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일기] 카페정화, 강릉

'빵, 식사됩니다', 머핀요정의 골목 빵집

by 김고로


한반도에 주거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의 주식은 물론 쌀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한반도에서는 쌀이 잘 자라났다, 물론 쌀 외에도 다양한 잡곡과 구황작물들이 있었기에 쌀 외에도 메밀과 같은 다른 식사들이 발달했지만 생산량으로 보나 소비량으로 보나 한국에서 쌀을 따라갈 작물은 없다.


그래서 밀가루가 대량으로 공급이 되고 빵이라는 것도 그와 함께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한국전쟁 이후에는 우리의 삶에 '빵집'과 '빵', '과자'라는 것들이 많이 소개가 되고 지금은 전국의 수많은 빵돌이와 빵순이들을 만들어낼 정도가 되었지만 지금도 '빵'이라는 음식은 우리에게 '주식'이 아니라 '간식' 혹은 '대체식품'정도로 여겨지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지금의 나이가 젊은 사람들이야 빵을 식사로 한다고 하면 샌드위치나 파니니, 치아바타 등의 식빵을 많이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지만 그 위의 세대부터는 빵으로 밥을 먹는다고 하면 '빵이 무슨 밥이야? 밥 먹어야지'라는 대답을 곧잘 할 것이다. 유학 시절 한국 사람들과 어느 수련회를 갔는데, 마침 갔던 곳은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캠프장이어서 식사가 모두 서양식이었다. 그래도 유학생들이니 외국음식에 잘 적응했지만 문제는 수련회의 이틀째 날, 아침으로 과카몰리, 살사 소스, 사워크림과 샐러드와 버무려진 나초(멕시코식 옥수수튀김 과자)가 나온 것이었다. 현지인들에게 이것은 '나초 샐러드'라고 하는 훌륭하고 맛있고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식사였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왜 과자에 야채랑 드레싱을 섞어서 장난을 쳐놨냐?'라는 굳은 얼굴의 냉랭한 반응을 받을 뿐이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워낙 양식을 좋아해서 '우왕, 졸맛!' 하면서 나의 식사를 먹어치웠고 캠프장에서 배급 나온 식사를 거부하고 다들 배낭에 싸온 ㅇㄱㅈ 컵라면을 꺼내어 대신했다, 덕분에 나는 그들의 식사마저 다 먹어 빵빵하게 부른 배를 자랑할 수 있었고.


그렇다, 한국사람들에게 빵은 진정한 식사가 되기에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 빵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존재 자체만으로 정면으로 부수고 반박하는 빵집이 수년 전 강릉 중앙시장 골목에 나타났다. 주인장의 오랜 제과제빵 경력과 그 이름을 걸고 개업한 '카페 정화'이다, 카페 정화는 포장과 배달만 하는 곳인데 크고 속이 꽉 찬 머핀이 주 메뉴인 곳이고 그 외에 다른 빵이나 카페인 음료, 주스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카페'니까. 머핀은 컵케잌과 사람들이 많이 헷갈려하는데 컵케잌은 말 그대로 작은 케이크이기에 빵 자체가 달달하며 위에 주로 크림이나, 설탕, 과일, 초콜릿 등의 달달한 빵이다, 반면에 머핀은 꼭 달지 않아도 되며 식사가 될만한 재료와 토핑으로 채워 넣고 장식하는 것이 머핀이다(사실 나도 헷갈려서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았다).


카페정화, 강릉
'중앙시장머핀요정', 그러하다

나는 재작년부터 이곳에 대한 소문을 듣고 첫 주문을 한 후에 이곳 특유의 머핀 맛과 든든함과 사장님 되시는 '머핀요정'님의 매력에 반해 지금까지 단골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 '카페 정화'에서 내가 주로 먹는 메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comma가 사랑하는 머핀 모음

카페 정화의 머핀의 겉은 단단하지만 바삭한 듯 부드러우며, 베어 물면 포슬포슬 거리면서 입안에 진득하게 달라붙는 맛이다. 그리고 지금도 더 나은 머핀 맛을 위한 카페정화의 머핀빵 반죽에 대한 배합 연구는 지속되고 있다.

