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N 년차의 생각들
누가누가 오래 버티나
이건 사회생활에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오직 직장 안에서만 해당되는 상황이다. 직장 생활로만 돈을 버는 직장인이라면 필수 덕목이다. 무조건 존버. 직장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고 위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 누구보다 사교성이 좋은 사람도 아니다. 그냥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매일매일을 살고 그냥 조용히 오래 다니는 사람들이다. 딱히 일을 막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막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시키는 일은 해낸다. 뭐 딱히 불평도 불만도 없다. 그렇다고 좋냐. 그건 아니다. 이 사람들도 항상 사직서는 마음속에 품고 산다. 그렇지만 그냥 조용히 항상 자기 자리를 지킨다. 따로 감정 낭비도 할 일이 없다. 말도 별로 없고. 누구와 편을 먹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속을 모를 것 같은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다. 그냥 착한 것 같아 보인다. 화를 내는 것도 못 봤다. 바로 이게 이 사람들이 오래 버틸 수 있는 이유다. 출근해서 따로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고 자기 일만 조용히 하다 가니까. 그리고 딱히 욕심도 없어 보이는데 어쨌든 때가 되면 진급을 한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순탄해 보이는 회사 생활을 한다. 가늘고 길게 가는 스타일이다. 이게 참 쉬워 보이는데 절대 쉽지 않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필요한 덕목이다. 오래 버티기.
입은 방정이었다. (입 제거술)
출근 할 때는 얼굴에서 하나를 빼놓고 가야 할 게 있다. 바로 입이다. 입을 빼고 눈 코 만 달고 가야 한다. 너무 잔인하지 않냐고? 아니. 입을 달고 갔을 때 더 잔인한 일일 벌어질 수 있다. 방금 전 직장 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잘못하다가는 요 방정맞은 입 때문에 직장 생활을 굵고 짧게 할 수가 있다. 직장 내에서는 내가 인플루언서다. 아니 그 누구도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다. 내가 한 말이 진짜 천리를 간다. 아니다. 구만 리도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음... 한 비행기쯤? 빛의 속도는 너무 빠른 것 같고. 게다가 한번 돌기 시작한 말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한번 발행된 지폐가 전국 각지를 무한히 돌고 도는 것처럼. 내 말이 물감이라도 되는지 점점 퍼져나간다. 내가 퇴사를 해도 끝나지 않는 무한궤도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그러니 입은 무조건 조심하고 볼 일이다. 좋은 말이면 괜찮지 않냐고? 아니. 절대 아니다. 괜히 섣부르게 칭찬이랍시고 했다가 아니면 ' 저 사람 좋다'라는 뉘앙스의 말을 했다가는 아부 떤다, 혹은 누구 편이다, 등등의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직장에서의 입은 밥 먹을 때 그리고 미소를 위해서만 쓰자.
월급은 생각보다 적은 돈이었다.
한 달에 200만 원이면 난 평생 살 수 있어,라고 말할 적이 있다. 평생 월세를 옮겨 다니며 살 거라고. 지금 와서 보면 이 얼마나 바보 같은 말이었나. 땅을 치고 후회한다. 한 달에 200 벌어서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그냥 자취하지 않고 얹혀살면서 개인 생활비로만 쓰기에도 빠듯하다. 아.. 사회를 너무 쉽게 봤다. 인생 사는 걸 너무 쉽게 생각했다. 이래서 딴 궁리를 할 수밖에 없다. 현실이 너무나 차가워서. 지금은 생각한다. 돈이란 건 다다익선이다. 일단 많고 볼일이다. 너무 속물 같은가? 돈 벌어보면 속물이 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만약 월급에 만족한다면 그 사람은 행복을 얻을 수는 있다. 만족하며 사는 삶의 행복.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직장을 다니면서도 전전긍긍하며 근근이 먹고사는 사는 삶이 계속될 뿐이다. 여전히 마음은 조급하고 여전히 한쪽 귀퉁이가 허전하다. 돈이 아니면 채울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나를 슬프게 한다. 직장인은 무조건 딴 궁리를 하고 딴 주머니를 차고 볼 일이다. 안 그러면 이제 점점 답이 없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까 반드시 한눈을 팔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