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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계몽의 시작

by 평사원철학자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는 혼돈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습니다. 정치적 의견에 온갖 거짓을 덧붙여 일방적인 비난을 주고받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대한민국의 교회는 헌법 제21조 제1항이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한낱 지식인에 불과한 목사들의 발언이 정치적 대립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기독교를 학문적으로 이해하는 일부 지식인들은 오늘날 교회의 행태를 "기독교 근본주의 사상"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과거 종교개혁자나 철학자의 논리를 흉내 내는 데 그칠 뿐, 오늘날 대한민국 기독교의 현실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신의 뜻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단정 짓고, 믿음을 통해 자신을 그 뜻에 맞추어야 한다는 강박적 신념은 단순한 언어적 사상이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의 현상을 설명하려면 각 영역에 맞는 고유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종교적 문제는 신학적 이론으로, 정치적 문제는 정치사상의 틀을 통해 분석해야 합니다. 철학자는 환자의 아픈 곳을 치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치료 행위 그 자체만으로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거짓된 소피스트들처럼 "기독교 근본주의 사상"을 정치적 기독교인을 설명하는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교회는 첫사랑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요한계시록 2:4)


기독교는 이스라엘과 초대 교회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끊임없는 박해 속에서도 개인과 사회를 향한 사랑을 바탕으로 신앙을 실천해왔습니다. 성경 말씀을 따라 기도하고 섬기며, 불우한 이들에게 관용을 베풀어 왔습니다. 칼뱅의 종교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많지만, 적어도 종교적 차원에서 그의 교리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치적 미숙함이 그의 사상을 왜곡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한민국의 교회는 사랑을 바탕으로 한 관용의 정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진단은 이미 오래전 성경에 기록되어 있으며, 이를 마치 새로운 사상인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의 삶을 글로 설명하기보다 어려운 이들을 돕는 데 힘썼던 것처럼, 그리스도인 역시 하루빨리 이웃을 돌보는 데 힘써야 합니다.


대한민국 사회의 안정이 무너졌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대립이 심화된 근본적인 이유는, 정치의 주체인 개인들의 삶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삶이 붕괴된 현실 속에서 개인은 사회에 대해 두 가지 태도 중 하나를 취합니다. 하나는 극도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회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생존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행태 자체에 대해 도덕적·윤리적 판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사회에 대한 적극적 태도는 공허해진 자신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안정을 무너뜨린 것은 누구이며, 이를 재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사회를 무너뜨린 주체는 개인이며, 이를 재건하기 위해서도 개인의 변혁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16세기 종교개혁에서 시작되어 18세기 유럽 계몽시대로 이어진 흐름을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들의 외형만 받아들였을 뿐, 그 정신을 온전히 내면화하지 못했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의 혼돈은 사회의 혼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개인과 사회의 목적이 불명확하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혼돈 속에서도 우리는 성장하며,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확고한 경험적 지식을 쌓아갈 것입니다.교회 본연의 목적을 회복하고 시민사회를 재건하는 일은 각각의 고유한 영역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변혁의 끝에는 평화라는 열매가 맺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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