콘치즈와 포테이토콘치즈 머핀은 오븐에서 바싹 구워진 바삭한 빵가루의 질감과 톡톡 터지는 옥수수와 쫄깃한 치즈의 맛. 달달하면서도 고소하다. 최근에는 이를 응용한 콘치즈포테이토 머핀이 출시되었는데 감자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맛에 약간의 달달함이 있어서 하나를 먹어도 포만감을 가득 느낄 수 있다(물론 나는 배가 안 불러서 더 먹지만). 하지만 옥수수와 치즈가 빵에 들어가서 구워진 맛인데 맛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우리가 사랑하는 '콘치즈마요'를 머핀에 넣어놓은 맛이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 감자가 들어간 것을 추가하면 달달한 묵직함도 추가.

매콤콘치즈머핀도 콘치즈 머핀처럼 옥수수와 치즈가 들어가서 맛이 없을 수 없는데 거기에 매콤한 소스가 머핀의 겉과 속을 가득 채우는 매콤달콤한 맛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좋아할 맛이 아닐까? 한입 베어 물면 쫀득한 치즈와 옥수수가 입에서 터지는 와중에 매콤한 맛이 몰래 훅 치고 들어온다, 하지만 살짝 매콤한 맛이라 기분 좋은 놀람과 함께 맛있어서 웃음이 나온다. 카페정화를 처음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콘치즈머핀과 함께 추천하는 메뉴이다.


고구마머핀의 '고구마'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매우 퍽퍽하고 답답한 맛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카페정화의 고구마머핀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설탕으로 살짝 코팅된 고구마 조각들이 머핀을 장식하고 있으니 1,2개 정도는 먼저 뜯어먹으면서 고구마의 단맛으로 슬슬 입에 시동을 걸어봐도 좋다. 달콤달콤하고 부드러운 사탕을 먹는 느낌, 그리고 한입 크게 베어 물자, 부드럽고 달달하며 진득한 질감의 고구마가 입안에 잔뜩 들어와서 혀를 덮친다. 카페정화에서 만들어낸 고구마 잼 혹은 퓌레의 맛은 잘 익은 꿀고구마를 알루미늄 포일로 감싸서 장작불에 구워 먹는 맛이다, 눈이 번쩍 뜨이는 단맛. 개인적으로 카페정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메뉴 중에 하나이다(내가 고구마를 좋아해서이기도 하고). 고구마를 정말 좋아하셔서 무더운 한여름에도 집에서 고구마를 쪄먹거나 구워드시는 분들이라면 꼭 드셔 보시길.


머쉬룸크림머핀은 머핀을 먹다가 맛있어서 속이 어떠한지 사진을 찍는 것을 깜빡하고 다 먹어버린 머핀이다. 겉은 얇은 양파와 베이컨칩과 치즈로 토핑 되어 바삭하고 짭짤한 맛을 기대하게 한다. 한입 베어 물면 꿈틀거리는 쫄깃함과 수분으로 가득 찬 버섯 조각과 부드럽고 달달한 양파 조각들이 투움바(향신료가 첨가된 매콤한 크림) 소스에 버무려져 있다, 매콤하고 부드러운 소스가 머핀을 베어 물면 스르륵 흘러나올 만큼 들어있어서, 이것은 먹기 전에 무조건 전자레인지로 덮인 후에 드셔야 더 맛있다. 버섯과 양파가 매콤한 크림에 버무려진 맛, 매콤한 크림 파스타를 먹는 기분을 내주는 머핀이다. 크림이 들어있다고 해도 매콤한 투움바 소스이기 때문에 느끼하지 않으며 촉촉한 수분감을 주는 양파, 버섯이 함께하기에 질척거리지도 않고 입안에서 머핀과 섞이면 고소한 크림수프를 먹는 맛도 난다.


