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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일기] 샌마르(Sanmar), 강릉

꼬막피자와 Unique & Delicious, 밤에 더 이쁜 강릉 피자펍

by 김고로

내가 이전에 작성했던 미식일기 시리즈와 처음 작성한 마르게리따에 관한 글들을 살펴보면 아주 자주 등장하는 필자의 주변 지인이 있다, 바로 강릉에서 2019년부터 피자펍을 홀로 오픈하여 지금은 강릉에 오면 수많은 관광객들이 자주 들리는 '꼬막피자'로 더 유명해진 피자대장님이 운영하는 '샌마르'. 지금까지 직접적으로 샌마르에 대해서 글을 쓰며 미식일기를 작성한 적이 없으나 필자가 제일 많이 혹은 자주 가는 단골집 중에 하나이기에 미식일기를 빌어 소개하기를 원한다.


샌마르와의 인연은 2019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결혼하기 전 이쁜 여자와 강릉 구시가지 골목을 다니며 데이트를 하던 필자는 한밤중의 골목 한 구석에서 영롱하게 빛이 나는 이색적인 간판과 술집처럼 생긴 곳을 발견하게 된다. 외관에서 보기에 나의 호기심을 200% 자극했기 때문에, 그리고 'Sanmar'라는 이국적인 이름과 외국의 술집처럼 보이는 인테리어가 더 나를 잡아끌었고 나와 이쁜 여자는 가게에 들어가 닫는 시간이 언제인지 묻고는 추후에 방문을 하게 된다.


야간의 샌마르. 정작 문을 열고 있는 분은 후추커피로 유명한 강릉 카페 이진리(EASILY)의 '이진리' 실장님이다.

그리고 첫 방문에 샌마르의 시그니처 피자 중 하나인 마르더베스트와 피자의 기본인 마르게리따를 주문하여 먹었을 때의 그 눈이 번쩍 뜨이던 맛에 그 이후로 계속 단골이 되었다. 피자대장님의 제빵제과 기술과 피자에 대한 열정, 노력, 연구가 담긴 그 맛. 특히나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밀가루임에도 불구하고 속이 편안하게 소화가 잘 되는 기존 피자들과는 매우 많이 다르고 맛있는 샌마르 피자도우의 매력 덕분에, 그것도 지방 도시인 강릉, 강원도에서. 그 외에 외국의 펍과도 같은 내외부 조명과 커다란 스피커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들이 더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이후, 단골손님과 피자집 사장님의 인연을 이어가며 피자에 대한 평가 공유, 신제품 시식 및 평가, 함께하는 미식탐방 등 피자대장님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해 온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인연을 이어오다 올해에는 피자대장님의 요청으로 샌마르의 전 메뉴에 대한 해설집을 집필하였고 샌마르 시그니처 메뉴 해설집으로 탄생되어 샌마르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참 기쁜 일이었다, 그래서 시그니처 해설집을 이 글을 통해서 독자분들께도 소개하겠다. 샌마르의 시그니처 메뉴들은 이름만으로는 그 맛이 어떤지 가늠하기가 어려워 처음 오는 손님들은 무엇을 시켜야 할지 곧잘 혼란에 빠지는데 그분들의 선택 장애를 방지하고 더 즐거운 샌마르에서의 미식 경험을 위해 이 해설집은 쓰였고, 글을 쓰는 시간은 샌마르의 단골인 나에게는 매우 즐거운 작업이었다.


서론이 많이 길었다, 독자분들을 위한 샌마르 피자 큐레이팅을 시작해 보겠다, 놓치지 말고 잘 따라와주시길.


샌마르 꼬막피자

강릉 꼬막피자는 부추와 양파가 곁들여진 꼬막무침, 그 밑에 피자 치즈와 페퍼로니가 숨어있는 딥디쉬( Deep-Dish)가 특징인 시카고식의 피자. 무침들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잘라주시고 포크로 꼬막무침들이 흩어지거나 떨어지지 않도록 잘 잡아주세요, 혹여나 커다란 꼬막이 떨어지면 정말 슬프겠죠?


짭짤하고 매콤하게 무쳐진 부추가 아삭 거리는 사이 어디선가 나타난 쫄깃한 식감의 감칠맛 넘치는 꼬막이 입안에서 입안을 즐겁게 합니다, 그 아래에 숨어있던 기름진 페퍼로니와 모차렐라 치즈가 두툼하게 이 사이로 씹히면, 부추와 양파의 매운맛과 짠맛을 중화시키며 균형을 잡아줍니다. 끝으로 목젖에 살며시 느껴지는 알싸한 채 썬 양파가 모든 식재료들의 맛을 뒷받침합니다.


그리고는 생각이 들죠, '이게 왜 맛있지?' 당연한 반응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여러 재료들의 조화를 생각해보면 맛있는 게 당연한 겁니다. 놀라지 말고 주방에 엄지손가락을 '척' 날려주시면 됩니다, 샌마르의 놀라운 시도를 칭찬한다는 의미로요.


