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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Jun 05. 2022

직장인이 살찌는 이유

스트레스 받으면 무조건 먹거든요

행복하지 않아서 먹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하는 사람이 있고 절식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보통 후자보다는 전자를 많이 봤다. 나 역시 폭식까지는 아니지만 확실히 내 양을 넘어서 많이 먹는 편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 컨트롤 타워가 흔들리게 된다. 정신이 불안해지는 만큼 식욕은 늘어난다. 먹어도 먹어도 허한 느낌이다. 폭식증은 스트레스의 강도와 비례한다. 나의 경우 직장생활에서 최고조를 이뤘다. 살면서 직장만큼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 본 경험도 많이 없다. 더욱이나 이렇게 꾸준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은 흔치 않다. 그러니 직장인과 폭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오늘도 버티기 위해 먹습니다


나는 불안하고 초조하면 더 먹는다. 그래서 입사 초기에 살이 엄청 쪘다가 바로 전 팀에 있을 때는 또 엄청 빠졌었다. 입사 초기 들어갔던 팀은 갈굼이 문화인 곳이었다. 그곳에서 버티기 위해 나는 계속 먹었다. 매일 속이 불편할 정도로 먹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오늘은 뭘로 한소리를 들을까 하는 생각에 매일 정서가 불안했고 그만큼 우울했던 회사생활을 버티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한창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출근 전에 아침 먹은 게 해서 회사 가서 토한 적도 있다. 그런데 팀을 옮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불안감 없이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나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전처럼 많이 먹지도 않았고 내 몸을 돌 볼 정신적 여유도 생겼다. 역시 스트레스는 식욕의 조절 나사를 푸는 것과 같다.  




컨트롤 타워의 실종


몇 달 전 새로운 팀으로 옮겼다. 그리고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왔다. 그전에 있던 팀은 나한테는 로또였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너무 좋았다. 팀장님은 물론이고 나머지 직원들도 너무 좋았고 , 들어오는 신입들마저도 전부 좋았다. 그 팀에서 몇 년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옮긴 팀에서 나는 다시 예전의 악몽이 살아나고 있다. 최상에서 최악으로 떨어졌다. 나도 그 전 팀에 있던 시절이 회사 생활에서 흔치 않은 행운이었음을 안다. 그렇다고 이렇게 하루아침에 다시 지옥을 경험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요즘 더없이 불안하고 초조하다. 심장은 수시로 두근거린다. 숨이 기도를 막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역시 나는 회사 생활이 체질에 안 맞는구나를 뼈저리게 느끼는 나날들이다. 내 컨트롤 타워가 무너져 가고 있다. 하루하루 참아내고 겪어내는 데에만 에너지를 쓰기에도 부족하다. 내가 나를 돌 볼 에너지는 남아있지 않다. 그러니 다시 많이 먹는 게 시작되었다.


나는 원래 일할 때 속이 불편한 것을 안 좋아해서 출근 전에 많이 먹지를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다. 일단 출근하는 것 자체를 상상하다 보면 불안과 인내, 눈치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생각만으로도 지친다. 그렇다면 지금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 그래서 더 먹는 것을 택한다. 정신이 힘이 나야 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 배를 채워서 힘을 내려고 하는 거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밀려오는 지침과 스트레스 때문에 또 많이 먹는다. 결국 악순환의 연속이다. 게다가 운동은 못하니 몸은 점점 쓰레기가 되어 가고 있다.










나름의 해결책


먹으면서 회사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지만 결국 그것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는다. 퇴근 후 야밤에 잔뜩 먹고 다음날 아침 거울로 내 얼굴을 봤을 때 바로 후회한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그렇게 오늘부터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운이 나빠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면 다이어트고 뭐고 생각할 여유가 없다. 일단 먹어야 한다. 그것도 맵고 짜고 간이 센 것들로 말이다. 이런 시간들을 반복하다가 그 해결책으로 몇 가지 터득한 것이 있다.


1. 먹는다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자. 이것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행동이 바뀐다. 평소에 고삐 풀린 것처럼 먹을 것을 좀 덜 먹게 된다. 다이어트 방법에 이런 말이 있다. '먹어봤자 어차피 내가 아는 맛이다' 비슷한 논리다. 먹어봤자 결과가 뻔하기에 당장의 감정에만 지배되는 것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2. 이왕 먹을 거 그날 내가 당기는 것으로 맛있게 먹자. 나는 이 방법은 굉장히 유용했다. 평소 같았으면 다이어트 압박감 때문에 살 안 찍는 것들로만 골라 먹었는데 그걸로 폭식을 하니 그것도 살이 찌더라.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살이 찌는 음식이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먹자. 이렇게 했더니 포만감 전에 정신적으로 만족감이 들어서 배부를 때까지 먹지 않고도 젓가락을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


3.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먹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찾자.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운동에 집중하는 것도 좋고 노래방도 좋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다른 것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음식에 대한 집착은 줄어들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건강한 방법으로 기분전환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









살면서 어느 순간 알았다. 나는 행복하지 않아서 먹는 거였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 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내가 일상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굳이 먹는 것으로 그 행복을 채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에 채워야 할 행복의 총량이 있는데 그것을 어디에서도 채울 수 없으니 음식으로라도 채우려 하는 거 아닐까. 행복을 갈망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최소한 불행하지는 말아야 함은 틀림없다. 나는 오늘도 내 행복감을 과자와 엽떡으로 채우고 있다. 그리고 내 뱃속에 지방도 점점 채워지고 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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