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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로 Aug 26. 2024

[미식일기] 글뤽피자앤뮤직,원주

감자도우에 바질페스토와 치즈, 바삭하고 고소한 도우와 토핑의 화음 

점심을 태장동의 쌍동통닭에서 옛 추억의 튀긴 닭으로 보낸 김고로와 이쁜 그녀는 식사 후 개운한 커피 한 잔의 휴식을 위하여 개운동의 어느 정원에 둘러싸인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주인장이신 바리스타님께서 진하게 내린 드립 커피를 마시고 나니 식욕이 더 올라오고 과거 원주에 샌마르의 피자대장님, 그리고 직원인 판판씨와 함께 와서 먹었던 피자가 생각났다. 물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그 피자를 먹어야겠어'라고 생각이 났던 것은 아니다. 김고로는 애초에 식도락 여행을 계획하는 때부터 어떠한 식당을 방문할지 계획하는 사람이니까. 방문하려고 하는 '글뤽피자앤뮤직'은 몇 달간의 휴업을 마치고 가게를 무실동으로 이전하여 새로 열었기에 새로 이전한 가게에서 피자를 먹기 위해 일부러 이전 개업 후 원주에 온 치밀한 그였다.


원래부터 예정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김고로와 이쁜 그녀가 원주에 놀러 왔다는 것이 반가운, 강릉에서 알고 지냈던 지우인 림과 연 커플의 제안으로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기에 김고로와 이쁜 그녀는 늦지 않게 원주의 택시를 타고 무실동으로 향했다. 이전에 피자대장님과 함께 방문했었던 글뤽피자앤뮤직의 위치는 단계동 장미공원 근처의 먹자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아는 사람만 알고 가는 (물론 해당 지역에 있던 중 유명한 모 유튜버의 채널에 출연하여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피자집이었으나 김고로와 이쁜 그녀도 처음 가보는 무실동의 상권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상권이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에 지도 어플을 열어 확인해 보니 주변에 있는 것은 모두 다 2인~4인 가구가 밀집해 있는 거주지역에 근처에는 큰 관공서가 자리를 잡고 그 가운데에 있는 지역에, 주변 거주민들을 위해서 일부러 먹자골목 및 상권을 만들어 놓은 듯 보였다. L사의 큰 가전매장과 그 외에 다른 큰 매장들, 분식집, 배달음식점, 피자집, 족발집 등등 마침 방문한 날은 공휴일이어서 길거리에는 차와 사람으로 가득 차 차를 끌고 올 림, 연 커플이 주차는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글뤽피자 사장님, 자리 잘 잡으셨네. 그런데 여기 임대료는 만만치 않을 듯한데...'


겉에서 보기에는 조용한 상가 및 요식업 밀집 단지였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와서 보니 가게마다 그리고 길 위에 가득 차 있는 인파에 김고로가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피자집과 족발집, 분식집, 더운 날에 더 뜨겁게 솥 안에서 푹푹 쪄지고 있는 노상의 찐 옥수수를 지나서 무실동에 새롭게 이전 개업한 글뤽피자앤뮤직에 다다랐다. 공휴일의 저녁시간이다 보니 젊은 나이로 구성된 손님들이 많아 2인용 두 식탁을 빼고는 자리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몇 분이세요?"


"4명인데요..."


"아... 지금 자리가, 4명 자리는 없어서 조금 기다리셔야겠어요..."


글뤽피자앤뮤직을 상징하는 붉은 시트지로 장식된 통유리 문과 벽을 지나서 들어가면 2인용 식탁들이 왼쪽과 오른쪽에 열을 맞춰서 자리를 잡고 있는데, 마침 왼쪽의 2인용 식탁들에 앉은 두 팀이 서로 자리를 식탁을 한 개씩 띄우고 앉은 터라 식탁을 붙일 수가 없는 상황, 그렇다고 이미 앉아서 있는 분들에게 옮겨달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그렇네요, 조금 기다릴게요 그럼."


"양해 감사합니다, 밖이 날이 더우니 여기서 잠시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글뤽피자앤뮤직은 원래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시던 여성 사장님 한분이 운영하던 피자집이었으나 새로운 파트너와 손발을 맞추게 되었다고 공표를 하셨었고, 그녀가 구한 새로운 파트너는 매우 고객응대를 잘하는 사람이라서 무언가 '다행이구나'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 왔을 때에는 주방과 홀, 카운터들을 오가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분주하게 1초의 여유도 없이 움직이시는 모습에 사장님이 안쓰러울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뒤에서 4인용 자리에 대한 문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2인용 식탁 사이의 식탁에 앉아 있던 손님께서,


"여기 앉으세요, 저희는 여기 옮기면 되어요, 아직 음식도 안 나왔고요."라고 하며 자리를 옮겨주셔서 김고로, 이쁜 그녀, 점원분은 연신 감사하다며 자리를 옮겨주신 손님께 인사를 드리고 문제없이 4인용 식탁을 만들어내었다. 김고로도 가끔 샌마르 피자에서 피자를 먹다 보면 좀 더 매출이 발생할 단체 손님에게 넓은 자리를 양보하는 때가 꽤 있기 때문에 그간 행실에 대한 보답을 받는 기분.


