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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성기복이 May 02. 2022

직장에서 최대한 짧게 혼나는 법

단답형 대답의 힘

혼날때는 "네. 알겠습니다" 라고 단답형으로 말하기



직장인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탈탈 털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일하는 곳의 특성상 하루에도 수십 번을 털려봤다. 맘먹고 털고자 하면 탈탈 털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렇게 많이 털려본? 내가 한 가지 터득한 것이 있다. 짧게 털리는 법. 사실 혼나지 않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다. 혼나지 않을 일도 윗사람 맘에 안 들면 혼날 수 있는 법이니까....




난 일할 때 조용한 편이다. 괜히 말을 잘못했다가 털리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 웬만하면 먼저 말을 하지 않는다. 최대한 조용히 지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실수를 할 때도 있는 법. 그게 윗사람 눈에 걸렸다면 각오해야 한다. 남자 여자 굳이 나눌 건 아니지만 내 경험상 남자들은 봐도 말 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여자들은 보는 즉시 그 앞에서 당장 말을 꺼내는 것 같다. 그것도 사람 다 있는 대서... 혼낼 거면 조용히 따로 부르시라고요...









감정 피드백은 사양합니다.


혼낼 때로 어른 대 어른으로 혼내면 좋을걸. 무슨 자기 애 혼내듯이 하는 사람이 있다. 똑같이 혼나도 기분 나쁘게 혼내는 사람이 있고, 감정 없이 정말 잘못한 부분을 딱 집어서 바로잡아 주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가 좋다. 아니 누구나 후자가 좋을 것이다. 후자는 뒤끝이 없지만 전자는 내가 잘못한 건데도 이상하게 저 사람도 잘못한 것 같고 혼나고 나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오늘 내가 말하려는 방법은 전자의 경우에 더 쓰임이 있겠다.






확실한 방어 기술


혼날 때 그 순간을 최대한 짧게 끝내는 방법은 "네. 알겠습니다. "라고 간단하게 말하는 것이다.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할 때는 위에서 나의 잘못을 꼬집으면 변명부터 했다." 이건 이래서 그런 거고... 저건 저래서 그런 거고... 다 이유가 있다고요.... " 지나고 느낀 건 변명이 더 큰 잘못을 만들었다는 거다. 난 억울해서 그랬던 건데 윗사람들은 그 변명에 더 화가 났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뭐라 뭐라 말하면 그게 설사 억울한 일이더라고 "네 알겠습니다." 한마디만 하고 끝낸다. 심지어 내가 하지도 않은, 난 영문도 모르는 일을 "이거 네가 했냐" 묻지도 않고 내가 했다는 확신하에 혼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는 처음에 영문도 모르고 혼나다가 슬슬 억울함이 밀려오면 "그거 제가 안 했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은 게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그런데 한번 그렇게 말했다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럴 때는 그냥 네 알았습니다 하는 거야. 너도 결국 다른 애들하고 똑같구나."




어이가 없었다. 난 내가 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한데. 이 억울함을 씻고자 말하는 건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누구의 잘못인지 확인도 안 하고 혼내는 건 그 사람들이 경솔한 것이 맞는데. 그때는 내가 일 못하는 사람으로 단 하나의 흠도 잡히는 게 싫어서 억울함을 풀고자 애썼지만 이제는 그냥 맘대로 생각하게 내버려 둔다. 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귀를 막고 있는 사람은 있으니까. 만약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했을 때 그랬냐고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상사가 있다면 정말 존경해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딱 한 명 봤다. 현실에서는 대부분 계속 쏴붙이는 탓에 "제가 안 했는데요"라는 말을 할 틈도 없다. 그래서 이제는 억울해도 그냥 알겠다고 하고 넘어간다. 물론 표정은 똥 씹은 표정이지만 억울해 죽겠는 것도 참았는데 표정까지 관리할 여력은 없다. 만약 표정관리가 가능한 사람이라면 해주면 좋다. 혼나는 상황이라 웃으면 안되지만 최소한 똥 씹은 표정은 안되도록...







정의로운 운동가 형이라면 주의 할 것


자신이 정의로운 성격이라면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자신의 가치관과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냥 회사에서 누구에게도 찍히지 않고 편안하고 조용하게 지내고 싶다 하면 나의 방법이 꽤 쓸모가 있을 거다. 혹시나 무조건 숙이는 것 때문에 자신이 호구나 일 못하는 사람으로 찍힐까 두렵다면 그건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본인이 정말 일을 잘 하는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들도 같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 잘하는 사람들은 절대 호구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냥 묵묵히 참고 자기 일만 잘 해내면 된다.




난 그냥 다 참는다. 그냥 할 일만 한다. 이유는 단 하나. 조금이라도 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서다. 하지만 난 정말 회사 체질이 아니라고 느낀다. 저런 일을 한번 겪을 때마다 여전히 속에서는 열불이 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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