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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일기] 구커피, 강릉

강릉 교동의 사랑받는 동네 카페, 작지만 뚝심 있는.

by 김고로

당신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던지,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던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카페인이라는 성분이 포함된 까맣고 향미 좋은 이 매력 있는 음료 마시기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커피가 아니라 홍차 혹은 다른 잎차 종류를 더 좋아하고 마신다면 나의 발언에 대한 심심한 사과를 건네지만, 그만큼이나 오늘날의 한국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커피를 마시기도, 좋아하게 되기도 쉽다는 의미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 형태는 고급진 카페의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핸드드립에서 내가 직접 뜨끈한 물에 섞어 먹는 인스턴트 스틱 커피나 동전 몇 개만 넣어주면 30초 안에 내려주는 자판기 커피까지 각양각색으로 다를지 몰라도 커피를 마시게 되는 것이다.


서양의 식문화라고는 많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을 갖게 되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라도 어느 식당에서 뜨거운 국밥이나 얼큰한 전골에 소주를 곁들여 식사를 하시더라도 식당을 나가면서 잘 찾을 수 있는 검고 작은 기계식 바리스타에게서 달달하고 부드러운 설탕우유커피를 한잔으로 식사를 마무리하시는데 하물며 다른 세대와 성별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탄수화물과 단백질이 곁들여진 식사를 하고 나면 거의 따질 것 없이 근처의 용이한 카페를 찾아가서 커피나 다른 음료를 한잔 마시는 것으로 그 시간의 끼니를 마무리 짓는다.


하지만 이렇게 식사 후 마시는 커피를 즐기는 것 외에 더 자주 커피를 마시고 커피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2,3번은 커피를 마시고 카페를 찾게 되기도 한다. 커피를 남들보다 더 자주 마시는 이유도 각양각색, 카페인과 당분이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고된 일을 하시는 분들일 수도 있고 다양한 원두에서 주는 커피들의 맛을 더 자주 즐기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하루하루의 각성된 정신을 유지하며 기분의 전환이 필요하여 마시는 분들도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1900년대 초 조선에 수입이 된 '가배'는 오늘날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음료가 되어버린 것이다.


평소에는 음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지만 카페와 같은 휴게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차, 후식들도 미식에 당연히 포함되기에 이제는 카페에 대해서도 조금씩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내가 곧잘 글을 쓰기도 하며 그 외에도 이쁜 여자와 함께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방문하는 단골 카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앞으로는 내가 지극히 개인적,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훌륭한 카페라고 생각된 곳에 대해서도 쓸 것이고.


내가 수년 째 주거하게 된 도시인 강릉은 안목 해변의 자동판매기에서 시작된 커피거리가 커피축제로 발전이 될 정도로 강원도는 물론 전국에서 '커피'라고 하면 절대 빠지지 않는, 훌륭한 카페와 커피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상당한 도시이기 때문에 강릉 전 지역의 커피들은 서울과 부산 등의 대도시에 견주어 뒤지지 않을 정도로 커피 품질의 상향평준화가 되어있는 도시이다. 카페 사장님들이 우스갯소리로 '강릉에서 카페를 하면서 로스팅과 브루잉을 직접 하지 않으면 사람 취급도 안 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만큼 강릉의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맛있는 커피를 기대할 수 있고 싱글 오리진의 원두로 핸드드립을 맛있게 하는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른 도시에서는 물어서 찾아가야 하는 핸드드립 카페를 말이다. 그 와중에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의 오가는 사람도 적어서 과연 장사가 될지 의문이었던 작은 동네 골목에 사장님의 성함을 딴 카페인 '구커피'가 개업을 한 것은 재작년 가을의 일이었다.


강릉 교동 구커피의 외부 전경


강릉 고속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5~10분이면 금방 도착하는 교동의 작은 골목에 있던 가정집 중 하나, 2층에는 3D 프린터 회사가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 건물의 1층을 본인의 철학대로 리모델링하여 작은 바와 전기오븐, 그리고 크고 작은 테이블들로 격월로 크고 작은 전시회를 열며 지역 및 타지의 방문객들에게 '구커피'를 제공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필자 본인도 이곳에서 결혼 1주년 사진 및 글 전시회를 하기도 했었다).


