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흰 새(5)

by Josephine


1장. 기쁨 새


반기


악몽이 시작되었어.

폭언과 폭행의 악몽이 시작되었어.

그렇게 악몽은 중학교부터 고등학생인 지금까지 쭉 이어졌어.


어느 날은 술에 잔뜩 취하신 아빠가 나를 불러 공부를 제대로 안 한다고 혼내셨어.

그러더니 갑자기 손에 잡히는 아무 물건으로 나를 때리기 시작했어.

아빠의 눈은 어릴 때 내가 본 영롱한 눈빛이 아니었어.

그 안에 검붉은 분노와 혈기가 가득했어.


"이 자식! 중간고사가 코 앞인데, 요즘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 거냐??

집중도 제대로 안 하고! 할당 공부량도 점점 줄어들고!!

너 같은 놈은 맞아야 돼! "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아빠가 거친 매질을 할 때마다 내 몸의 살점은 찢기고 피가 쏟아졌어. 어느새 붉은 핏물이 옷에 물들기 시작했지.

때릴 때마다 내 핏물이 펌프질 하듯 흘러나왔어. 온 공기가 피비린내로 가득했어.


처음엔 아빠의 걱정으로 내가 맞는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얼마 안 가 알게 되었어. 그저 아빠의 분노가 담긴 매질이란 걸...

난 기쁨 새니깐... 아빠가 분이 풀릴 때까지 맞아야 된다 생각했어.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두 시간 동안 맞는 동안, 갑자기 너무 억울하단 생각이 들었어....


쉬지도 못한 채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나 자신이 떠올랐고...

점점 스스로를 잃어간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빠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 공부를 했지만, 나 자신을 위해 공부를 해야 되는 이유는

찾을 수 없었어. 맹목적으로 그저 살아가는 생각이 들었어.

마치 껍데기만 남은 인형처럼...


'난 무슨 삶을 살고 싶은 거지....? 대학 이후의 내 삶은 무엇일까....? 아빠가 원하는 서울대 의대를 간다면, 결코 내 삶이 행복할까....?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이지....?'


아빠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은 마음과 나 자신을 위한 생각들이 교차하고, 어긋나고, 혼란스러울 때쯤...


난 아빠에게 반기를 들었어.

갑작스러운 허무함과 분노가 치밀었어.


난 무의식적으로 때리던 아빠의 손을 잡고선 고함을 질렀어.


"그만 좀 하세요.... 저도 할 만큼 했다고요! "


그러고선 나도 모르게 아빠가 쥐고 있던 물건을 뺏어서 아빠를 향해 힘껏 내리쳤어.

아빠는 '악' 하는 소리와 함께 주저앉으셨지.


당황한 아빠의 눈을 외면한 채, 집을 뛰쳐나왔어.

더 이상은 참을 수도 견딜 수도 없었어. 숨조차 쉴 수 없었어.


나도 이제 살아야겠어.... 살고 싶어....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