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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새 (10)

by Josephine

2장. 아버지 일기장


네가 태어난 날



아들아..

너를 이 세상에서 보기 위해 아내는 수많은 고통과 애환의 골짜기를 지나야 만 했어.


이전까지 보지 못한 아내의 고통을 보았단다.

매 순간 통증이 밀려올 때마다, 난 아내의 손을 꼭 잡고서 힘내라는 말 밖에는 해줄 수 없었지.


아내는 이 세상에서 너를 마주하기 위해..

그 시간들을 견디고 또 견뎠어.


이젠 더 이상 소리 지를 힘도 없어, 아내의 눈이 풀릴 때쯤...

드디어 네가 이 세상에 나왔지.


고통의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찬란한 시간이 다가왔어.


내 눈에 서서히 네가 보였어.

처음엔 흐릿하게.. 그리고 조금씩 너의 형상이 또렷해졌지.


이 세상에서 처음 마주한 너의 눈..

그 눈을 잊을 수가 없구나.

까만 눈동자에 어쩌면 그렇게 수많은 세계가 담겨 있는지.


너의 눈을 한참 보고 있으면, 난 잠시 너의 세계와 우주에 들어가곤 했다.


아들아.. 그 순간을 기억하니..

아들아.. 그때를 기억하니..


난 너의 모든 것이 좋았어.


별을 박은 눈.

얄궂은 코.

조막만 한 입.

고사리 같은 손과 발.


너를 본 순간 내 꿈을 저버린 게 하나도 후회가 되지 않았지.


아들아..

아빠, 엄마의 사랑을 먹고서 건강하게 무럭무럭 커가렴.


그리고 아빠의 놓아버린 꿈이 되어 주겠니..

내 꿈이 이제 너에게 가고 있구나.

그 꿈이 되어주렴.

네가 이제 내 꿈이 되어주렴.


사랑한다.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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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