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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un 12. 2024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부모와 의사가 놓친 것

   "어디 아프거나, 몸에 대해서 궁금한 거 있어요?"

 나는 아이를 바라보고 묻지만, 아이는 앞에 있는 의사가 아니라 옆에 있는 엄마를 본다. 그러면 엄마가 대답을 했다. 그래서 나는 방식을 바꾸었다.

  "이름이 뭐예요?"

  이름을 물으면, 아이는 엄마를 보는 대신 직접 대답한다.

  "김준서에요."

  ??

  초등학교 1학년인 김준서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몇 살이에요?"

  "여덜살뇨."

  "혀 한 번 내밀어 볼래."

 혀는 V자나 U자여야 했지만, 준서는 W자였다. 혀 아래 뒤에 있는 설소대가 짧아서 혀를 잡아당겨서 생기는 설소대 단축증이었다. 보통 태어나자마자 진단되지만, 심하지 않으면 간혹 놓치기도 한다.

 "발음이 조금 이상해서 보니, 설소대 단축증입니다. 보시면 혀가 W 형태죠? 혀 뒤에 짧은 설소대가 잡아당겨서 그렇습니다."

<설소대 단축증, 혀 끝이 W자인 것으로 쉽게 진단된다 1)>


 "안 그래도 아이가 약간 발음이 이상하긴 했는데, 그 어떤 의사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어요."

 누가 봐도 준서 혀 모양이 W자인 데다, 내가 컴퓨터로 설소대 단축증을 검색해서 보여주자 보호자는 다행히 ? 나의 진단에 의심을 품지 않았다. 대신 늦게 발견된 것을 아쉬워했다.  

 

  준서가 8살이 되는 동안, 많은 의사를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준서가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것, 그리고 실제로 혀가 짧은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부모가 대답하기에, 진료실의 의사는 아이 목소리를 들을 일이 없다. 아니, 그 어떤 의사도 준서의 이름을 묻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 아니 설소대 단축증이 되었다.

 

나는 준서에게,

준서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의사와 환자가 되었다.




1) 출처: 아산병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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