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건 쉽고, 하는 건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몸에 관심을 가지지만, 정작 실천으로 옮기지는 않는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폐암을, 술을 먹는 사람은 간이 나쁜 건 아닐까 우려를 하지만, 그 우려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60대 김영철 씨가 진료실로 들어선 순간, 눈에 보이는 작은 얼굴과 몸과는 달리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댔다. 머리가 아찔할 정도였다. 그 존재감은 그의 몸과 옷에서 풍기는 강렬한 담배 냄새 때문이었다. 하루 40개비씩 40년간 담배를 피워 온 그는, 진료실에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담배를 피우고 들어온 것이었다.
국가에서는 54세 이상, 폐암 발생 고위험군, 즉 하루 20개비 이상 30년 넘게 담배를 피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폐암 검진으로 폐 CT를 찍어준다. 김영철 씨 지난주에 폐암 검진으로 폐 CT를 촬영하고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우리나라 사망률 1위는 암이고, 그중에서도 폐암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암은 대부분 나이와 운에 좌우된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나이와 운을 제외한 가장 주요 원인은 담배와 식습관이다. 둘 다 암 발생원인의 30% 전후를 차지한다. 특히 폐암은 80~90%은 흡연과 연관이 있다. 담배와 폐암의 상관관계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김영철 씨는 폐암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담배를 잔뜩 피우고 진료실에 들어온 것이다.
결과는 <4mm grade 2 benign nodule> 4mm 크기의 2등급 양성 결절이었다. 의사라면 더 이상 아무 말이 필요 없지만, 이걸 일반인에게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제 얼굴에 작은 점이 보이죠?”
“네.”
“얼굴에 점이 있듯, 폐에도 이런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폐 CT를 찍으면 10명 중에 3명이 이런 점이 나옵니다.”(결절이 흔하다는 것만으로 환자의 불안은 확실히 줄어든다.)
“그럼 암은 아닌가요?”.
“암일 확률은 1% 미만입니다. 물론 0%는 아니지만,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다행이네요. 그동안 담배를 많이 피워서 혹시라도 폐암이 나올까 걱정 많이 했거든요.”
“그러게요.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네요. 이제 긴장이 풀리셨으니, 나가서 담배 한 대 태우셔야죠?”
김영철 씨가 웃는다. 공감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담배 언제 끊으실 생각인가요?”
“결과 나쁘면 끊으려고 했죠.”
“대부분 사람들이 비슷하게 말씀하십니다. 실제로 사람들이 담배 언제 끊으려고 결심하는지 아세요? 폐암 걸리면 끊겠다고 합니다. 전쟁을 미리 막아야지, 전쟁이 터진 후에 싸우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아는 게 잘 안 됩니다.”
“아는 건 쉽고, 하는 건 어렵습니다. 자, 파이팅 하시고, 결심하시면 금연약 처방해 드릴 테니까, 다시 오세요.”
예방은 치료보다 쉽다. 그래서 손자병법에서 손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는 담배와 폐암을 너머 건강, 그리고 인생에도 적용되는 진리다. 이는 초등학생도 안다. 다만 아는 건 쉽고, 하는 건 어렵다.
“자, 언제부터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