크림치즈단팥머핀은 달달한 단팥과 단팥 잼에 크림치즈가 가득 들었다. 그저 단팥만 들어간 머핀이라면 달기만 하고 지루한 맛이 되었을 텐데 부드럽고 약간의 새콤한 맛과 유지방의 고소한 맛을 추가해주는 크림치즈가 함께 있어서 서로의 맛을 보충해주는 맛이다. 단팥의 달달함이 입안에 가득하게 퍼질 무렵에 고소하고 부드럽고 새콤한 크림치즈가 그 사이로 들어와서 균형을 맞춰주니 기분이 좋아지는 맛이다. 특히나 촉촉한 크림치즈의 질감이 포슬거리는 머핀의 질감과도 매우 잘 어울리기 때문에 더 맛있게 먹으려면 먹기 전에 꼭 전자레인지에 덥혀 먹어야 한다, 막 익혀진 크림치즈단팥머핀을 베어 물면 흘러내리는 크림치즈와 단팥잼을 '호록'하고 입으로 흡입하는 맛을 나는 정말 좋아한다.

크랜베리호두(계절에 따라 무화과호두)바게트는 구수한 통밀의 풍미가 코털과 입안 사이로 퍼지는 쫄깃하고 바삭한 바게트. 치아바타, 크루아상, 바게트, 캄파뉴와 같은 식빵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카페정화에서 이 빵을 곧잘 사 먹는다. 계절에 따라서 크랜베리가 들어가기도, 말린 무화과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호두가 함께 있으니 더 맛있다. 새콤하고 달달한 과육들이 빵에 숨어서 치아 사이에 들어와 주스처럼 터지면 고소하고 바삭한 호두가 어금니에서 부스럭하고 부스러지는 질감과 견과류의 맛의 균형이 잘 맞추어져 있다. 사장님인 머핀요정님께 부탁하면 빵을 먹기 좋게 잘라서 주시기도 하지만 나는 통째로 하나씩 잡고 뜯어먹는 것을 선호한다. 과일과 견과류가 들어있는 식빵이기에 크림치즈를 얹어먹으면 유지방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움이 더해져 맛이 더 좋다.


에너지주스도 빠질 수 없다. 카페정화는 엄연한 '카페'이기도 하기에 여러 가지 커피와 온냉음료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바로 에너지주스. 이 주스는 여러 과일 주스가 혼합된 달달하고 상큼새콤한 맛인데, 거기에 장미의 매혹적인 향과 맛이 들어간 장미시럽이 첨가되어 있어서 고급스러운 꽃향기와 꿀맛이 코끝까지 올라온다. 나는 이 꽃향기가 나는 과일주스를 카페정화 음료 중에 제일 좋아한다. '에너지주스'라는 이름처럼 장미시럽 덕분에 피로 해소에도 도움이 되기도 하고 여러 과일들의 맛이 잘 배합되어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신선한 상큼함들을 맛볼 수 있기에.


카페정화의 머핀들은 1, 2개를 먹으면 배가 든든해질 만큼 포만감이 좋고 식후에도 만족감이 좋다, 그 덕분에 필자는 점심에 카페정화의 머핀을 2,3개 정도 먹고 그날 저녁은 먹지 않을 때도 많다. 포만감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자, 고구마, 양파, 버섯, 옥수수, 달걀, 베이컨 등 식사 대용으로 만들어진 머핀과 함께 단팥, 블루베리 등의 달달한 간식으로도 먹을만한 메뉴들이 함께 있어서 '빵은 식사가 안된다'라는 편견을 살짝 치워두고 끼니처럼 먹어도 만족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카페정화는 끼니로도 훌륭한 빵집이며 빠르게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으로도 추천한다.



오늘도 즐거운 식사 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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