구커피에는 친절하고 맛 좋은 커피를 내리시는 사장님이 계시고, 그 사장님은 매일마다 손님들에게 맛있는 커피와 후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다. 그렇다, 카페에 대한 이러한 설명은 어느 카페에나 갖다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상투적이지만 이제는 이러저러한 카페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붉은 대양'을 만들어버린 지금, 이러한 설명을 쉽게 갖다 붙일 수 있는 카페는 우리 주변에 그리 많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의 주변에만 해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장소가 5개는 넘게 있으나 나는 오직 '구커피'를 포함한 두 곳만을 (다른 단골 카페는 다음 기회에...) 단골 카페로 삼고 몇 년째 왕래하고 있다.


한결 같이 친절하게 손님들을 맞이하며 매주 다양한 싱글 오리진을 구비하고 더 나은 맛의 커피와 디저트를 제공하기 위해 실험과 연구, 평가를 아끼지 않으시는 바리스타(겸 사장님)가 있는 카페인데 우리 집에서 도보로 5분도 걸리지 않으니 어찌 단골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보다 더 멀리 사시는 분들도 단골이 되는 곳인데 말이다. 같은 값을 주고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셔도 여러분은 어떠한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은가? 씁쓸하고 탄맛이 가득하고 맹물 같은 아메리카노? 아니다, 옅은 아메리카노라도 원두의 향과 풍미가 살아있고 맛있게 씁쓸하며 목넘김이 부드럽고 깔끔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구커피를 방문한다. 그중 몇 개의 음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구커피 싱글 오리진 핸드드립 커피와 녹차나무숲 쿠키


싱글 오리진 핸드드립: 구커피에서 내가 제일 자주 마시는 커피. 매주마다 사장님께서 직접 엄선한 원두들이 카페로 도착하면 원두마다 어울리는 분쇄도와 추출 방식을 시험하고 연구하여 드립 한잔이 완성된다. 핸드드립이 필터를 통해서 내려질 때 카페 바테이블 안에서 새어 나오는 그 냄새, 그리고 사장님께서 커피를 내리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해서 그저 커피만을 마시기 위해서 구커피를 방문하는 경우에는 꼭 바테이블로 들어가 앉아 사장님의 커피 추출을 눈과 코로 지켜보는 것을 나는 즐긴다. 본인의 친한 바리스타 친구는 '원두 설명에 쓰여 있는 그 맛대로 커피를 내리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한잔의 커피에서 그 맛이 온전히 다 느껴진다면 그 드립커피는 정말 훌륭한 커피다.'라고 했었는데, 이러한 기준에서 본다면 나는 구커피의 바리스타님께서 내려주는 핸드드립 커피는 정말 훌륭한 커피라고 말하겠다. 싱글 오리진 핸드드립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괜찮다, 본인이 갖고 있는 커피에 대한 이해도와 자신의 맛에 대한 취향에 대해서 바리스타님과 짧게 상담을 하면 그 시점에서 구커피가 보유하고 있는 원두 중 알맞은 커피를 추천해주실 테니까. 따뜻한 것이 나은지, 차가운 것이 나은지, 어떻게 하면 커피를 더 맛있고 폭넓은 맛으로 즐길 수 있는지에 대한 커피에 대한 풍부한 대화를 하면서 커피를 마시다 보면 커피에 문외한이거나 그리 좋아하지는 않은 사람이라도 어느새 핸드드립 커피에 대한 매력에 흠뻑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구커피 플랫화이트 (Flat White)

플랫화이트: 플랫화이트는 관광과 교육 외에 낙농업으로 유명한 호주에서 주로 마시는 커피 종류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마시는 카페라테보다 커피가 더 진하게 들어가며 부드럽고 부들거리는 우유거품과 맛보다는 진하고 고소한 우유만이 느껴지는 커피라고 설명하겠다. 그리고 호주에서 다년간 유학을 다녀왔던 나는 카페라테보다 진하고 고소한 우유맛이 풍부한 플랫화이트를 더 사랑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플랫화이트에서 중요한 것은 커피 맛 외에 느껴지는 우유의 고소함이다. 그리고 이 진하고 고소한 우유맛이 플랫화이트 한잔에서 표현되기 위해서는 커피와 우유를 다루는 바리스타의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구커피에서는 내가 사랑하는 플랫화이트의 맛을 표현해낸다. 일반적인 카페라테나 카페오레에서 즐기던 고급진 커피우유보다는 좀 더 강렬한 커피와 우유맛을 즐길 수 있다, 그렇기에 구커피에서는 카페라테도 판매하고 있지만 나는 플랫화이트만을 마신다. 라테보다 더 작은 잔에, 적은 양이 나오지만 그 안에서 커피의 쌉쌀함에 대비되어 더 고소하게 느껴지는 우유의 진한 맛은 포기할 수 없다.