"감사합니다, 선생님. 감사해요."


김고로와 이쁜 그녀는 순조롭게 자리에 앉아서 메뉴판을 바라보았다. 양면에 가득 출력이 된 피자의 이름들과 사진들, 이전에 왔을 때보다 바뀐 점은 글뤽피자앤뮤직의 특제 '옹심이피자'가 추가되어 있었다. 글뤽피자앤뮤직만의 피자를 개발하겠다며 야심 차게 만들었다고 피자대장님께 건너서 듣기는 했는데 그게 설마 옹심이를 피자에 올리는 음식일 줄이야.


"감자 도우에 또 감자 옹심이라.... 바삭한 도우 위에 쫄깃한 옹심이.. 거기에 크림소스... 흐음...."


"이거 꼭 감자피자를 강원도 방식으로 재해석한 음식 같아."


"음.... 탄수화물에 탄수화물을 올리는 음식 조합이 우리나라 피자계에 꽤 있지, 고구마피자라던가 감자피자... 개인적으로 탄수화물에 또 탄수화물을 올리는 조합을 좋아하지는 않아. 그리고 나만 먹는 게 아니라 손님과 함께 먹으니까, 오늘은 모험을 하지 않을 거야. 다음을 기약하지."


"그래, 무난하게 먹자."


"그래도 고구마피자는 꽤 맛있는데, 감자피자는 내 취향이 아냐.... 감자로 만든 옹심이가 올랐다면 그건 더더욱..."


"알았다니까, 그래서 뭐 시킬 건데?"


"음... 여기서 맛있게 먹었던 바질페스토 마스카포네 피자 하나랑, 나머지 하나는 림, 연한테 맡기자."


"그래."


샌마르분들과 함께 왔을 때 맛있게 먹은 바질마스카포네 피자는 꼭 다시 먹고 싶었다, 그리고 김고로의 생각으로는 글뤽피자앤뮤직이 도우가 특별하고 맛있는 곳이라 단순한 토핑을 올릴 때 맛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페퍼로니나 치즈피자면 궁합이 좋겠지. 김고로는 손님들이 오기 전에 잠시 가게를 둘러보았다. 붉은색 의자와 하얀색 식탁과 벽으로 구성된 내부 장식, 그리고 가게 안쪽에는 이전에 사용하던 주방보다는 작지만 있을 물건은 다 있고 요리하는 동선도 효율적인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기 위한 틈새로, 바쁘게 움직이시는 사장님의 머리만 빼꼼 보인다.


"오! 오빠, 먼저 와있었네요?"


"오랜만이에요, 형."


"왔냐."


강릉에서 몇 년간 살아왔던 림과 연은 김고로와 이쁜 그녀의 친우로 지내던 림이 연을 인생의 동반자로 맞이하게 되면서 알게 된 커플, 연의 근무지와 직업의 환경의 변화로 인하여 올해 강릉에서 원주로 이사를 갔는데 그 후에 마침 김고로가 원주로 식도락을 계획하던 도중 생각이 나서 연락을 했는데 그들은 반갑게 먼저 식사하자고 제안을 해서 글뤽피자앤뮤직에서 보게 된 그들이었다.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김고로는 그들에게 메뉴판을 넘겼다.


"피자 2개 큰 걸로 먹으면 딱 맞을 거야. 한 개는 바질마스카포네로 주문할 거고, 나머지 한 개만 너희가 정해주면 돼."


"그래요? 근데 라지로 두 개 시켜도 괜찮겠어요?"


"응, 괜찮아."


김고로와 이쁜 그녀의 먹성을 잘 알지 못하는 연이 많이 먹지 않는 자신들을 생각하며 묻자,


"걱정하지 마, 연. 남으면 김고로가 다 먹으니까."


"아하..... 그럼 페퍼로니 라지로 시킬게요."


메뉴도 정해지고 와야 할 사람도 왔으니 그간 못했던 이야기꾸러미들과 서로가 삶에 대해 갖고 있는 고민들과 생각들을 각자 주문한 음료와 알루미늄 재질의 얼음컵에 넣어서 말아마신다. 이야기를 못 나눴던 공백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런저런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니 주문한 피자가 나오는 시간은 굉장히 짧게 느껴지는 마법.


"피자 나왔습니다~"


글뤽피자앤뮤직 바질마스카포네 피자. 바질페스토, 마스카포네 치즈, 파마산 치즈

고소한 도우의 냄새에 향긋하게 올라오는 바질페스토의 냄새, 이전에 와서 먹었던 그 맛과 향기가 되살아나며 김고로의 입안에 군침이 싹 돌기 시작한다. 글뤽피자앤뮤직에서 김고로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도우, 도우 반죽에 감자가 들어가서 함께 발효가 되어 나오는 감자도우가 글뤽피자앤뮤직의 특징. 오븐 안에서 바삭하고 노릇하게 구워졌을 때, 감자가 함께 들어간 덕분에 감자의 구수한 풍미가 코로 올라오면서 바삭하게 씹힐 때마다 감자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에 감돈다. 그들은 잠시 수다를 멈추고 서로에게 배식을 해주는 친절함을 발휘한다. 김고로의 표정에 미소가 그려진다, 몇 달 만에 보는 반가운 피자에 대한 기쁨을 감출 수 없다.