혹여나 생 양파의 매운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양파를 빼 달라고 하셔도 되고, 평소 슴슴하거나 약간 싱겁게 드시는 분은 미리 꼬막무침의 간을 약하게 해달라고 주문하시면 더욱 입맛에 맞으실 겁니다.


함께할 주류로는 소주와 같은 맑은 증류주 계열의 음료를 추천합니다.



마르 더 베스트(& 마르 더블)은 생 바질, 양념된 돈육과 페퍼로니, 진한 토마토소스가 특징입니다.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생김새를 가진 피자입니다. 피자를 자르면서 눈으로 피자의 색감을 즐기고, 숨을 들이마시며 코털과 후각세포들 사이로 밀려 들어오는 이탈리안 향신료들의 이국적인 냄새를 먼저 즐겨주세요. 오븐에서 구워진 밀가루의 향, 고기들이 뿜어내는 구워진 고기의 냄새, 바질을 포함한 향신료와 허브들의 독특한 냄새들이 어울려 피자가 더욱 맛있게 보입니다.

한 조각을 잘랐다면 그릇에 놓고 손가락이나 포크로 피자를 받쳐 입안에 넣어봅시다, 토핑이 무거운 피자랍니다. 한입을 씹으면 처음 느껴지는 것은 아주 진하고 감칠맛 넘치며 새콤한, 강한 토마토의 맛이 입안을 지배합니다. 그리고 계속 씹다 보면 양념된 돼지고기에서 느껴지는 포슬포슬한, 사각거리는 육즙, 허브향, 페페론치노(이탈리아 고추)의 매콤함, 훈제향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즈와 어울려 혀를 강하게 만지는 고기의 기름 맛에 이어 코로 올라오는 바질의 향. 거기에 다량의 치즈와 고기에서 새어 나온 기름으로 더 바삭하게 구워진 피자 도우.

샌마르 마르더베스트(Mar The Best)

새콤하고 진한 토마토, 기름지고 즙이 가득한 돼지고기와 페퍼로니,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치즈가 어울려 무겁고 진하지만 침샘을 자극하고 배가 든든한, 이 고기고기스러운 피자가 식욕을 더욱 당길 겁니다. 맛과 향이 강하기 때문에 짭짤해진 목을 축일만한 시원한 음료가 마시고 싶으실 겁니다, 분명.


조금 더 기름지고 고기가 가득한 피자를 원하신다면 '사장님, 마르 더블!'을 외쳐주세요. 약간의 요금을 더 투자하시면 (추가된 고기와 치즈, 소스 값입니다), 기름진 고기를 사랑하는 육식 요정님들의 식탐을 채워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항상 마르 더블을 먹습니다.


함께할 주류로는 붉은 와인과 에일 맥주를 추천합니다.



샌마리안은 튀긴 파인애플, 샌마리안 소스가 들어간 독특한 피자입니다. 피자 위에 생 파인애플이 올라간 하와이안이 싫으시다면, 뜨겁게 익혀진 파인애플은 어떠신가요? 불로 구워진 파인애플은 생 파인애플보다 캐러멜 향미가 섞여 훨씬 달달하고 식감도 더 좋답니다.


달콤한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파인애플의 향을 감상하세요, 입안에 넣으면 부드럽고 부들부들한 도우 위로 달콤하고 짭짤하지만 아주 약간의 매콤함이 혀의 뿌리를 치는 듯한 맛의 샌마르의 특제 샌마리안 소스가 입안에 가득, 그 와중에 바삭하고 쫄깃하게까지 느껴지는 달콤한 구운 파인애플이 어금니에 자리를 잡으면 유제품과도 같은 부드러운 맛까지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빨리 삼키지 마세요, 달콤함을 느긋하게 즐기면서 파인애플의 과즙과 육질이 갖고 있는 섬세한 식감을 즐겨보세요.


앞으로는 고기를 구워 먹을 때, 파인애플 통조림을 굽게 되실 겁니다.


개인적으로 어떤 주류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만, 맛이 겹치는 과실주나 과일맥주 등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해바라기피자OTS(고구마피자)은 기존 피자 프랜차이즈 점들에서 먹어보던 고구마무스만 가득하던 피자는 잊어버리시길 바랍니다. 얇게 저며진 길쭉한 고구마와 피자의 중심에 가득 뿌려진 흑임자 무리가 해바라기를 연상시키는 모습의 피자입니다. OTS는 영화 '해바라기'의 주인공 '오태식'의 영어 이니셜이니 주문하실 때 ''오태식 한판 주세요"라고 하셔도 무방합니다.

샌마르 해바라기피자OTS(고구마피자)

얇게 저며진, 슴슴하게 구수한 고구마가 오븐에서 고워지니 씹을 때마다 바삭바삭하고 달달합니다. 그 밑에 넘치도록 곁들여진 고구마무스와 모짜렐라 치즈와 섞여 늘어지면서 쫄깃하고 부드럽게 입안을 채우면 도우 위에 촉촉하게 발려져 있던 샌마르의 특제 고구마소스가 뒤이어 따라옵니다. 샛노랗고 진한 소스가 2% 부족했던 것처럼 느껴지던 나머지 단맛을 채우면 본인이 씹고 있는 것이 고구마피자인지 잘 구워진 호박고구마인지 헷갈리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러거든요.


