 거 같은데?!"

"왜 까만색이야??"

"음...... 이거 만든 사람이.. 까만색이 좋았나 봐?"

"왜에??????"

"(후...^^:;) 그건 나도 모르지~"

"나도 까만색 좋은데"

"치니는 왜 까만색이 좋아?"

"아빠가 까만색 좋아하니까 나도 까만색이 좋아"

"치니는 연두색, 초록색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연두색, 초록색도 좋은데, 까만색도 좋아!"

"아~ 우리 치니 까만색도 좋아하는구나!"


"엄마! 여기 이 책에 곰돌이 눈이 왜 이래?"

"곰돌이? 곰돌이 눈이 왜?"

"곰돌이 눈이 왜 이래??"

"곰돌이 눈... 이... 왜??(대체 곰돌이 눈이 어떻다는 거지??) 이상해??"

"곰돌이 눈 왜 이렇게 떴어?"

"응..?? 음... 친구들 보고 반갑고 신나서 그런 거 같아"

"아~ 그렇구나!"


하...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일까?라는 생각 속에서 최대한 성심성의껏 대답을 해주려고 노력을 해본다. 하지만 한바탕 폭풍 같은 질문에 답을 하고 난 뒤에는 기가 쭈욱 빨리고 만다. 겨우 그 자리를 벗어난 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아이는 책을 읽어달라며 또 쪼르르 달려온다. '그래, 다른 것도 아니고 책 읽어달라는데, 책은 읽어줘야지. '라며 몇 장을 읽어주다 보면 또 같은 패턴의 질문이 이어진다.


"엄마, 토리(토끼)는 왜 신발 안 신었어?"

"동물들은 신발 안 신어도 돼"

"왜?"

"발바닥이 튼튼해서 안 아파. 괜찮아"

"나는?"

"너는 맨발로 밖에 나가면 돌멩이만 밟아도 아야 하니까 신발 꼭 신고 다녀야지"

"그럼 꿀이(돼지)는?"

"꿀이(돼지)는 사람이야? 동물이야?"

"동물!"

"그래서 신발 안신은 거야"

"아~ 그렇구나!"

"근데 여기 늑대는 왜 신발 신었어?"

"...(어?! 진짜 신발이네.. 망했다 어쩌지).. 아! 그거는 신발처럼 보였지? 신발이 아니라 늑대 발인데 까만색이라 신발처럼 보이는 거 같아"

"아~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는 대체 어디서 배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답변 뒤의 리액션은 '아, 그렇구나'로 끝난다. 저런 질문의 늪에 빠져 책을 한 권을 겨우 다 읽어주고 나면, 이번엔 다른 책을 읽어달라며 조른다. 여러 답을 해보다가 늘어난 스킬이라면 내가 역질문도 해본다. 매번 먹히지 않는 스킬이라 자주 쓰면 낭패다. 질문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아 밥을 해야 한다며 뽀로로를 보여주고 그 자리를 탈출한다.

그렇게 한숨 돌리고 나서 저녁 준비를 하다 문득, '대답 좀 해주면 되는데... 엄청 어려운 것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해진다. 우리 아이 월령만큼의 어릴 적은 아니지만, 나의 유년기에 엄마한테 물어보면 항상 '잠시만, 이따가 얘기해. 엄마 지금 너무 바빠.'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순간이 기억난다. 상처로 남았다기 보단 섭섭했다랄까? 하지만, 그때의 나보다 더 어린 우리 아이는 오죽할까...


아이에겐 엄마는 그저 정답이고 우주일 텐데, 엄마가 외면한다 생각하면 얼마나 섭섭하고 속상할까.라는 생각에 집안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다시 놀아주러 갔을 땐 이미 아이가 뽀로로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을 때다. 뽀로로를 더 보겠다고 울고불고 하니 편하다고 웃어야 할지 엄마가 놀자는데 싫다는 말이 섭섭하다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이가 던진 질문의 늪에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들어간다. 똑바로 대답을 못했다간 더 많은 질문 폭격과 짜증, 삐짐이 돌아오니 항상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다만,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숨 쉴 시간만큼만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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