와삭 쫀득


"우오...! 이거지!"


적당히 얇게 펴진 감자도우가 앞니 사이에서 잘리고 들어와 어금니 사이에서 뛰노니 함께 들어온 모짜렐라, 파마산, 마스카포네의 맛이 같이 뛰놀며 어우러진다. 페스토에서 흘러나오는 바질의 맛과 한구석에서 스르륵 녹아내리는 유지방 가득한 맛의 마스카포네 치즈가 섞이면 식물성 지방과 유지방의 질감 다른 고소함이 시너지 효과를 낸다. 혀와 입안에 그 둘의 지방맛이 올라오며 침샘을 거침없이 자극한다, 고소함의 투 트랙 정책이 식도락가를 행복하게 하는 효과다.


"맛있네!"


"와, 대박..."


김고로와 이쁜 그녀의 맞은편에서 함께 피자를 베어 먹는 림과 연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극강의 고소함을 탑재한 피자의 첫맛은 충격이 강하고 매력적이다. 음식을 먹을 때 거의 처음과 두 번째 입이 그 이후의 모든 식사 경험을 결정하다시피 하고 해당 음식점에 대한 강렬한 인상으로 남기에 그들에게도 이 피자집은 좋은 기억으로 남겠지.


마늘과 설탕이 적당하게 배합된 마늘소스, 고소하고 바삭하게 남은 피자엣지를 찍어먹으면 궁합이 좋다.

각자가 처음 식탁에 오른 바질마스카포네 피자를 한쪽씩 먹으니 그다음은 두 번째로 올라온 피자를 먹을 참이다.


"그런데 저는 이 마스카포네는 취향이 아니네요. 저한테는 조금 부담스러워요."


"그렇구나, 이게 원래 티라미수 케이크에 들어가는 치즈라서 충분히 느끼할 수 있어."


바질마스카포네를 한쪽 반 정도 먹다 보니, 이런 피자가 익숙지 않은 연은 특정 식재료에 대한 의사표명을 한다. 그렇다, 음식이나 식재료에 대한 분명한 취향이 있고 본인이 좋아하는 취향을 찾아가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본인의 더 즐겁고 행복한 미식 경험을 위한 과정이니까.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굳이 돈을 내고 노력을 해서 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글뤽피자앤뮤직 페퍼로니피자

두 번째 피자인 페퍼로니 피자를 한쪽씩 배분하여 다시 한입씩 맛을 보기 시작한다, 이번에도 다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토마토 맛이 입안에 쫙!"


"토마토가 달콤하네."


샌마르 피자에서도 페퍼로니 피자를 만들 때 올리는 약간의 매콤함을 갖춘 페퍼로니에 토마토 페이스트는 약간의 달착지근함과 뭉근한 토마토맛이 어우러지는 맛이다. 토마토 페이스트의 달콤함과 짭짤 매콤한 페퍼로니가 서로 궁합이 좋다, 사실 글뤽피자앤뮤직의 감자 도우가 분명 제조할 때에는 손도 많이 가고 재료도 추가적으로 들어가겠지만 이렇게 오븐에 구워져 나오면 대부분의 토핑과 궁합이 좋은 도우다. 김고로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얘기하자면, 맛있는 피자집은 모짜렐라 치즈와 토마토만 올려도 '기가 막히게' 맛있는 훌륭한 발효 도우를 쓴다. 집터와 기초공사를 잘한 집이 튼튼한 이치와 마찬가지, 피자의 반을 차지하는 도우가 맛이 좋으니 그 이후에는 올리브유만 뿌려서 올리브 브레드처럼 굽기만 해도 맛이 좋다.


페퍼로니 피자 위에 페퍼로니가 가득하다, 페퍼로니 피자니까.

다들 한쪽씩을 먹고 나니 많이 먹지 못하는 친구들은 거기서 손이 멈췄다, 초록색 피자와 붉은색 피자가 한쪽씩 균형 잡히게 남으니 남은 피자를 모두 다 먹을 생각에 김고로는 행복하다. 어차피 식도락으로 여행을 온 거라서 피자를 다 먹어버리고 나면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몸 안에 쌓을지는 이미 고민이 아니다, 일상으로 복귀하고 나서 열심히 운동을 또 하면 되는 일이니까.


즐거운 이들과의 담소와 맛있는 음식 덕분에 더욱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 김고로와 이쁜 그녀는 터미널로 데려다주겠다는 연, 림 커플의 호의를 기쁘게 받아들이고는 다시 무실동의 저녁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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