개인적으로 진하게 내려진 드립커피나 콜드브루 커피와 마시는 것을 선호합니다, 진한 아메리카노도 괜찮겠죠?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를 같이 드시면 고구마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느끼지 못하실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구마의 단맛과 커피의 쌉쌀함이 묘한 미각의 상승효과를 불러옵니다.


새우콜리너마저는 통새우, 브로콜리, 페퍼로니, 마늘. 샌마르 피자들 중에서 맛의 균형이 제일 잘 잡혀있는 피자입니다. 입안에서 톡톡 씹힐 때마다 바다의 맛을 혀에 뿌려주는 새우 옆에서 민들레 씨앗처럼 흩뿌려진 진녹색 브로콜리의 특유의 맛과 향이 짭짤한 페퍼로니와 함께 느껴집니다. 태국의 향미가 느껴지는 달콤한 칠리소스가 베이스로 된 피자소스가 토핑들과 함께 어울려 짭짤함, 달달함, 매콤함, 구워진 새우의 육즙과 바삭한 식감, 브로콜리의 식감과 향에 어울려 쓴맛을 제외한 모든 맛을 피자에서 맛볼 수 있죠. 거기에 올리브 오일을 잔뜩 머금은 편마늘이 느끼할 수도 있는 피자의 맛을 담백하게 잡아줍니다.

샌마르 새우콜리너마저

향과 맛이 한쪽에 치우치거나 강하지도 않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브로콜리나 새우를 싫어하시는 분도 편하게 먹을 수 있고, 남녀노소 좋아하는 맛이기에 어린이를 대동한 가족에게도 추천하는 피자입니다. 구워진 미니 새우와 브로콜리의 작은 폭죽처럼 터지는 식감이 즐겁다는 것도 이 피자를 칭찬하는 이유입니다. 익숙하고 편안한 맛을 원하신다면 새우콜리너마저를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어떠한 음료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막 뽑아진 생맥주와 함께 먹겠습니다.



감자베이컨피자는 다진 청양고추, 감자 조각, 샌마르 양념 베이컨, 마늘, 채 썬 깻잎, 쌈장 소스. 강릉의 지역 고객들은 강원도 감자국의 위상을 실추시키지 않기 위해 꾸준히 감자베이컨피자를 주문합니다, 감자베이컨피자가 불가능할 때에는 '다음에 올게요'라며 그대로 돌아가는 일도 꽤 있습니다. 꼭 감자국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팔리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샌마르 감자베이컨피자

피자 위에 올려진 바삭하게 구워진 감자 조각이 포슬포슬하고 배를 가득 채워주는 맛, 감자와 함께 노릇노릇하게 익혀진 얇은 베이컨이 식감을 살립니다. 이 베이컨은 달달하고 짭짤한 샌마르표 특제 소스를 (마더베 양념고기, 샌마리안 소스와는 다릅니다) 얌전히 덮고 자다가 피자에 올려진 베이컨이죠. 쌈장을 베이스로 한 달콤하며 얼큰하고 매콤하며 짭짤한 맛에 잘 익혀진 삼겹살을 씹는듯한 기름진 부드러움과 말캉함. 그리고 혹여나 모를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얇게 채썰린 깻잎이 베이컨과 쌈장 소스에 의해 지루해질 수 있는 맛을 보충해줍니다, 깻잎의 독특한 향이 고기와 함께 구워지니 더욱 맛있거든요. 거기에 매콤한 청양고추의 맛이 치고 들어옵니다. 바삭함과 부드러움, 기름진 맛에 달콤하고 짭짤한 맛의 조화,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한국적인 매움. '삼겹살을 깻잎에 밥과 함께 올려서 쌈장과 싸 먹는 맛'이 생각나는 피자입니다, 토핑들의 바삭함은 보너스. 그리고 삼겹살에는 뭐다? 소주 아니겠습니까? 맑은 증류주 계열의 주류를 추천드립니다.



샌마르의 주문 1위 피자는 꼬막피자와 마르더베스트이지만 그 외에 많은 시그니처와 전통적인 피자들이 있고, 피자대장님의 기술로 빚어낸 피자들은 다른 피자집의 피자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기에 꼬막피자와 마르더베스트 외에도 더 즐거운 맛으로 행복해지시기를 바란다. 그 외에도 다양한 강릉 지역 양조장의 소주, 맥주들을 포함한 국내 주류들과 해외 맥주, 생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들도 있으니 강릉 샌마르에서 즐거운 시간 되시길. 나는 이번 주에도 또 샌마르에 갈 것이다, 일주일에 1번은 꼭 먹어야 심신이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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