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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새(9)

by Josephine

2장. 아버지 일기장


아내와의 첫 만남


진한 봄꽃 향기를 맡으니, 아내를 처음 만난 날이 생각난다.

아내를 처음으로 만난 건 대학교 캠퍼스였지.

난 그때 삶에서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내를 만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인 것 같다.


부모님은 내가 공부를 계속하는 걸 원치 않으셨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얼른 회사에서 돈을 벌기를 원하셨지.


난 공부를 곧잘 했어. 고등학교 때까지 늘 반에서 1등을 했어.

졸업 후, 부모님 몰래 대학교를 지원해 원하는 대학교에도 붙었지.

그러나 등록금이 없어 포기를 하고 말았어.

너무 마음이 쓰라리고 힘들었지.


그 뒤로 난 회사에 취업을 해 일을 했지만,

계속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더라.

회사를 다니면서,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그리고 다시 야간 대학교를 지원했지.


이번엔 부모님이 반대하진 않으셨어.

회사를 다니면서 일을 할 수 있었거든.


이후 봄꽃향기가 만발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아내를 만났지.


아내는 부드럽고, 상냥하고, 천생 여자였어.

내가 꿈에 그리던 사람이었다.

집안일로 나에게 많은 관심을 쏟지 못한 어머니와는 달랐어.


늘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했고,

늘 내 의견을 귀담아 들어주었지.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멋진 사람이라 얘기해 줬어.


어느새 그 사람은 내 전부가 되었지.


난 이런 사람을 내 인생에서 다신 못 만날 거라 생각했다.

우리가 미래를 함께 하기로 한 날, 난 유학을 포기했지.

한때 외국에서 원하는 만큼 공부를 실컷 하고 싶었는데...


그런 그 꿈을 접었지.

대신 영롱하게 반짝이며 다가올 그 꿈을 가족에게 넣어 두었어.


이젠 아내와 아들이 나의 찬란한 꿈이 되었다.

내 꿈이 지나간 자리에서 찬란하게 빛날... 바로 그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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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