구커피 구름라떼

구름라떼: 우유와 생크림을 넣고 차가운 얼음을 곁들여 마시는 차갑고 부드러운 우유커피이다. 생크림이 우유와 만나 이루는 질감이 꼭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부드럽기 때문에 '구름라떼'라고 이름을 지으셨다고 구커피의 사장님은 설명하셨다. 생크림이 들어갔다는 설명에서 '달달한 커피겠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의외로 매우 달달하거나 엄청 달콤한 커피가 아니다. 하지만 생크림이 차가운 라떼에 올려져 있고 음료에도 어느 정도 섞여 있는 이 음료는 정말 부드럽고 목넘김이 달콤하다. 그리고 유지방인 생크림의 맛이 입안에 오래도록 남아 심심할지도 모르는 구름라떼와의 시간을 좀 더 흥미롭게 유지시켜준다. 개인적으로 구커피의 사장님과 대화를 하면서 '구름라떼는 카페의 시그니쳐 커피가 되기에는 매력이 부족해요'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사실 그 발언을 후회한다. 계속 마시다 보면 은근하게 달달하고 부드러운 맛이 커피가 익숙지 않은 사람이나 달달한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커피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한 모금을 마셨을 때는 '음?'이라고 의문이 들 수 있지만 계속 마시다 보면 '음~'하면서 홀린 듯 마시다 보면 어느새 얼음조각들만이 컵에 담겨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의 발언을 정정한다, '구름라떼'는 구커피의 시그니쳐 커피가 되기에 합당합니다.


구커피 카페모카와 학산 에그타르트

카페모카: 내가 구커피에서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마시기는 커피이며, 나의 이쁜 여자가 좋아하는 구커피의 음료들 중 하나이다. 구커피의 넉넉하게 부드러운 카페라떼에 벨기에산 코코아 가루를 녹여 넣고 그 위에 다시 뿌려내어 마무리하는 음료이다. 내가 이 커피를 좋아하는 점은 초콜릿 가루로 뒤덮여 매우 달달할 것 같지만 생각 외로 그리 달달하지 않고 단맛과 라떼의 부드러운 맛이 균형을 잘 이룬다는 것이다, 그래서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금방 컵의 바닥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초콜릿 맛이 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장님의 표현으로는 '자본주의의 맛'이라고 하시지만 이 자본주의와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도 바리스타의 능력이라고 나는 평하겠다. 구커피의 카페모카는 적어도 내가 아는 카페모카들 중에서는 제일 맛있다, 단순해 보이지만 맛은 단순하지 않게 매력적이다.


그 외에 내가 구커피에 대해서 좋아하는 점은 물론 집에서 가깝고 사장님께서 친절하니 이런저런 얘기를 스스럼없이 풀어놓으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좋고, 드립커피와 후식을 즐기며 여유롭게 글을 작성하기도 좋은 카페이기도 한 점이다. 여기에 내가 설명해 놓은 메뉴들 외에도 나와 이쁜 여자가 '붉은 물약'이라고 부르는 새콤하고 달달한 '히비스커스 에이드'나 레몬과 라임이 들어간 '라무네이드' 등의 많은 선택지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바스크치즈케잌'이나 크기가 푸짐한 '녹차나무숲' 쿠기 등 사장님께서 직접 반죽하고 구워내시는 후식들도 항상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강릉에 사시거나, 강릉에서의 뚜벅뚜벅 여행을 마치고 강릉고속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시는 분들이라면 지나가시는 길에 잠시 들려 사랑스러운 동네 카페의 따뜻하거나 상쾌한 한 모금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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