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태어난 날
아들아..
너를 이 세상에서 보기 위해 아내는 수많은 고통과 애환의 골짜기를 지나야 만 했어.
이전까지 보지 못한 아내의 고통을 보았단다.
매 순간 통증이 밀려올 때마다, 난 아내의 손을 꼭 잡고서 힘내라는 말 밖에는 해줄 수 없었지.
아내는 이 세상에서 너를 마주하기 위해..
그 시간들을 견디고 또 견뎠어.
이젠 더 이상 소리 지를 힘도 없어, 아내의 눈이 풀릴 때쯤...
드디어 네가 이 세상에 나왔지.
고통의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찬란한 시간이 다가왔어.
내 눈에 서서히 네가 보였어.
처음엔 흐릿하게.. 그리고 조금씩 너의 형상이 또렷해졌지.
이 세상에서 처음 마주한 너의 눈..
그 눈을 잊을 수가 없구나.
까만 눈동자에 어쩌면 그렇게 수많은 세계가 담겨 있는지.
너의 눈을 한참 보고 있으면, 난 잠시 너의 세계와 우주에 들어가곤 했다.
아들아.. 그 순간을 기억하니..
아들아.. 그때를 기억하니..
난 너의 모든 것이 좋았어.
별을 박은 눈.
얄궂은 코.
조막만 한 입.
고사리 같은 손과 발.
너를 본 순간 내 꿈을 저버린 게 하나도 후회가 되지 않았지.
아들아..
아빠, 엄마의 사랑을 먹고서 건강하게 무럭무럭 커가렴.
그리고 아빠의 놓아버린 꿈이 되어 주겠니..
내 꿈이 이제 너에게 가고 있구나.
그 꿈이 되어주렴.
네가 이제 내 꿈이 되어주렴.
사랑한다.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