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된 삶을 살아간 다는 것

by 감성기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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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되면 알게 되는 게 있다. 내 삶이지만 내 삶이 아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집- 회사를 반복하면서 나는 돈을 벌기 위해 태어난 건가, 아님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건가 헷갈릴 때가 있었다. 당연히 살기 위해 돈을 벌고 있지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어느새 내 인생에는 출퇴근 밖에 남은 게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면 바로 출근했고 해 가지면 집에 들어와 저녁 먹고 조금 뒹굴대다 잠이 들었다. 이 반복적인 루틴 속에 과연 이게 맞게 사는 건가 인생의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사색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던졌다.


지금은 슬프게도 생존을 위해 돈을 벌지만 돈의 노예가 된 나의 모습에 익숙해졌다. 어릴 때는 겨우 이 돈 벌자고 내가 새파랗게 젊은 시절을 이렇게 저당 잡혀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아까웠다. 그래서 입만 열면 퇴사 이야기를 꺼냈고 내 머릿속에도 항상 퇴사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지금 내가 팔 것은 내 시간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내 시간을 저당 잡혀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을.





직장인의 시간은 위탁 경영된다


직장인은 자유가 없다. 회사에 있는 시간만큼은 내 시간이 아니다. 회사가 원하는 대로 내 시간을 사용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나머지 시간도 더 내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직장인이 하루에 내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직장인의 하루는 회사에 위탁되어 진다. 마치 투자로 치자면 간접 투자와 같다. 직접 투자는 내가 직접 좋은 주식을 골라 그 주식을 사는 것이고 간접 투자는 편드 회사에 맡겨 내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다. 각각 장단점은 있다. 직접 투자는 위험성이 크고 간접 투자는 직접 투자보다는 위험성이 적다. 전자는 내가 공부를 해야 하지만 후자는 내가 투자에 크게 혜안이 없어도 된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사업가들과 달리 자신의 일과를 계획할 필요가 없다. 하루 내 시간을 회사에 맡기면 한 달마다 정기적으로 월급이 나온다. 매일 내 시간을 계획하는데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고 시간을 낭비할까 불안하지 않아도 된다. 자유는 없지만 시간의 효용성과 효율성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매일 출근하면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그것들을 해나가다 보면 심지어는 내가 굉장히 계획형 인간이 된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퇴근을 할 때쯤이면 하루를 아주 뿌듯하게 보냈다는 착각아닌 착각도 든다.





내 시간을 운용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앞서 말했듯 직장인은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이 위탁된 채로 살고 있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내 시간을 쓰는 방법을 잊어버린다. 지난 12년간 방학마다 커다란 동그라미 안에 하루 계획을 짜는 연습을 그토록 많이 했는데 그건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직장인의 주말이다. 모든 직장인들은 주말만을 기다린다. 그나마 온종일 쉴 수 있는 시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날이 오직 주말이기 때문이다. 그 이틀은 직장인에게 거의 생명수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주말을 정말 알차게 충전하고 오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막상 주말이 되면 침대와 한 몸이 되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거나, 소파에 누워 하루종일 티브이만 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직장인 중에 취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꽤 드물다. 주변에 쉬는 날 뭐 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친구 만나기, 술 마시기 등의 답이 나오고 그중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그냥 하루종일 집에 있어요" 다. 침대에서 절대 내려오지 않는단다. 나 역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랬기 때문에 너무나도 공감되어 할 말이 없다. 물론 지금도 종종 그런다.


직장인들은 평일에 체력을 몰아 쓴다. 매일 출퇴근하고 8시간씩 노동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린 학생들도 학교에 다녀오면 지치는데 나이 30 넘은 사람들이 방학도 없이 그것을 매일 하고 있으니 오히려 힘이 나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주말만이라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저 누워 있고 싶은 마음은 백번 이해 한다. 그런데 그렇게 누워있다 출근하면 어떤가? 피로가 풀리기는커녕 좀 더 쉬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주말이 그냥 날아가 버렸다. 분명 쉬었는데 쉰 것 같지 않다.









내 시간의 경영권을 되찾는 방법


나 역시 일할 때는 쉬는 날만 기다렸다. 하지만 정작 쉬는 날이 되면 그 아까운 시간을 그냥 집 안에서 보내 버렸다. 힘들어서도 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보다 가장 큰 이유는 하루라는 그 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평일은 회사의 일과를 따라가면 된다. 내가 내 시간을 계획할 필요도 없고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건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저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쳐내기 바쁘다. 그러다 보면 해가 지고 있고 그렇게 고단한 하루가 끝난다. 그런데 쉬는 날은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부터 밥 먹는 시간, 집안일하는 시간까지 전부 내 손에 달려 있다. 내 시간을 위탁하다가 그 경영권이 막상 나에게 쥐어지니 멍해진다. 그렇다 보니 황금 같은 휴일을 뭘 해야 할지 생각만 하다가 날리게 된다.


