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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Dec 05. 2023

건강은 아플 때, 챙기는 것이 아니다.

건강의 비결

 50대 남자 환자가 잔뜩 긴장해 있다. 김장훈 씨(가명)는 매일 담배 한 갑을 30년 넘게 피워왔다. 만 54세가 되어 폐암 발생 고위험군이 되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건강검진으로 폐 CT를 찍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망률 1위는 암이고, 암 중에 1위는 폐암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20배 정도 높기에, 흡연자만 폐암 검사로 폐 CT를 따로 촬영한다. 담배는 폐암뿐 아니라, 모든 암 원인의 30%를 차지한다.

    

 김장훈 씨는 ‘혹시나’하는 생각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마조마해 할 수밖에 없다.

 “괜찮습니다.”

 환자가 걱정하는 것을 알기에 나는 즉시 결론부터 말한다. 김장훈 씨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다행이네요.”

 중요한 건 폐암 CT 결과가 아니다. 폐암 검진 CT에서 폐암이 나오는 경우는 150명 중 한 명이다. 핵심은 그다음이다. 바로 금연이다. 의사인 나는 폐암에 걸리지 않았기에 폐암에 걸리기 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담배를 끊자고 누누이 말하지만, 막상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은 대부분 폐암이 의심되거나 심각하게 폐나, 심장에 심각한 이상이 있는 이들이다. 검사 결과가 좋은 것을 확인한 분들은 잠시 졸였던 마음을 놓고, 병원 밖을 나가자마자 담배를 태운다. 담배는 아프지 않다. 만약 담배를 피우자마자 가슴이 아프면,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다. 담배는 20~30년이 지나야 비로소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담배를 피우는 시점과 담배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는 시점과의 간격이 너무나 길었기에 인과 관계를 잘 몰랐다. 그래서 담배가 처음에 나왔을 때, 미국의 의사들이 담배 광고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카멜 광고. 의사가 가장 많이 피우는 담배라고 광고했다>

   

 사망률 2위인 심혈관 질환 또한 마찬가지다.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막히는 심근 경색 뇌출혈이나 뇌의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의 경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비만, 운동 부족이 대부분의 원인이다. 이에 의사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것이고, 금연하고, 운동하고, 다이어트를 하라고 한다.      

 1단계로 금연하고, 운동하고, 다이어트를 하면

 2단계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지고,

 결국 3단계인 심혈관계 질환의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건강검진은 예방이 아니라, 조기 발견일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종 검사를 통해 질병에 걸리지 않을 것을 확인하는 것을 중시할 뿐, 예방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진단된 경우, 의사가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을 낮추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한다고 설명해도 두 명 중에 한 명은 약을 먹지 않는다. 안 먹어도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통증이 없다. 거기다 오랫동안 방치해도 별 문제가 없다.


문제는 항상 나이가 들어서 생긴다.
<40대를 기점으로, 암과 혈관질환이 급격히 증가한다>

 거기다 뇌출혈, 뇌경색, 심근 경색은 서서히 찾아오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사고처럼 찾아온다. 의사로 살면서, 심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진 분들이 쓰러지기 전까지 “건강했다.”라고 하지만, 막상 살펴보면 상당 수가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으로 진단받았는데 약을 안 먹거나, 당뇨인데 전혀 조절이 되지 않은 경우를 보게 된다. “건강했다”가 아니라, 건강하지 않았는데, 그저 “아프지 않았을 뿐”이다.      


 폐암 검진에서 정상이 나온 김장훈 씨는 이번에도 담배를 끊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폐암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으면, 금연을 시도하지 않는다. 대신 폐암 등의 심각한 이상 소견이 나와야 그제야 금연을 시도한다.      


  아무도 자신에게 나쁜 일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재앙이 닥치면 그제야 부랴부랴 평소 하지 않았던 노력을 한다. 이미 늦었는데 말이다.      


 병에 걸리기 않기 위해서 미리 건강을 챙겨야 하는데,

 병에 걸리고 나서야 뒤늦게 건강을 챙기려 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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