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같은 새생명이지만 나는 산후 우울증과 예민함 때문에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아이는 귀엽고 예쁘지만 나는 마음이 전혀 상관이 없었다. 하나님이 아이는 주셨지만 기쁨을 주지 않으신 것이었다.이것저것 다 해봐도 마음이 회복되지 않는 것을 보고 이런 게 우울증이라는 거구나 싶었다.병이 든 것이다.
아이를 쳐다봐도 이 아이도 언젠가는 늙어 할아버지가 되겠지..그리고 죽겠지.이런저런 생각으로 허무해지고 쓸쓸해지기 일쑤였다.
남편은 이런 나를 힘들어 했고 나도 형벌같은 우울증이라는 병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결혼하면 원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더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버지의 핍박밑에 있던 때가 더 행복했다는 자각이 밀려왔다. 결혼을 무를수도 없고 친정엄마는 이혼해도 안 받아 줄 거라고 강경하게 나를 반대했다.내 건강과 안위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고 이혼해도 부양해줄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만 확인시켜 주셨다.
시어머니의 관심과 지나친 간섭으로 점점 시댁과 갈등이 심해지던 아이 백일 무렵 나는 우연히 책을 한 권 만나게 되었다.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이라는 책이었다. 아이를 재우고 이지성 작가의 책을 읽느라 밤을 세웠다.자기계발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작가의 글에 설득되는 게 좋았다.
몇 날 몇일 책을 읽느라 밤을 세웠다.
살 떨리게 행복하다는 느낌을 처음 알게 되었다.이지성 작가와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우울증에서 벗어나 책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된 그 환희.아이를 재우고 갖게 된 나만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