1. 시간의 일부를 반강제적으로 사용하기

처음에 내가 택한 방법은 학원이었다. 집- 회사 밖에 없던 시절 반나절만 시간이 떠도 내가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내 시간의 일부를 반강제성으로 운용했다. 학원은 예약을 하면 그 시간에 무조건 가야 한다. 그게 운동이든 아니면 다른 취미든 뭐든 상관없다. 일단 자신이 관심 가는 분야의 학원을 등록하라. 그 순간 그건 나 혼자만의 약속이 아니게 된다. 약속이란 혼자 일 때는 몰라도 둘 이상이 되면 지켜야 하는 의무감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돈이 아까워서라도 몸이 움직일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취미를 시작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쉬는 날 하루 한 시간 정도는 내가 선택한 것으로 운영된다.



2. 테마를 정해 시간 보내기

루틴적인 취미가 아니더라도 시간을 테마로 기획 보는 것도 추천한다. 하루는 버스 하나를 잡아타고 버스 여행을 해보거나, 아니면 서점 가서 책을 읽어본다. 쇼핑을 해본다거나, 액티비티를 즐겨도 좋다. 이렇게 매번 다른 테마를 잡고 시간을 보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점점 나에 대해 알게 된다. ' 나는 이런 것에 시간을 보낼 때 즐겁구나', '나는 이것에 시간을 쓸 때 아깝지 않구나'라는 것들을 느끼게 된다. 그럼 그것이 취미가 되고, 휴일에 내가 스스로 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 반드시 이것들을 혼자 할 것을 추천한다. 친구와 함께 한다면 그것은 내 시간을 그 친구와 공유하는 것이 온전히 내가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알기 위해 반드시 혼자가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종속된 삶에 익숙해진 삶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마다 투자 성향이 다르 듯 직장생활이 체질에 맞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하루에 30분만 내 의지대로 살아도 만족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나의 사간 전체를 내 의지대로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어느 게 나쁘고 좋은 것은 없다. 직장을 다니며 짬나는 시간에 자신의 삶을 알차게 사는 사람도 많이 봤다. 안정성을 바탕으로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도 많다. 정답은 없다. 자신이 어느 쪽 삶에 더 맞는 사람인지는 직장을 다녀보면 알 수 있다. 다녀보고 깨달아도 늦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처음에는 이 삶이 맞지 않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해 이제 겨우 자유인 줄 알았는데 앞으로 30년 40년을 더 구속과 속박 속에 살아야 한다니 끔찍하다. 그런데 무섭게도 이 답답함은 몇 년 후쯤 되면 익숙함으로 변한다. 다니다 보면 직장 사람들과 친해지고, 일도 능숙해지다 보면 그냥저냥 다닐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새 처음 들어왔을 때 그 죽을 것 같은 구속감은 옅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이 정년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순간이 왔을 때 두 갈래로 갈린다. 만족하며 다니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자신에게 또 한 번의 질문을 던진다. '근데 나 지금 정말 잘 가고 있는 거 맞아?'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직장인으로서 인생의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자신의 하루를 멀리서 들여다본다. 매일 반복되는 일들만 하며 되풀이되는 삶을 살고 있다. 내 일도 아니고 남의 일을 해주며 생각해 보니 회사에서 내가 이룰 수 있는 꿈도 없다. 결국 직장은 돈벌이 수단 딱 그 정도라는 결론이 나온다.





종속된 삶,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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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삶은 영원하지 않다. 몇 년 전 아무튼 출근에서 보았던 이동수 대리님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그때 그분 컴퓨터에는 이런 명언이 적혀 있었다.


언젠간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



어디선가 직장인을 현대판 노예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간제 노예다. 65세가 되면 좋든 싫든 회사 생활을 끝내야 하고, 그전에 내 의지로 끝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는 다시 내 시간의 경영권이 나에게 귀속된다. 그때의 삶을 잘 살기 위해 우리는 지금부터 내 시간을 잘 사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모두가 하루빨리 퇴사를 꿈꾼다. 그리고 그 퇴사를 위해 사람들은 재물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잡아야 할 것은 재물이 아닌 시간의 주도권인지도 모른다. 결국 돈도 시간으로 버는 거다. 어찌보면 시간을 잡는 자가 가장 빠른 승리자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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